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밖에 내 그림책을 내놓는 방법
비록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지 않아도 내가 만든 그림책을 처음으로 출간하여 서점 대형 매대에 올라오는 거만으로도 큰 행복이 아닐 수 없다. 출판사에서는 신간으로 내놓은 책을 홍보하기 위해 sns로 서평단 추첨 이벤트를 진행하고 이에 당첨된 사람들은 책에 대한 후기를 블로그에 기록한다. 일반 독자뿐 아니라 책을 전문적으로 홍보하는 분들이 책의 대략적인 줄거리와 함께 작가에 대해 소개글을 올려 그만큼 홍보 효과가 더 커져 그림책 강연도 들어오고 반응이 좋으면 *북스타트에도 선정될 기회를 얻으므로 책을 출간하면 많은 이점이 있다.
*북스타트 : 북스타트코리아와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펼치는 지역사회 문화운동 프로그램으로 40여 개 이상의 국가에서 실시하고 있는 세계적인 프로그램이다.(출처 : 북스타트 홈페이지)
그림책은 보통 창비나 길벗 같은 대형출판사나 혹은 여러 소규모 출판사를 통해서만 출판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여 더미북을 만들고 나서 여러 출판사에 문을 두드려 투고 메일을 많이 보낸다. 그러나 사실 이 수많은 투고된 그림책 원고들 사이에서 출간까지 이어지는 작품은 약 1%에 불과하다. 주변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이 '신인 작가는 애초에 투고해도 잘 안 받아준다, 기성작가 중에서도 책이 지속적으로 반응이 좋아야 받아준다.'라고 흔히 얘기한다. 정말 사실일까? 어느 정도는 맞다고 본다. 특히 글과 그림을 둘 다 작업하는 신인 작가는 투고를 통해 계약의 문턱까지 넘는 건 결코 쉽지 않다. 나처럼 이미 책을 출간한 경험이 한 번쯤 있거나 다작을 하여 책을 많이 낸 기성 그림책 작가들도 여러 곳에 투고해도 원고 중 몇 개는 반려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어차피 투고해도 잘 되지 않는데 이걸 붙잡고 해야 할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심지어 나는 대형 출판사에서 나의 작품을 보고 먼저 컨택하여 투고의 기회를 여러 번 주었으나 글 쓰는 실력이 아직까지도 많이 부족하여 결국에 계약 성사는 무산되고 다른 출판사에도 여러 번 도전했으나 수없이 많이 떨어졌다. 지금은 글과 그림을 같이 진행하는 작업은 잠시 내려두고 출판사에서 부탁한 그림 삽화 작업만 하고 있다. 글을 창작하는 것에 대해 자신감이 많이 떨어진 데다 더 이상의 용기가 나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창의적인 글을 잘 쓸지 고민을 많이 해보기도 하고 계속해서 아이디어를 떠올리기 위해 매일매일 노트에 생각나는 대로 기록하기도 하였다. 분명 나 같은 그림책 작가 지망생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투고를 두려워하는 작가 지망생들에게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내가 만든 그림책이 언젠가 빛을 발할 것이고 운 좋게 투고에 성공해서 계약까지 갈 수도 있으므로 가능성을 열어두고 용기 있게 그림책 더미북 투고를 해보라는 것이다.
출판사에서는 새로운 그림책 출간을 위해 언제나 창작자들의 그림책을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출판사에서 매년 창작 그림책 공모전도 개최하고 투고문의메일도 항상 열려있지 않은가? 투고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글과 그림이 상품성 있는 그림책으로 완성되어 있어야 한다. 적어도 스토리만큼은 제대로 만들어서 출판사 담당자들을 사로잡아야 한다.
그림책을 출간하는 방법은 출판사에 투고한 후 출판사와 계약하여 출간하는 방법뿐만 아니라 다양한 경로가 있다. 앞서 말했듯이 공모전에 작품을 출품하고 수상하여 주최 기간을 통해 책을 내거나 그림책 아카데미에서 전문적으로 책 제작을 배워 책 한 권을 창작해서 학원에서 책 출간을 도움받거나 혹은 sns나 브런치 플랫폼에 꾸준히 그림과 글을 올려 출판사 담당자에게 제의를 받아 출간하는 방법도 있다.
따라서 상품성 있게 책을 잘 만들었다고 생각하면 아래의 방법으로 책 출간에 도전해 보자.
공모전은 수상 결과가 나올 때까지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하고 학원을 안 다니고 독학으로 책 제작이 가능하다면 상시로 출판사에 투고 메일을 보낼 수 있다. 이때 책을 완벽하게 완성해야 투고가 가능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더미북 형태로만 러프하게 보여도 괜찮다. 어차피 출판사와 계약을 하게 되면 그림을 수정해 달라고 부탁을 안 할 수가 없다. 하물며 계약을 한 후 완성된 그림책을 바로 출간하지 않고 그림을 처음부터 다시 그려달라고 할 수도 있다. 그림책 그림을 그리는데 시간이 많이 할애되므로 스토리는 완벽하게 완성하되 그림은 형태를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만 스케치를 해서 보여주면 된다. 더미북은 실물 형태가 아니어도 여러 장면을 pdf 파일로 압축하여 보여주면 된다. 이때 작가의 스타일을 보여줄 수 있는 완성된 샘플 컬러링 1-2장이 들어가야 하고 나머지 페이지는 러프한 스케치 시안으로 그려서 더미북 파일로 만든다.
더미북을 만들었으면 출판사에 pdf 그림책 더미북과 함께 투고 문의 메일을 보내고 약 2-3주간 기다리면 된다.
출판사에 메일을 보낼 시 유의할 점
“안녕하세요, OO입니다.”라고 보내기보다 “[이름] 안녕하세요, 그림책 <OOO> 투고합니다.” 구체적으로 제목을 작성한다.
내용은 예의 바르고 정중하게 작성하고 더미북에 대한 줄거리를 메일 내용에 간략하게 작성하여도 좋다.
메일을 보낼 때 받는 사람 칸에 여러 출판사를 한꺼번에 써서 한꺼번에 보내지 않는다.
완성된 pdf 파일과 글로 작성한 원고도 함께 보낸다.(글 원고는 꼭 제출해야 한다.)
투고가 반려되었더라도 이야기와 그림은 끊임없이 수정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연구하는 자세를 가진다.
출판사들도 분명 교류를 하기도 한다. 따라서 메일 내용을 너무 똑같이 복사 붙이기로 성의 없이 작성하지 않도록 한다.
*대형 출판사와 함께 그림책 작업을 할 때의 장단점
큰 출판사인만큼 책을 출간하면 홍보 시너지를 올릴 수 있고 계약금 및 인세를 더 높게 책정받을 수 있으며 책 계약 공정이 투명하다. 그러나 여러 수많은 책을 작업하다 보니 개별 작가들에게 신경을 많이 못써줄 수도 있으며 책 출간이 한참 미뤄지는 경우도 있다.
최근 여러 출판사들이 매년 그림책 공모전을 개최하며 공모전에서 수상을 하면 출간의 기회를 바로 잡을 수 있다. 투고할 때 보내는 더미북과 달리 최대한 완성된 형태의 그림책으로 출품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그림책 한 권을 제작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므로 공모전의 기간은 개최 통보를 한 후 보통 3개월에서 6개월 정도로 기한을 잡는다. 투고가 어렵다면 여러 출판사에서 진행하는 공모전의 기회를 잡아보자. 사단법인 와우컬처랩에서 개최하는 '상상만발책그림전'도 있고 현북스에서 주최하고 앤서니 브라운과 한나 바르톨린이 최종적으로 심사하는 '앤서니 브라운 그림책 공모전' 등도 있다.
그림책을 독학하여 글과 그림을 창작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비전공자이거나 신인 작가일 경우 그림책 학원에 다니면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책을 제작할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 '한겨레 그림책 학교', 'SI 그림책 학교', '꼭두 일러스트 교육원' 등이 있다. 학원마다 추구하는 교육목표와 책의 분야별로 가르치는 내용이 다르므로 웹사이트에 들어가서 자신에게 맞는 커리큘럼을 확인하고 선정하여 기간 안에 수강신청을 하면 된다. 교육기간은 보통 짧게는 6개월, 길면 1년 몇 개월인데 학원을 다니면서 부족한 부분은 자세히 피드백을 받고 그림책 한 권을 완성하는데 목표를 두면 공모전 출품 기회를 얻을 수 있고 출간을 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과거에는 싸이월드와 페이스북이 한창 유행했다면 요새는 수많은 사람들이 인스타그램 활동을 단연코 가장 활발하게 하고 있기 때문에 인스타그램에 꾸준히 콘텐츠를 올려 자기 pr를 해야 한다. 만약 글과 그림을 둘 다 섭렵하기 어려워서 그림 작가 중에 글 대신 그림책 일러스트를 주로 그리고 싶다면 인스타그램에 개인 그림들을 최소 1주일에 1-2 작품씩 올려보도록 하자. 대중들의 반응이 좋거나 출판사의 시선을 사로잡으면 출판사에서 그림책 원고 기획안을 보내며 그림 제안을 먼저 부탁하기도 한다. sns 계정과 더불어 내 그림 작업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개인 포트폴리오 사이트나 산그림 페이지는 만들어 놓도록 하자. 특히 산그림은 일러스트레이터들의 작품들을 한데 모아 볼 수 있는 사이트로 출판사에서 산그림을 통해서도 그림 작가들을 많이 찾는다. 작가 등록을 위해 회비를 10만 원 정도 납부하고 포트폴리오로 50개의 작품을 제출하면 작가의 개인 사이트가 생긴다. 심지어 그림책을 출간하면 그림책 박물관에 내가 만든 그림책도 함께 자동으로 등록이 된다.
이 밖에도 그림책을 출간하는 방법은 다양하게 있다. 인쇄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전자책 POD로 출간할 수도 있고, 텀블벅을 통해 펀딩을 진행하여 독립출판 및 자비출판으로 출판사 없이 책 제작 과정에 모두 참여하여 그림책을 만들 수도 있고, 하물며 내가 직접 1인 출판사를 세워서 출판하는 경우도 있다.
당장 그림책은 내고 싶은데 투고에 실패했다고 하여 좌절하지 말자. 그림책은 오랜 시간에 걸쳐 긴 호흡을 가지고 임해야 하는 작품이다. 내가 만든 그림책을 한참 뒤에 다시 꺼내서 보면 분명 수정해야 할 부분이 보인다. 계속 수정해서 다듬어 나가다 보면 괜찮아 보일 수도 있고 도저히 어떻게 수정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생각이 들면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그림책을 다시 제작하면 된다. 그림책 창작을 위해 계속해서 끊임없이 생각하고 작업을 꾸준히 이어나가면 언젠가는 출간할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거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