오래전부터 활동을 해오신 기성 그림책 작가분들은 보통 연필, 색연필, 수채화 등의 그림 도구와 재료들로 하나부터 열까지 수작업을 통해 그림책을 제작한다. 물론 디지털 드로잉이 익숙한 경우 PC의 포토샵이나 아이패드의 프로크리에이트 등으로 작업하는 분들도 많다. 작가가 출판사에 그림책 작업을 마친 원본파일을 넘기면 출판사의 디자이너는 편집과 보정 작업을 하는데 포토샵과 인디자인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그림책 최종본을 제작한다. 요새는 다양한 디지털 드로잉 프로그램들이 많이 나와서 작가가 가장 자신 있는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그림을 그려도 무방하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마무리할 때는 PSD(포토샵 파일 형식)으로 넘겨야 한다. 앞서 말했듯이 출판사는 PSD 원본 파일로 전달받아야 편집을 하기 수월하기 때문이다.
국가마다 사용하는 언어가 각기 달라도 전 세계 공용어인 영어로 다른 나라 사람들과 소통하듯이 디자인을 하거나 일러스트를 그리는 작가들에게 있어서 포토샵은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프로그램이며 포토샵의 기본 툴들 웬만해서 다룰 줄 안다. 더 나아가 일러스트 작가들은 아이패드의 그림 그리기 어플인 '프로크리에이트'를 가장 많이 사용한다. 그림 그리기에 특화되어 있으며 포토샵보다 기능을 다루기 수월하며 단축키를 일일이 외울 필요도 없기 때문에 입문자도 기능과 툴을 몇 번 연습하면 쉽게 다룰 수 있다. 또한 요새는 일러스트 작가들이 수작업 재료로 그린 것 같은 느낌을 내는 브러시들도 상업적으로 판매하기 때문에 그림 감각을 잘 익히고 연습을 많이 하면 이러한 재질감 좋은 브러시를 사용하여 그렸을 때 그림의 완성도를 한 층 더 높일 수도 있다.
프로크리에이트에서 작업한 파일을 포토샵으로 옮기기
나 같은 경우 초반에는 포토샵을 사용하여 주로 그림을 그렸었다. 그러나 노트북과 태블릿을 무겁게 들고 다녀야 하고 그림의 질감을 평소 그리는 스타일을 살려서 잘 표현해 내기에 한계를 느껴서 아이패드를 구매한 후 프로크리에이트 어플을 바로 설치해 지금까지도 계속 사용하고 있다. 노트북과 태블릿으로 그림을 그릴 때와 다르게 언제 어디서든 아이패드 하나만 들고 다니면서 그림 작업을 하기 편하고 여러 다양한 질감의 브러시들을 다운로드하여 내가 원하는 그림의 느낌을 다채롭게 살릴 수 있어서 이만한 어플이 없다고 생각이 든다. 물론 프로크리에이트 외에도 아트세트, 어도비 프레스코 등도 사용해 보았지만 확실히 프로크리에이트 기능에 익숙해진 탓에 손이 버벅 거리는 일이 자자했다. 그래서 결국 돌고 돌아 프로크리에이트로 돌아왔다.
오로지 프로크리에이트를 사용하여 지금까지 그림책 작업을 해왔는데 그렇다면 출판사에 원본 파일을 넘길 때는 어떻게 해왔나. 앞서 말했듯이 출판사는 psd(포토샵) 원본 파일이 필요하다. 프로크리에이트도 psd 파일로 변환하여 내보내기가 가능하다. 그러나 평소에 내가 작업하던 방식으로 그림을 그린 후 psd 파일로 내보낼 경우 레이어 선이 깨지거나 질감이 흐려지는 단점이 있는 데다 특히 프로크리에이트 용량이 큰 탓에 레이어 작업을 많이 한 채로 psd로 옮기면 당연히 포토샵에서 파일이 더 무거워지기도 한다.
그래서 선, 질감, 채색 레이어를 모두 다 살려야 하면 각각의 레이어를 png 개별 이미지로 내보내기도 하지만 용량을 너무 잡아먹는 경우 선, 질감, 채색 레이어를 모두 합친 다음 캐릭터, 소품, 배경으로 각각 하나의 레이어를 만들어 레이어 수를 줄여서 png 이미지로 내보내기도 한다. 만약 출판사에 최종 파일을 보내다가 수정 사항을 요청하면 프로크리에이트에서 수정한 후 수정한 레이어만 따로 켜서 png로 따로 내보내서 psd 파일에 내보낸 png 레이어를 추가한다.
처음부터 포토샵으로 작업하면 바로 psd파일을 넘겨줄 수 있고 용량도 많이 잡아먹지 않아서 메리트가 있지만 그림책의 질감을 살리기 위해 프로크리에이트로 작업했다면 psd로 파일을 가지고 와서 세밀하게 보정하는 작업을 번거롭게 해야 하는 과정은 감수해야 할 수밖에 없다. 포토샵으로 가져올 경우 색상 호환이 안되어 색감이 미세하게 차이가 날 수도 있고 출력하면 또 색상 변화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CMYK로 색상 프로필을 변환한 다음 마지막에 채도나 명암 등을 조절하여 후보정은 꼭 해야 한다.
프로크리에이트 원본에서는 선, 질감, 채색, 그림자 레이어를 각각 분리해서 작업한다.
psd로 내보낼 때 용량이 너무 크거나 레이어가 많은 경우 각 개체별로 레이어를 합쳐 레이어 개수를 줄인다.
포토샵으로 png 파일을 가져와 레이어 배치를 한 다음 cmyk로 변환하고 채도 및 명도를 보정한다.
채색 후 브러시 질감 얹히기
이번에는 프로크리에이트 어플을 통해서 그림책 일러스트를 그리는 과정을 자세히 보여주려고 한다.
'채색을 한 다음 그 위에 질감을 곁들인... 주문하신 일러스트 나왔습니다.'
간단한 일러스트를 그릴 때 스케치를 하고 기본 밑바탕이 되는 색을 스케치 선 안쪽에 칠하고 바로 완성시킬 수도 있다. 특히 0-3세 대상의 영유아 그림책들 중에서 이러한 심플한 채색 과정으로 그려낸 경우가 많다.
그러면 아래 두 그림의 예시를 보며 질감이 있을 때와 없을 때의 차이를 비교해 보자.
왼) 질감 없이 밑채색만 한 경우 / 오) 밑바탕에 질감을 입힌 경우
자주 사용하는 색상은 팔레트에 저장하고 스케치선을 일정하게 사용하기 위해 왼쪽 바에 선두께의 수치를 지정한다/자주 사용하는 브러쉬는 한 곳에 모아두고 편리하게 꺼내서 사용한다
여기서 질감이란 색연필, 수채화 물감, 유화 물감, 오일파스텔, 마카, 과슈 등 그림 재료로 종이에 그렸을 때 종이에서 드러나는 재료 고유의 특성을 말한다. 수채화나 마카는 은은하고 투명한 느낌의 질감을 내고, 오일파스텔이나 유화나 오일파스텔은 덧칠할수록 꾸덕한 느낌을 주고 특히 유화는 물감 자체로도 입체적인 질감도 낼 수 있다. 단순히 채색 1단계에서 기본 색상만 칠한다면 그림의 완성도가 떨어져 보이기도 하고 그림에서 느껴지는 몽글몽글한 분위기가 살지 않는다. 게다가 그림자 같은 명암을 넣지 않으면 캐릭터가 바닥에서 붕떠보이기도 한다. 그렇다고 그림을 입체적으로 보이게 하기 위해 명암을 구체적으로 넣으라는 것이 아니다. 물론 게임 원화는 명암이 지는 기본 원리를 바탕으로 명암을 세세하게 넣어 입체감을 살려 표현하지만 애니메이션 영화나 웹툰도 구도와 투시, 비율 등은 맞게 그리되 밑채색을 한 다음 필요한 부분에만 명암을 간단히 넣어서 그린다. 그림책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스타일에 따라 채색 방향이 그때그때 달라지기도 하겠지만 밑채색한 색상보다 살짝 더 연하거나 진한 유사 색상으로 은은하게 브러시로 그 위에 질감만 입혀줘도 그림의 완성도가 더욱더 높아진다. 동물 캐릭터의 경우 털질감을 살려 털 방향에 맞게 브러시를 쓸어내려 그릴 수도 있고 니트 옷의 재질감을 표현하기 위해서 캔버스 질감의 브러시나 니트 패턴의 브러시로 그 위에 덧칠할 수도 있다.
그림책 일러스트를 그리는 과정
- 스케치부터 채색까지
이번에는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리는 과정을 세세하게 보여주고자 한다.
정말 즉흥적으로 그려낸 그림이 아닌 이상 그림 한 장에 공을 들인다면 초반부터 스케치 선을 예쁘게 따서 그린 다음 원하는 색상도 바로 찾아내서 한 번에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 맨 처음에는 그림을 전체적으로 러프하게 잡는데 선이 지저분해도 여러 번씩 스케치를 해가며 원하는 구도와 형태를 찾아나간다. 스케치가 완벽해 보이지 않아도 눈으로 딱 보았을 때 어떤 모습인지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만 그린다. 러프하게 스케치를 하여 구도를 어느 정도 잡고 나면 두 번째 스케치 작업을 할 때는 첫 번째 스케치를 그렸을 때보다 좀 더 스케치를 구체화시키고 세 번째 스케치 때는 두 번째로 그린 스케치 레이어에 투명도를 준 다음 그 위에 레이어를 새로 만들어 하나하나 선을 따서 그리기 시작한다. 그러면 스케치가 완성된다. 만약 스케치 선 색상을 바꾸고 싶다면 '알파채널잠금'을 하여 선을 칠해주면 다른 부분은 안 칠해지고 선 색상만 바뀐다.
알파채널잠금을 체크하면 레이어에 체크무늬가 생긴다. 그리지 않은 부분은 칠해지지 않고 내가 그린 영역만 색상을 변경해서 칠할 수 있다.
클리핑 마스크를 해제하면 캐릭터를 칠한 영역 바깥으로 색이 빠져나온다. 클리핑마스크를 씌워야 질감을 깔끔하게 입힐 수 있다.
그다음에는 기본 색상을 먼저 다 칠해주는데 전반적인 분위기를 생각하여 색감이 조화롭게 어우러지게 하기 위해 스케치 레이어 아래에 레이어를 새로 만들어 스케치 선 밖으로 채색이 삐져나가도 일단 러프하게 색감을 먼저 잡는다. 색감이 너무 탁하거나 어울리지 않으면 색상을 끌어와 색을 칠하거나 그 부분만 다른 색상으로 칠해서 얹혀 색상을 여러 번 수정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제 색상이 어느 정도 정해졌으면 러프하게 칠한 채색 레이어를 축소하여 왼쪽 위에 빼놓고 스포이드로 색상을 추출하여 채색을 진행하거나 러프하게 칠한 그림을 사진으로 저장해 둔 다음 그림 레퍼런스를 켜서 레퍼런스 사진을 보고 색감을 찾아 칠하면 된다. 각각 개체별(캐릭터, 소품, 배경 등)로 레이어를 나눈 다음 밑채색한 레이어 위에 새로운 레이어를 만든 다음 '클리핑 마스크'를 씌워 그 위에 질감이 있는 브러시로 밑채색한 색상과 살짝 다른 유사 색상으로 칠하며 질감을 입혀주고 마지막에 빛이 오는 방향에 따라 그림자 명암을 넣어주면 그림이 완성된다. 특히 그림자를 넣을 때는 블렌드 모드에서 '곱하기 모드'로 바꾸고 투명도를 30-50%로 주면 된다.
위 사진을 보면 클리핑 마스크에 체크를 하면 알파채널잠금을 한 레이어 아래에 있는 레이어 왼쪽에 아래로 향한 화살표가 있다. 클리핑 마스크는 레이어가 두 개 이상이어야 적용할 수 있는 기능이며 아래 레이어 위에 새로운 레이어를 만들고 클리핑 마스크를 씌우면 아래 그림이 그려진 영역만큼만 그림이 그려진다. 물론 클리핑 마스크를 풀면 아래 그림 영역 바깥에 그린 그림도 보인다.
러프스케치 - 스케치 - 러프 채색
밑채색 - 질감 입히기 - 색감 보정하기
그림 한 장에 동화 분위기를 내면서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이처럼 5-6단계의 과정을 거쳐 그림을 그린다. 특히 그림책은 한 장이 아닌 기본적으로 16장 이상의 그림을 그리기 때문에 나처럼 채색 공정이 많은 경우 몇 날 며칠을 날 잡아 몇 달에 걸쳐 그림을 그린다. 게다가 러프스케치, 스케치, 채색 과정에서 중간중간에 출판사의 수정 요청도 반영하여 그림을 여러 번 수정하기 때문에 출간하기까지 1년이 넘게 걸리기도 하였다.
그렇지만 이렇게 완성도 있게 그림 결과물이 세상 밖으로 나와 알려진다면 그림을 그릴 때만큼은 정말 보람차고 행복하지 않을 수가 없다. 나의 평소 그림책 작업 방식이 정답이 아닐 수는 있다. 어떤 작가는 스케치 없이 바로 밑채색을 들어가기도 하고 따로 밑채색을 하지 않고 질감브러시로 바로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각자 여러 그림 방법을 시도하면서 자신 있는 방법으로 그림 그리기를 진행하면 된다. 그림책의 그림이 주는 포근한 느낌이 좋아 지금까지도 동화 같은 분위기의 캐릭터 일러스트를 꾸준히 그려왔다. 장쥴리앙이 평소 주로 그려온 스타일의 일러스트를 보여준 뿐만 아니라 유화 물감으로 그린 풍경 그림이나 스타일이 다른 그림들도 함께 전시장에서 보여주듯이 나도 한 가지 그림 스타일만 그리보다 기존에 가지고 있는 브러시를 변형해서 만들어 칠해보기도 하고 또 다른 새로운 질감의 브러시를 사용하여 그림 스타일을 계속해서 연구하며 다양한 시도를 해보며 여러 그림 스타일을 보여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