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가장 흰 육체와
가장 붉은 문장이 한 접시 위에 놓였다.
초경을 앞둔 딸아이의 안색처럼
두부는 아직 순결한 응고물로 놓여 있고
아빠는 그 낯선 붉은 기척을 젓가락으로 집어 올린다.
접시 위에서 벌어지는
발효와 정물의 이중주.
아이의 몸속에서 첫 꽃이 피어나려 할 때
아빠는 잘 익은 김치의 신맛을 견디며
딸의 생이 비로소 매워지고 있음을 배운다.
희고 무른 것은 단단해져야 하고
붉고 시큼한 것은 삶의 바닥을 굴러야 한다는 것을.
아침 식탁 위로
낯선 혈색의 계절이
두부의 틈새마다 붉게 스며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