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작가로 활동한 지 어느덧 2년의 시간이 흘렀다. 앞으로 출간 예정인 그림책들도 삽화 작업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SNS에 꾸준히 그림을 그려서 업로드해서 그런지 여러 출판사에서 삽화 의뢰 건으로 연락을 하여서 기회를 많이 잡을 수 있었다.
사실 글과 그림을 둘 다 창작한 그림책이 시중에 한 권 밖에 나오지 않았고 주로 일러스트를 전문적으로 그려와서 그림책 작가보다는 일러스트레이터에 가깝다고 생각하여 네이버 인물 정보에도 직업을 "일러스트레이터"라고 표기하였다.
이전 글에서 얘기했듯이(5화 참조) 일러스트 작가들은 글작가와 협업하여 그림 작업을 도맡아 하게 되면 추후에 내가 직접 글도 써서 그림까지 그린 그림책을 출간하고 싶다는 소망을 가지고 있다. 반면에 그림은 정말 잘 그려내는데 스토리를 창작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느껴 책의 그림 작업만 꾸준히 해오는 작가들도 있다. 반대로 글 작가도 마찬가지다. 글을 쓰고 스토리를 만드는 능력은 뛰어난데 그림 실력이 부족하여 글을 완성해서 쓴 다음 그림 작가들에게 그림책 삽화를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 나 같은 경우 지금 당장은 그림만 그려도 언젠가는 내가 직접 스토리를 쓰고 그림도 함께 그려 두 번째, 세 번째 창작 그림책을 내고 싶은 마음이 있다.
<크림별 선인장>을 출간한 이후 또 다른 창작 그림책들을 기획하는 중이다. 일단 그림보다 중요한 건 완성도 있는 스토리여서 그림책 글 원고 작업을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
글 원고 주제와 소재는 5-6가지로 정한 다음 그림책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스토리를 먼저 구상하였다. 평소에 그림책을 포함해 책을 많이 읽지 않아서 그런지 그림책의 주제를 정하였어도 책의 내용을 어떻게 논리적으로 매끄럽게 써 내려갈지 고민을 많이 하여 글을 쓰다가 막히는 일이 태반이었다.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는 도중 앞에 있는 수많은 차들이 길을 막아 언제쯤 톨게이트를 완전히 빠져나갈지 한없이 기다리는 거 같았다.
앞뒤가 안 맞거나 내용이 다소 빈약해 보여도 일단 원고는 끝까지 완성하여 몇몇 출판사에 투고를 해보았다. 그러나 책을 낸 이후로 다음 그림책을 계약하기란 결코 쉽지 않았다. 대부분의 출판사들이 추구하는 그림책의 방향이랑 맞지 않다고 반려를 시키거나 답장이 안오기 일수였다.
답답한 마음에 그림책 원고를 쓰다가 펜을 잠시 내려놓고 도서관에 직접 가서 그림책을 읽다 오고 하루에 그림책을 5권씩 빌려와 집에서도 그림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림책은 읽는데 길어야 5-10분 정도의 시간이 걸리니 하루에도 충분히 여러 권의 책을 읽을 수 있다. 그래서 몇 달 동안 시간 나면 틈틈이 여러 장르의 그림책을 읽어왔다. 그림책을 읽다 보니 서로 다른 개성 가득한 그림책이어도 스토리에서 보이는 일련의 규칙들이 보였다. 보통 그림책을 읽는 연령층은 대략 5-7세이다. 그래서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교육적이거나 교훈적인 내용이 그림책에 녹아들어가 있고 책을 읽다 보면 아이들의 흥미를 자극시키는 창의적인 이야기들과 더불어 공감을 충분히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그림책의 이야기들을 도입, 전개, 결말에 맞추어 논리적이고 개연성 있게 풀어나갔다.
여러 그림책들을 읽어 나가다 보니 내가 그동안 창작했던 그림책들을 다시 한번 자기 객관화를 하여 냉정하게 바라볼 수 있었고 앞뒤가 안맞아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들이 명확하지 않을 때 어떻게 고쳐나가야 할지 깊이 있게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여러 원고들 중에서 한 개의 원고는 나름대로 방향이 잡혔다. 그러나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너무나도 멀게 느껴졌다. 수많은 그림책 더미북들이 매일매일 여러 출판사에 투고되는데 내가 만든 그림책이 원석처럼 빛을 발할 수 있도록 준비단계가 많이 필요하였다. 그래서 그림책을 만드는 노하우가 담긴 책을 읽고 지금보다도 더 많은 그림책과 여러 문학 책들을 꾸준히 읽어나가며 글을 쓰는 안목을 기를 뿐만 아니라 그림책에 그려진 그림들의 구도와 연출들을 자세히 살펴보며 그림에 대한 연구도 끊임없이 하는 중이다.
일러스트레이터가 그림책 스타일에 맞게 그림을 잘 그리면 그림책의 그림 작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으며 설령 수정 사항이 많이 있거나 어려운 작업이더라도 언젠가는 완성까지 도달할 수 있으니 충분히 그려낼 수 있다. 가장 발목을 잡는 건 스토리를 창작하는 일이고 글과 그림이 함께 들어간 그림책 더미북을 투고하여 출판사를 통해 출간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그림책 한 권을 투고하기까지 짧으면 1년, 길게는 3-5년이 걸릴 수도 있다. 그래서 유명한 그림책 작가들이나 베스트셀러 그림책들만 보면서 저분들은 매년 꾸준히 그림책을 수월하게 출간해 오는데 왜 나는 안되지라며 좌절하면 안 된다. 그런데 이렇게나 투고가 어렵다지만 그림책들은 매년 여러 출판사에서 꾸준히 출간하고 있으며 오래전부터 있었던 그림책들까지 다 포함하면 시중에 나온 그림책들은 생각 외로 많다. 수많은 책들 사이에서 힘들게 작업해서 책을 한 권 냈다 하더라도 들어오는 인쇄는 작고 귀엽다. 게다가 1쇄 출판으로 끝낸 후 2쇄, 3쇄의 길은 머나먼 길이 될 수도 있다. 오죽하면 '1쇄 작가'라는 타이틀은 이러한 이유로 흔히 듣는다. 그렇지만 그림책은 말 그대로 창작 작품이다. 단순히 시중에 많이 팔아 돈을 벌려는 목적이 아닌 순수하게 창작활동을 좋아하고 즐거워하는 마음으로 임해야 더 좋은 작품이 나온다.
내 그림책이 출판사에서 선택이 되지 않았다고 좌절하거나 앞으로의 투고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한다. 계속해서 객관적인 시선으로 내 작품을 바라보며 수십 번이고 고쳐 나가야 한다. 만약 투고가 쉽지 않다면 출판사나 협회에서 주최하는 공모전에 출품할 수도 있으니 여러 기회들을 열어놓고 도전해 보자. 투고까지 몇 년이 걸려도 괜찮으니 앞으로 작업할 책을 길게 내다보며 서서히 완성도 있게 다듬어가면 된다.
그리고 그림책 관련 공부도 꾸준히 하고 그림책 만드는 연습도 열심히 해나가며 더 멋진 그림책 작가로 성장해 나가길 바란다.
p.s. 첫 창작 그림책을 출간한 후 차기 창작 그림책 작업은 언제하게 될 지 까마득하다. 나도 여러 번 투고에 실패하였고 지금 만드는 그림책 더미북도 앞으로 투고에 성공할 것이라고 장담하지 못한다. 그렇지만 창작 그림책은 더이상 안나오겠지라는 불안한 마음을 접어두고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마무리 할 무렵에 아직 하다 못한 원고 작업에 마저 힘쓰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