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그것들이 대표작품이자 명장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질적인 면에서 예술작품 재테크를 한 적은 없지만
내면에는 예술을 재테크하고 있었구나, 참으로 다채롭게.
공간은 능력이 있다. 여기서 능력은 힘, 영향력, 기운, 소통력이다. 네 가지의 능력이 모두 있거나, 하나라도 갖춘 곳을 많이 만났기에 공간의 능력은 위대하다고 믿는다.
그리고 나는 공간의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이다. 그래서 더욱 공간과의 만남을 귀히 여긴다.
어느 곳에 가면 온전히 그리고 최대한 모든 감각을 동원해 향유한다. (실내, 실외 상관없다)
사랑하는 사람과 모든 걸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 그와 함께 향유하기를 제일 좋아하나 혼자도 좋다.
혼자 가면 현재 머무는 공간을 더 깊이 느낄 수 있다.
공간을 온전히, 모든 감각으로 향유하는 건 문화예술 향유와 매우 비슷하다.
향유 전과 후의 나는 분명히 차이가 있으며, 좋은 곳을 다녀오면 내면이 충만해짐을 느낀다.
문화예술을 향유할 때와 비슷한 기분 탓일까. 언젠가부터 공간도 예술처럼 느껴졌다.
공간 그 자체부터 오브제, 판매하는 식음료, 인테리어, 분위기, 들어온 햇빛 등 모든 게....
신기한 건, 만났던 공간들을 떠올리면 그중 한, 두 개만 떠오른다.
어느 곳을 생각하면 바로 어떤 모습이 생각났고,
반대로 그 모습을 생각하면 그 장소가 떠올랐다.
어느 곳의 바다가 보이는 별채 창뷰와 스케치 같은 천장의 서까래.
어느 곳의 흰색 복도 앞에 쭉 뻗은 빨간색 파이프.
어느 곳의 정원을 담은 거실 중앙에 있는 곡선 통창과 침실 통창을 가득 채운 나무.
어느 곳의 통창을 가득 채운 나무의 윗부분.
어느 곳의 실을 닮은 손님들 기운
어느 곳의 유려한 키 작은 나무를 담은 벽뷰
등등....
문득, 그것들이 대표작품이자 명장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소마다 나란히 떠오른 모습들을 가만히 보고 있으니, 그것들이 대표작품이자 명장면처럼 느껴졌다.
작가마다 대표작품이 있고, 작품마다 명장면이 존재하듯 공간도 마찬가지였다.
그렇다면, 그동안 차곡차곡 쌓아온 작품들이 얼마나 될까.
공간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순간, 순간 예술로 느껴지던 것들까지 합한다면?
문화생활을 통해 향유한 작품들까지 더한다면?
대충 가늠해도 어마어마했다.
물질적인 면에서 예술작품 재테크를 한 적은 없지만,
내면에는 예술을 재테크하고 있었구나, 참으로 다채롭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