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맞는 채색 기법 찾기
그림책 스토리보드를 그리면서 전체적인 구도를 먼저 연출한 다음 실제 그림책 사이즈에 맞게 대략적인 스케치 선으로 장면들을 잡아나가고 마음에 드는 그림이 나올 때까지 여러 번의 수정을 거쳐 수없이 많은 스케치를 해왔다면 그다음에는 가장 중요한 채색 단계가 남았다.
스케치의 고비를 한 단계 넘겼다면 이제 그림책 한 권을 완성할 일만 남았다.
물론 채색을 끝냈다고 해서 그림책 작업이 무조건 다 끝났다고 볼 수는 없다. 채색이 진행될 동안 편집자가 글의 교정 교열을 다시 한번 확인하여 글을 수정하고 작가가 그림 원본을 전달하면 디자이너가 글과 그림이 어우러지게 적절하게 배치하고 보정을 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림책 한 권을 완성하기 위해 채색을 완료하면 작가로서의 임무를 다해냈을 뿐이지 그 이후로 출판사는 작가의 책을 출간하기 위해 정말 바쁘게 움직인다. 짧으면 한 달, 길면 몇 달 동안 편집 과정을 진행한다.
스케치만으로도 작가의 평소 그림 스타일을 알 수 있지만 스케치 단계와 그림책 완성 단계 사이에 있는 "채색 단계"에서는 작가의 그림 스타일과 개성을 한층 더 뽐낼 수 있다.
유화 물감을 사용하여 거침없는 붓터치로 채색을 하거나,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으로 채색을 잘한다거나, 강렬하고 눈에 띄는 색상을 사용하는 등 수작업이든 디지털 드로잉이든 채색 기법은 정말 무궁무진하다.
여러 권의 그림책을 읽다 보면 가끔 수많은 작가들의 그림체들을 몽땅 다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그래서 그림책 작가 지망생들이나 그림 그리기를 취미로 하는 사람들은 여러 채색 기법을 시도해 본다.
같은 그림책 작가여도 여러 방면에서 그림을 시도하여 서로 다른 스타일의 그림책을 내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는 그림책의 분위기에 맞게 재료나 기법을 바꾼 경우이다. 암울하고 슬픈 이야기에서는 연필을 사용하여 흑백으로 그림을 표현할 수도 있고, 서정적이고 포근한 이야기에서는 수채화 물감을 맑고 은은하게 사용할 수도 있다. 만약 세상에 있는 모든 그림책의 그림 기법을 다 잘하고 싶다고 욕심내서 다한다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
안녕달 작가님이나 엔서니 브라운, 구도 노리코 등 유명한 작가들이 그동안 출간하였던 그림책들을 살펴보자.
그 작가만의 스타일이 한눈에 보이지 않는가? 어떤 작가의 그림책인지 몰라도 책을 펼쳤을 때 그림만 봐도 "OO작가의 그림책이다."라고 한 번에 알 수 있다. 이는 단지 그림책 작가가 한 가지 스타일만 잘해서 이를 고집하는 게 아니라 작가가 가장 자신 있어하는 그림 스타일과 함께 잘 표현해 낼 수 있는 주제로 꾸준히 그림책 작업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림책 학교도 다녀보고, 취미미술도 배우면서 꾸준히 그림을 그린다면 여러 그림 기법을 시도를 한 끝에 자신에게 맞는 그림체를 점점 찾아가게 된다. 그럼 그 스타일을 계속 밀고 나가면 된다. 그림을 그리면서 나는 어떤 것을 가장 좋아하고, 어떤 세계관을 가지고 있으며, 잘 다루는 재료는 무엇인지, 어떤 그림체가 나랑 어울리는지 계속해서 탐구해 보며 나만의 개성 있는 그림체를 그림책과 어울리게 만들어보는 훈련을 해보자.
수작업일 경우 종이와 연필, 지우개, 채색 도구들(물감, 색연필, 크레파스 등)이 필요하다.
디지털 드로잉으로 작업할 경우 아이패드는 프로크리에이트, 데스크톱이나 노트북은 포토샵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하여 그린다. 이외에 여러 그림 프로그램들이 많지만 주로 사용하는 프로그램은 두 가지다. 디지털 드로잉 프로그램 안에도 다양한 브러시 종류들이 있으며 캔버스 위에 다양한 질감의 텍스쳐들을 얹힐 수도 있다.
수작업과 디지털 드로잉의 장단점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수작업
- 장점 : 그림의 손맛이 느껴진다, 컴퓨터 프로그램이 익숙지 않은 분들이 작업하기에 용이하다, 디지털 파일과 다르게 실물 자체이므로 보관만 잘해두면 원화를 고이 간직할 수 있다 등
- 단점 : 작업 후 스캔해서 보정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수정 사항이 나오면 처음부터 다시 그려야 할 수도 있다, 채색을 실수해도 처음부터 다시 그려야 할 수도 있다(물론 수정을 할 수 도 있다), 재료 준비와 함께 채색을 위한 세팅을 해야 하고 뒷정리까지 하게 되어 시간이 많이 든다 등
디지털드로잉
- 장점 : 수정이 용이하다(색감 보정, 캐릭터 및 배경 위치 조정 등), 프로그램 안에서 다양한 브러시를 사용할 수 있으므로 그림 재료 준비에 대한 부담감이 없다, 언제 어디서든 패드나 노트북을 들고 다니면서 작업할 수 있다, 스캔 없이 바로 그림 파일을 그림책 자료로 사용할 수 있다 등
- 단점 : 디지털 파일이어서 날아가면 처음부터 다시 그려야 한다(백업은 필수다), 용량을 많이 잡아먹으면 유료로 비싸게 용량을 늘려야 한다(레이어가 많거나 책 사이즈가 크면 용량이 같이 커지는 데다 특히 여러 페이지를 그리므로 용량이 커지는 감수는 해야 한다), 저장을 깜빡하고 안 하면 저장 안 한 부분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등
수작업과 디지털드로잉 둘 다 장단점이 있으므로 가장 자신 있는 방법으로 작업하면 된다.
(필자는 수작업이 익숙지 않아 100% 디지털드로잉만 한다.)
채색 재료를 정하였다면 그림책을 그릴 때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있다.
- 그림책 분위기에 맞게 색감과 톤은 어떻게 사용할 것이며, 그리고 어떤 기법으로 표현할 것인가?
- 채색 시 어떤 부분들을 강조해야 할까?
- 채색한 장면이 한눈에 들어오는가?
그림책 스케치와 마찬가지로 단 한 번에 채색을 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일러스트 한 장을 잘 그리고 싶다면 핀터레스트 있는 무궁무진한 그림 자료들을 수집하여 보는 거도 좋지만 훌륭한 그림책을 만들고 싶다면 색감과 표현 기법이 잘 드러난 그림 스타일과 함께 구도 및 연출, 분위기 등 시중에 나온 그림책들을 레퍼런스 삼아 찬찬히 살펴보면서 그림 연습을 꾸준히 해나가면 어렵게 느껴지는 그림책 작업이 점점 익숙해질 거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