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브랜드와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긴 기다림 끝에 베이글 맛집으로 유명한 어느 매장에 들어갔다.
벽돌로 된 벽면, 우드가 중심인 인테리어, 브랜드의 마스코트 인형이 보였다.
쇼핑몰 안에 있던 그 매장은 다른 곳과 달리 쇼핑몰과 연결된 듯한 느낌이 전혀 없었다.
매장의 외부도 벽돌로 공간을 분리하였고, 창문과 문이 그려져 있었다.
유럽의 어느 가게를 통째로 뽑아서 가져다 놓은 듯하다.
쇼핑몰에 입점한 베이커리 카페는 대부분 아예 오픈되어 있거나 약간의 분리만 하는 편인데, 이곳은 분리를 확실히 했다. 외부부터 벽돌과 창문이 있고, 입구에는 마스코트 캐릭터가 크게 자리 잡고 있어서 손님들은 자연스레 다른 세상에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게 된다. 그 점이 런던의 작은 가게, 뮤지엄 컨셉에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다고 본다.
모든 물건은 잘 정돈되어 있었지만, 시야에 다 들어오는 구조였다. 평소 수납장에 넣거나, 무언가로 가려야 깔끔하다고 여기는 내게는 맞지 않는 인테리어였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싫지 않았다. 오히려 텅 빈 내면의 어떠한 부분을 따스하게 채워주는 듯했다. 베이글은 나무로 된 바구니 같은 트레이에 가지런히 담겨 있었다. 통통하고 큰 도넛 모양은 모두 같았지만, 맛에 따라 다른 재료들이 토핑되어 있거나 입을 벌린 것처럼 무언가를 가득 머금고 있기도 했다. 재료에 따라 색깔이 다르기도 했다. 베이글이 어디까지 변신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걸까. 베이글의 장기자랑이나 박물관을 보는 것 같았다.
직원들은 모두 흰색 유니폼을 입고 있었고, 귀여운 흰색 모자를 쓰고 있었다.
소위 말해 힙한 유니폼이었는데, 매장 특유의 분위기와 잘 어울렸다.
전체적으로 매우 자유로운 분위기였다. 그래서인지 매장 안은 물건과 베이글, 많은 손님으로 북적였는데도 그 광경이 여유가 넘치고, 자유롭게 보였다. 매장 안의 풍경을 쭉 둘러보고 있으면, 어릴 때 봤던 '백한 마리 강아지'가 생각난다.
그곳의 베이글은 투박하고 보기만 해도 묵직해 보인다.
실제로 들어보면 무겁다. 그렇게 무거운 베이글은 처음 봤다.
그만큼 질긴 게 아닐까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질기지 않고, 쫄깃하면서 부드러웠다.
속을 보니, 결들이 서로 얽히고 설켜 있었다. 거기서 제빵사의 노력이 보였다. 기본맛이 아닌 베이글은 결 사이사이에 재료가 콕콕 박혀있거나 슈크림빵처럼 안에 소스가 가득 채워져 있었다. 이곳의 베이글 특징은 묵직함과 풍부한 맛, 쫄깃한 식감이지만 난 신선한 재료를 아낌없이 사용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이곳의 베이글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낌없이 넣어준 재료를 보고, 먹으며 정을 느꼈다.
매장에서는 따스함과 포근함이, 베이글에서는 정이 느껴져서 괜스레 울컥했다.
어느 소금빵 맛집은 빵 모양새가 독특하다.
두 개의 소금빵을 구부려서 이어붙인 것 같았다. 또는 한옥 문 고리 같았다.
가운데부분은 입으로 베어물면 마카롱의 꼬끄처럼 퐁~신하게 부푼 부분이 꺼지는 상상이 되었다.
이어진 양끝부분은 마치 두 사람이 손을 잡고 있는 듯했다. 실제로 반으로 갈라 일행과 나눠 먹는다는 후기도 있다. 나는 나눠 먹는 것보다는 하나를 통째로 온전히 음미하는 게 더 좋다. 나눠 먹기 싫다는 게 아니라, 끝부분의 바삭함을 100% 즐길 수 있어서다.
소금빵에서 가장 좋아하는 끝부분을 먼저 베어물었다.
경쾌한 소리와 함께 버터향과 바삭한 식감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다음으로 끝부분 바로 옆 부위를 먹으니 빵의 결이 하나하나 다 느껴졌다.
타래처럼 느껴져서 빵 반죽이 좋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상상이 되었던 가운데 부분을 먹어봤다.
상상대로였다. 베어무니 폭신한 느낌과 함께 동굴이 무너졌다.
동굴에 맺혀있던 물줄기가 흘러나오듯, 버터가 육즙처럼 흘러나와 입안을 적셨다.
동시에 다른 부위에서 느끼지 못했던 매우 강한 버터의 향이 퍼졌다.
소금빵에서 끝부분 다음으로 좋아하는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다시 결이 살아있음을 느끼며 빵의 본래 매력을 음미했다.
그동안 먹어본 소금빵 중에 가장 독특한 모양에 폭신하고, 바삭하며 버터향이 진했다.
부위별로 맛, 촉감, 식감이 달라져서 먹는 내내 즐거웠다.
하나의 소금빵을 먹는게 아니라 여러 빵을 이것저것 맛 보는 것 같았다.
여기에 부재료가 첨가된 다른 소금빵을 먹어보니 또 다른 맛이었다.
특히 가운데 부분을 먹을때 버터 대신 소스가 흘러나오면서 더 깊어진 풍미가 느껴졌다.
부위별로 다른 맛을 느끼며 빵 하나로 다양한 경험을 하길 바란다는 마음이 깃든 소금빵이었다.
평소 소금빵을 먹을 때 끝부분의 양이 너무 적어서 아쉬웠던 마음을 어찌 알았을까.
이는 소비자의 심리를 잘 파악한 거다.
그저 그런 것뿐인데, 왜 내 마음을 알아줬다는 생각이 들었던 걸까.
내게 빵 맛집 중 기억에 남는 곳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위의 두곳이라 대답할테다.
어떤 음식을 먹을 때의 상황이나 느낀 감정에 의해 가장 기억에 남는 음식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 두곳은 뜬금없지만, 텅 빈 마음을 그 순간만큼이라도 채워줬다.
나조차도 빵 하나 가지고 뜬금없는 감동에 당황스러웠다.
그러나 예술적 감동은 일상에서 뜬금없이 느낄때도 있으며 꽤 빈번하다.
오히려 그렇게 온 감동은 더 강렬히 느껴지거나 오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