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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작가 Oct 07. 2024

그림책 스토리보드와 더미북 만들기

책 제작에 앞서 썸네일 더미를 만들어보자

그림책 스토리보드 예시


멋진 그림책 이야기 한편을 만들었다면 그림이 들어간 책을 만들어야 한다. 그림책의 글을 잘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글에 어울리게 그림을 잘 그리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한 번에 16장의 그림을 그려낸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일반적인 글을 쓸 때와 달리 짜임새 있는 스토리를 바탕으로 그림책의 글을 쓰는 것이 무척 어렵듯이, 한 장의 일러스트를 그릴 때와 달리 여러 페이지의 그림을 이야기 흐름에 맞게 그려내는 건 쉽지 않다. 글을 읽을 때의 재미도 있어야 하지만 그림을 보면서도 상상력과 흥미를 자극해야 하기 때문이다. 애니메이션 영화를 볼 때에도 물 흐르듯 흘러가는 스토리에 집중하기도 하지만 중간중간에 나오는 재밌는 장면을 보며 함박웃음을 짓기도 하고 자연스럽고 퀄리티 있는 CG, 모션과 더불어 환상적인 배경 등을 영상에 담아 시청각을 자극시킨다.

영화나 만화, 혹은 그림책을 만들 때 보편적으로 이야기 한 편을 구성할 때 사용하는 기본 도구는 바로 '스토리보드'이다. 그림책에서는 이 스토리보드를 바탕으로 한 권의 책을 가제본으로 만든다. 이를 '더미북'이라고 한다.

스토리보드는 한 장의 종이 위에 책의 모든 페이지가 배열되어 있어 그림책의 내용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책의 전체 구조를 짠 다음 각 페이지들이 매끄럽고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시각적인 흐름이 보여야 한다. 


스토리보드 양식을 제작하기 위해 먼저 책의 구조를 먼저 살펴보자.

책은 앞 뒤 표지로 구성되어 있고 앞표지를 넘기면 책에 종이가 붙어 있는 면지가 있고 주로 패턴이 들어가며 때로는 그림책 시작을 알리는 스토리가 펼쳐지기도 한다. 면지를 넘기면 그림책 제목과 함께 작은 그림이 그려진 도비라 페이지가 있다. 그 뒤로 16장 내외의 그림책 이야기가 펼쳐질 속지가 있고 이야기가 끝나면 마지막 페이지에 작가 소개 글이 있고 마지막 면지, 뒤표지 순으로 구성되어 있다.

보통 그림책 내용을 바탕으로 16장 속지만 스토리보드로 제작하기도 하지만 만약 추후에 스토리보드를 바탕으로 실제로 종이를 펼쳐볼 가제본을 사이즈에 맞게 만들게 된다면 표지, 면지, 도비라 페이지도 어느 정도 구성해 놓으면 좋다.



다음 그림처럼 스토리보드는 디테일하게 그림을 그려내기보다 가장 중요한 핵심 요소를 앞에 내세워 이야기의 중심을 끌고 나가게끔 해야 한다.


『월요일 아침에』 스토리보드 예시 / 출처 : 그림으로 글쓰기(유리 슐레비츠)


스토리보드를 제작 시 그림책에서 강조해서 보여줄 부분은 명암을 어둡게 넣거나 선을 진하게 사용하여 주제가 눈에 들어올 수 있게 한다. 정면에서 바라본 구도만 사용하면 그림책이 정적으로 느껴질 수 있기 때문에 그림책에서 움직임이 보일 수 있도록 카메라를 요리조리 움직이며 시점을 달리하여 다양한 각도로 그림을 구상해 본다. 또한 카메라를 멀리 빼서 전체적인 배경을 보여주기도 하고 등장 캐릭터를 강조하여 가깝게 초점을 맞추며 그림책에서 리듬감과 생동감이 느껴져야 한다. 『월요일 아침에』스토리보드를 살펴보면 사람은 러프하게 동그란 얼굴과 긴 몸통으로만 간략하게 그려 어떤 위치에 있고 어디에 있는지 대략적으로 알 수 있으며 특히 앞페이지에서 우산을 쓰고 빗길을 걸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배경도 마찬가지로 건물 외형이나 계단 등을 형태만 알아볼 수 있게 그려 어떤 배경에서 이야기가 펼쳐지며 이야기의 흐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악어도 뽀뽀가 필요해』스토리보드 / 출처 : 핀터레스트


위의 그림책은 『악어도 뽀뽀가 필요해』라는 그림책으로 울퉁불퉁한 몸을 가진 악어도, 가시가 많은 고슴도치도 엄마의 사랑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전달한다. 각각의 동물들의 특징을 살려 보여줄 수 있는 페이지를 보여준 다음 그다음 페이지에서는 동물들을 축소하여 엄마와 사랑을 나누는 모습을 보여주어 반복되는 리듬감을 담아내고 있다. 초반에는 이런 패턴들을 반복해서 보여준다면 마지막 페이지에서는 구도를 다르게 바꾸어 악어 옷을 입은 아이가 엄마의 사랑을 듬뿍 받는 모습을 보여 주며 깊은 여운을 남기며 마무리하고 있다. 이처럼 일정한 리듬감을 살리다가 그림책 연출에 변화를 주기도 하면서 이야기의 핵심 내용이 잘 전달되도록 스토리보드를 만드는 방법이 있다.


썸네일 스케치가 담긴 스토리보드를 만들었다면 실제 책 사이즈에 맞게 혹은 작게 하여 한 페이지씩 종이를 넘길 수 있는 가제본의 책을 만들어 책의 흐름을 생동감 있게 느낄 수 있다. 가제본과 더미북을 만드는 과정은 다음번에 자세히 다루어보고자 한다. 스토리보드를 한 번에 뚝딱 만들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닌 여러 번의 수정을 거쳐 계속해서 다듬어가야 한다. 스토리보드와 러프 스케치 단계에서 제대로 다듬어 가지 않으면 나중에 본격적으로 스케치 작업을 들어간 다음 채색을 진행하다 수정 사항이 많이 나오면 그만큼 시간을 상당히 많이 할애하여 상당히 힘이 많이 빠져 그림책 창작 활동이 지칠 수도 있다. 스토리보드 단계에서 더미북을 함께 만들면서 그림책을 다듬어 나간다면 그다음 단계는 수월하게 작업해 나갈 수 있으니 인내심을 가지고 그림책 스토리보드를 만들어 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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