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보다는 나을 겁니다.
또, 공황발작이 왔다. 정말 느닷없이, 뜬금없이.....
빠르게 호흡하고 있다는 걸 또 눈치채지 못했던 걸까. 원인을 알지도 못한 채 증상을 완화시키려고 애를 썼다.
증상은 응급실 갔을 때와 똑같았다. 놀라고, 무서웠다. 저번에 공황발작에 대해 알아보며 얻었던 정보들을 떠올렸다. 뇌에 문제가 생겼다던가 건강에 큰 이상이 생긴 게 아니라, 마음의 병이 신체화되어 나타난 것이라며 스스로를 안심시키려고 애를 썼다. 그래도 당장은 정말 죽을 것같은 증상에 괴로웠다. 고통스러웠다. 그때, 심리상담센터에서 배운 걸 떠올렸다. 배운 대로 호흡하며 주변을 둘러보는 행동을 반복했다. 혈당도 같이 떨어진 것 같아서 물에 젖은 듯한 몸을 어렵게 일으켜 막대사탕을 꺼내 부랴부랴 입 속으로 넣었다.
여러 노력을 하며 진정되기를 기다리니 증상이 완화되고 있는 게 느껴졌다. 이번에도 손, 발이 저리고 감각이 없는 것과 두통이 가장 늦게 괜찮아졌다. 완전히 괜찮아지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진이 다 빠졌다. 멍 - 하게 있다가 분명히 전조증상과 원인이 있을 거다라는 상담사의 말이 떠올랐다. 이번에는 무엇때문이었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누구든 그렇듯이 결혼준비하며 싱숭생숭하는 마음과 정신없음 그리고 결혼준비하며 더 외롭고 가족들이 미웠던 것과 여전히 화해의 의지를 보이지 않고 나 몰라라 하는 가족들에게 또 상처받고 속상해했던 마음에 시선이 갔다. 그리고 표현을 했는데도 여전히 수용받지 못해 슬퍼하는 모습과 외로움과 소외감, 속상함, 슬픔에 힘들어하면서도 괜찮은 척하던 내가 떠올랐다. 그래서 탈이 났던 거구나.
또 내가 힘들어하고 있다는 걸 이 지경이 되도록 알아채지 못하고, 애써 괜찮은 척 했다. 또 호흡이 빠르다는 걸 인지하지 못했다. 이 지경이 되도록.
여전히 좋진 않지만, 열심히 잘 회복해나가고 있었는데 다시 심각해지는 건 아닌지 두려웠다.
동시에 예전에 다른 곳에서 상담을 받았던 상담사의 말이 떠올랐다.
나은 방향으로 가려는 것 같은데, 똑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또 불안도가 심해질까봐 걱정된다. 그래서 주저하는 것 같다, 어느 드라마에서처럼 병원에서 사회로 나가기 전에 괜히 안 좋은 체하고, 주저하는 그 상황이 딱 나의 마음인 것 같다는 내 말에 상담사는 그래도 전보다는 나을 거다라는 말을 들었다.
전보다는 나을 거다. 그 말과 응급실에 가지 않아도 나의 노력으로 발작을 진정시킨 내가 오버랩되었다.
정말 전보다는 나아졌구나.
돌이켜보면, 전보다 나아진 게 또 있었다.
무조건 피하지 않았다. 전에 상담 받은 곳에서 경보기 소리를 유튜브로 계속 들으며 명상하는 훈련이 도움이 되었던 건지, 이사 와서도 계속 상담을 받은 게 도움이 되었던 건지, 나를 의심하지 않고, 나조차도 나를 긴장되게 압박하던 걸 내려놓고,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고 이상한 사람이 아니다, 건강하고 정상이다, 용기있는 사람이다, 강한 사람이다 라는 말들을 들어서인지, 나의 과거 상처를 들여다보고, 표현하고, 부딪히고, 브런치에 글로 남기는 행동 등 여러 요인들이 쌓아올라가며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건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소방점검할 때도 (맞서려던 게 두 번째긴 하다) 밖에 나가지 않으려고 했다.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텨보았다. 경보기 오작동 안내방송이 나왔을 때에도 첫 번째는 오작동이라는 안내방송이 나오는데도 안심하지 못하고 밖으로 나갔다. 그러나 두 번째에는 오작동이라는 안내 방송을 듣고 나가지 않고 안심하려고 노력했다.
상담사에게 무조건 피하지 않고 맞서려고 한 것, 버텨보라고 한 것은 잘한 거라고 칭찬도 들었다.
이 말은 불안을 무조건 회피하지 않고, 부딪혀볼 줄 안다는 것. 맞서서 제대로 본다는 것, 조절해보는 것, 불안 속에서 안정을 찾으려고 한 건 정말 나는 나아지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는 걸로 들렸다.
여전히 불안하고, 두렵고, 잠을 못 이루고 (원래 불면증이 있긴 했지만), 불안해하지 않으면 무슨 일이라도 생길 것처럼 강박처럼 불안해하긴 한다. 여기서 더 나를 무너지게 하는 일이 생기면 내가 어떻게 될지 두렵고 자신도 없다. 하지만 일단 현재만 생각한다면 전보다는 나아진 건 확실했다.
또 무슨 일이 생기려고 이러나.
여기서 더 힘들게 또는 고통스럽게 하면 난 정말 모든 걸 포기할지도 모른다.
더 무너지면, 이젠 다시 일어나지도 못 할 것 같다. 제발 더는 나를 아프게 하지 말길....
난 이제 너무 지쳤어.
라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버텼던 것 같다.
그래서 인간에게 안전에 있어 위협을 받는 상황에 노출되면서 더 이상 스스로를 컨트롤 할 수 없었던 것 같다. 이는 불안이 곧 강박처럼 되어서 하루라도 불안을 내려 놓지 않으면 무슨 일이 생길 것처럼 굴었다.
이는 자기의심과 자기비하, 난 나약하다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거였다.
그래서 상담센터 두 곳 다, 나에게 강조한 건 같았다.
이상한 사람이 아니에요.
가족 중에서 가장 정상이고, 가장 건강한 사람이에요.
대단한 사람이에요.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에요.
방향을 잘 잡고 잘 가고 있는데..
안에 있는 감정과 생각들이(였었나?) 스마트해요.
강한 사람이에요.
강하다고 해서 힘들지 않은 건 아닙니다.
예민한 게 아니라 섬세한 거고, 재능이에요.
이렇게 분석을 잘 하니 크게 걱정을 안 하는 거에요.
단순히 나를 복돋아주려고, 칭찬해주려고 하는 말들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모두 다 깊은 뜻이 있었던 거다.
너무 위축되어 있고, 억압되어 있고, 스스로를 의심하고,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면서도 눈치보며 살아온 나를 간파했던 듯 하다. 일단 이것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판단했나보다.
비록 상처와 결핍은 치유되지 않았지만, 그 부분이 좋아진 덕에 나름대로 나의 불안과 우울을 컨트롤할 수 있게 되었다.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에서 그랬듯이,
마음의 병은 완치가 어려울 것이다. 더욱 아주 어릴 때부터 오랫동안 곪을 대로 곪아있었으니. 더욱이 지칠 대로 지치고 진저리가 났다는 건 한계를 이미 넘어선지 오래라는 뜻이다.
그러니 더더욱 치료가 완벽히 되는 건 불가능할테다.
이렇게 나름 컨트롤을 잘 하다가도 잘 못하는 때도 있고, 다시 심각해지기도 한다.
좋아졌다가, 나빠졌다가를 반복하겠지만 넓게 보면 전보다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와 제대로 마주하기를 했는데도 다시 난관에 부딪히고, 혼자 하느라 놓쳤던 것을 발견하고
깨달았던 것을 망각하고, 또 나를 자책하기도 하고, 가족들이 본인의 잘못을 내 탓으로 돌리는 데에 휘둘리고, 다시 예전의 나로 돌아가려고도 했음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그 과정을 거쳐 안정기에 접어들었다는 말을 들은 것처럼 그렇게 나는 조금씩 나아질 거라 믿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