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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작가 Sep 30. 2024

구체적인 그림책 스토리 만들기

독자를 사로잡는 매력적인 이야기는 무엇일까


저번 글에서는 그림책 스토리를 제작하기에 앞서 그림책의 소재를 찾아 주제를 정하고 그림책의 스토리를 전반적으로 연출하는 기획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였다. 만든 그림책 기획안을 바탕으로 이번에는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제작하는 방법 이야기하려고 한다.


먼저 그림책의 이야기는 누가 전개할까? 바로 주인공이다.

일단 어린아이가 되었다고 가정해 보자. 어린아이가 어른들보다 더 달리기를 잘하거나 혹은 요리를 맛있게 잘할 수 있을까? 어린아이 든 어른이든 세상의 모든 일을 완벽하고 쉽게 해낼 수 없다. 항상 눈앞에 어려운 일이 닥치면 그 일들을 과제처럼 해나간다. 즉, 어렵고 힘든 일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주인공은 완벽하지 않은 캐릭터여야 하며 의지를 갖고 능동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그림책이나 전래동화에서 흔히 권선징악의 교훈을 얻는다. 어린아이들은 교육을 통해 올바른 방향으로 성장하기 때문에 주인공은 인간적이며 선한 인상을 줘야 한다. 그 외에도 주인공은 이야기를 통해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개성 있고 매력적이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이는 주인공을 설정할 때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사항이고 주인공마다 외모, 성격, 주변 관계, 처한 환경 등특징은 정말 다양하기 때문에 그림책 제작에 앞서 이를 세부적으로 설정하고 주인공을 중심으로 주변 등장인물과 캐릭터 등도 고려하여 만들면 된다.


그림책 속에 등장하는 멋진 주인공을 만들었다면 줄거리를 세부적으로 쓰기에 앞서 주인공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도입, 전개, 결말로 나누어 이야기의 전체적인 구조를 만들기 시작한다.

그림책에는 핵심 사건과 주제,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존재한다. 한 가지 이야기를 집중해서 풀어나가다가 다른 길로 세면 그림책의 내용을 제대로 전달할 수 없다. 일단 도입 부분에서 사건의 발단이 된 원인에 대해 적어보고 사건을 해결하고 풀어나가는 과정이 담긴 전개 부분을 깊이 있게 만든 다음 사건을 해결하여 어떤 결말로 도달했는지 생각해 보며 한 가지 사건을 중심으로 3단 구조로 이야기를 구상한다. 이야기를 제작 시 각 단계별로 고려해야 할 사항들은 다음과 같다.




도입 

주인공(누가)이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하고, 왜 그 행동을 하고 원하는 게 무엇인지 육하원칙에 맞춰서 작성한다.

처음 시작하는 내용은 간결하게 구상하며 늘어 뜨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그림책은 보통 16면으로 이루어져 이야기 흐름이 짧고 간결하기 때문에 도입 부분이 너무 길어지면 독자들은 지루해할 수도 있다.

그러면 전개 부분은 당연히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사건을 풀어나가는 과정이 너무 짧거나 개연성이 떨어져 이야기의 재미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첫 장에 이야기의 핵심 캐릭터와 그림책의 전체적인 배경을 보여주어 그림책의 분위기나 주제를 짐작할 수 있게끔 하고 동기 부여가 되도록 흥미 요소를 넣는다. 또한 첫 페이지를 딱 펼쳤을 때 독자가 다음에 펼쳐질 내용을 궁금해할 수 있도록 관심을 유도해야 한다.


전개

도입 부분에서 흥미를 이끌고 그림책의 시작을 이끌었으면 본격적으로 주제에 맞게 재밌는 이야기를 만든다. 주인공에게 문제 상황이 발생하면 주인공의 의지와 주변 캐릭터들의 도움으로 사건을 풀어나가야 하는 과제가 주어진다. 결말까지 도달하기 위해 이야기의 흐름이 갑자기 뚝 끊기거나 또 다른 새로운 이야기가 추가되지 않게 주의하고 이야기가 전체적으로 논리 정연하고 매끄럽게 이어지도록 짜임새 있게 구상한다.

비슷한 이야기 요소들을 반복적으로 넣거나 이야기의 영역을 점점 확장시켜 보기도 하고 생각지 못한 반전이을 이끌며 전개를 다양하게 해 본다. 특히 절정 부분은 그림책에서 사건을 마무리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단계이므로 이야기의 흥미를 최대치로 이끌고 결말이 예상이 되지 않게 호기심을 유발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결말

그림책 이야기를 만들다 보면 이야기를 전개하는 도중 막히는 일이 있다. 도입, 전개, 결말 순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도 좋지만 전개 부분의 이야기가 구체적으로 떠오르지 않는다면 먼저 결말부터 생각해도 좋다. 기획안에서 "이야기를 이렇게 시작해서 이렇게 끝을 맺는다."라고 대략적인 줄거리를 만든 후 도입과 결말 부분을 먼저 채워본다. 특히 전개 부분에서 이야기를 잘하다가 결말 부분을 제대로 풀어내지 않으면 책을 다 읽고 덮고 나서 무슨 책을 읽었는지 기억에 남지 않을 수 있으므로 결말 부분에서 문제와 사건은 깔끔하게 해결하고 이야기를 잘 정리하여야 한다.

아이들은 그림책을 한 권을 다 읽고 행복과 기쁨을 느낀다. 그렇다고 무조건 해피엔딩으로 끝내기보다는 여운이 남게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아니면 결말을 완전히 끝내기보다 독자가 결말 부분을 상상할 수 있도록 열린 결말을 만들 수도 있다. 결말 부분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교훈을 직접적으로 보여주기보다 이야기 속에 반영하여 아이들이 그림책을 통해 깨달음을 얻으며 이야기 속 핵심 주제를 찾아내면 정말 멋진 이야기 한편이 될 수 있다.



그림책 <크림별 선인장>을 예시로 스토리를 도입, 전개, 결말 순으로 어떻게 풀어나갔는지 예시로 보여주려고 한다. 이 이야기의 소재와 주제는 4화에서 다룬 적이 있으므로 생략하겠다.


도입


크림별에는 몹시 추운 겨울이 찾아왔어요. 온도도 습도도 알맞게 유지되는 온실은 따뜻하게 보내기 좋지요.

그런데 하얀 눈이 어떤 맛이고 어떻게 생겼는지 선인장들의 호기심은 점점 커졌어요.

선인장 친구들은 온실 밖으로 나가고 싶어 하지만 주인아저씨는 단호하게 안된다 하며 온실 문을 쾅 닫고 나가버렸어요. 아저씨가 너무하다는 선인장 친구들, 과연 선인장 친구들은 온실 밖으로 나가 하얀 눈을 볼 수 있을까요?



주인공 : 선인장이

언제 : 한 겨울에

어디서 : 온실에서

무엇을 : 바깥에 나가고 싶다고

어떻게 : 주인아저씨에게 부탁한다.

왜 : 하얀 눈이 궁금해서



전개


주인아저씨의 거절에도 선인장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주인아저씨 몰래 바깥을 나가려고 계획을 짭니다.

일단 추운 겨울을 보내기 위해서는 따뜻한 옷이 필요해요.

온실과 가게를 연결하는 유리 통로를 통해 옷가게와 꽃집을 들려 각각 스웨터와 화분 옷을 입어봐요.

스웨터를 입었더니 가시들 때문에 올이 풀리거나 찢어지고, 화분 옷을 입었더니 너무 무거워서 앞으로 넘어지다 쨍그랑! 깨져버리고 말았어요.

주인아저씨는 이 소리를 듣고 선인장이 한 일들을 알아차렸고 선인장들은 옷가게와 꽃집에 들러 주인에게 사과를 하고 어지럽혀진 가게를 청소하였어요.

선인장들은 이제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주인아저씨도 선인장을 혼내니 마음이 편치 않았어요. 따뜻한 온실에서만 지내는 선인장들이 추운 한 겨울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좋은 생각이 떠올라 주인아저씨는 선인장들의 다양한 체형을 고려하여 멋진 지푸라기 옷을 만들어 선물해 주었어요. 가시에 찔려 찢어지지도 않고, 무겁지도 않은 멋진 겨울 옷이었죠. 선인장들은 아저씨가 준 옷이 마음에 들었는지 각자 맞는 지푸라기 옷을 꺼내 입어보고 아저씨에게 감사 인사를 하였어요.



전개 5단계

전개 1 : 선인장들은 주인아저씨 몰래 바깥을 빠져나왔다.

전개 2 : 옷가게와 꽃집을 들려 몰래 옷을 입다 스웨터와 화분을 망가뜨렸다.

전개 3 : 주인아저씨에게 잘못이 들통나 크게 혼나고 가게 주인들에게도 잘못을 사과하였다.

전개 4 : 혼난 선인장들은 크게 풀이 죽었고 이를 안쓰럽게 본 주인아저씨도 선인장들이 겨울을 보낼 방법에 대해 고민한다.

전개 5(절정) : 주인아저씨는 선인장의 체형에 맞게 지푸라기 옷을 만든다. 가시에 찔려 찢어지지도 않고, 무겁지도 않아 선인장들이 입기 딱 좋은 옷이다.



결말


선인장들은 신나게 들뜬 마음으로 바깥세상으로 나갔어요. 신나게 눈 놀이도 하고 행복한 겨울을 보냈답니다.



희망적인 메시지 : 무뚝뚝한 주인아저씨도 선인장들의 소원을 들어주고 선인장들은 바깥에 나가 하얀 눈을 보며 행복한 겨울을 보낼 수 있었다.

전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 : 불가능한 일도 가능하게 만드는 건 '마음'이다. 단순히 무조건 안된다고 하기보다 아이들이 원하는 건 무엇인지 아이 입장에서 생각해 보고 새로운 도전과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옆에서 응원해 준다.





그림책의 소재와 주제를 정한 후 이야기를 매끄럽게 풀어나가는 건 사실 정말 어려운 일이다. 도입 부분을 흥미롭게 시작하여 전개 부분에서 흐름이 막혀 결말까지 완성을 못할 수도 있고 이야기를 열심히 풀어나가도 핵심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수도 있으며 이야기를 쓰다가 사건과 사건 사이를 논리적으로 매끄럽게 풀어내지 못해 이야기를 읽다 의문만 남길 수도 있다. 그러면 이렇게 만든 이야깃거리들은 쓰다 말고 버려진다. 그림책 이야기를 만들 때 여러 개의 이야기를 쓰기보다 이야기 한 개만 집중해서 쓰는 경우가 있다. 오히려 이야기 한 개에만 집중하다 보면 분명 다른 이야기들도 기발하게 만들 수 있는데 한 이야기 안에 갇혀버려 제대로 된 아이디어를 떠오르지 못할 수도 있다. 이야기를 아무리 써 내려가도 도저히 해결책이 안 보인다면 다른 방향으로 주제를 바꾸어 내용을 전개하거나 요리조리 바꿔도 이야기가 제대로 완성되지 않는다면 과감히 버리면 된다. 그러고서 또 다른 소재와 주제들을 생각해 내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면 된다. 재밌는 이야기가 떠오른다면 이야기가 생뚱맞거나 앞뒤가 안 맞더라도 일단 스마트폰 메모장이나 노트에 바로 적어둔다. 기억력이 좋다고 단순히 생각만 하고 적어두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하더라도 머리를 쥐어짜 내도 생각도 안 난 채 내 머릿속에서 떠올린 이야기들은 조용히 사라질 수도 있다. 여러 이야기들을 적어두면 그중에서 이야기로 잘 풀어낼 수 있는 글감이 보일 것이다. 그러면 그 글감을 집중해서 이야기를 디테일하게 살려 그림책 원고로 만들어보자. 만약 이야기를 너무나 잘 만들었다 생각하여 출판사에 원고를 투고하면 물론 통과가 될 수도 있지만 마음 아프게 거절당하거나 출판사로부터 메일을 못 받을 수도 있다. 그러면 이야기의 방향을 그림책으로 적절하게 다시 수정하거나 잠시 보류해서 넣어두고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면 된다.


그림책 이야기가 떠오르지 않아 막막하다면 잠시 내려놓고 휴식을 취할 수도 있고 여행을 가기도 하며 체험 활동을 하는 등 우리 주변에 새로운 것들을 많이 경험하고 다양한 그림책들을 접하여 읽으면 여러 이야깃거리들을 많이 모을 수 있다. 그림책의 스토리를 다 만들었다면 다음번에는 스토리에 맞게 그림을 스케치하는 과정에 대해 다루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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