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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강호 Oct 31. 2024

두바이 공항의 외국인 근로자

외국인 근로자를 적극 활용할 시기

지난 9월에 인천공항에서 케냐로 가기 위해 두바이 공항에서 6시간 환승 대기를 하게 되었다. 대부분의 시간을 에미레이트 공항 라운지에서 보냈다. 라운지는 고급스럽고 다양한 편의 시설로 가득 차 있었으며, 청소 등을 담당하는 직원들이 많이 있었다. 중동 음식 코너에서 음식을 맛보고, 비즈니스룸에서 업무를 처리하며, 샤워실에서 샤워도 했다. 샤워실에는 호텔처럼 큰 타월이 준비되어 있었고, 직원들이 필요한 물품을 친절하게 제공해 주었다. 특히 화장실을 신속하게 청소하는 직원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샤워실과 화장실에 총 4명의 직원이 있었다. 두 명은 청소를 하고, 나머지 두 명은 수건 등을 준비하고 있었다. 한국이라면 한 사람이 모두 담당했을 것 같은 일이었다. 이렇게 많은 직원을 고용해도 수익이 남을지 궁금했다. 이들이 두바이 현지인인지, 외국인 근로자인지도 알고 싶어졌다. 우리나라에서도 외국인 근로자 정책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시점에서, 그들의 임금 수준과 정책에 대해 알아보기로 했다.


직원들에게 국적과 임금 수준을 물어보았다. 화장실 직원 한 명은 인도인으로, 3개월 되었으며 약 350달러의 월급을 받고 있었다. 라운지 홀에서 서빙하는 직원에게 물어보니, 스리랑카 출신으로 3년째 근무 중이며, 경력이 쌓여 월 1,000달러를 받고 있다고 했다. 상대적으로 자격이 필요해 보이는 비행기표 확인 코너의 여성 직원은 인도인이었고, 3년 경력에 월 1,900달러를 받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UAE인들은 어느 정도의 임금을 받을까? 공항 비행기표 확인 코너에서 만난 UAE 현지인은 1년 경력에 월 14,000달러를 받고 있었고, 경력이 5년쯤 되면 월 18,0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했다. UAE는 내국인 고용 우대 정책을 시행하고 있었고, 외국인보다 월등히 높은 임금을 제공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알게 된 것은, 외국인 근로자들은 경력과 업무 유형에 따라 임금 차이가 매우 크고, 대체로 낮다는 점이다. 반면 내국인 근로자들은 고용 우대 정책 덕분에 훨씬 높은 임금을 받고 있었다. UAE는 내국인을 우대하면서도 외국인 근로자들을 잘 활용하여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한국과 UAE의 외국인 고용 정책을 비교해 보면, 두 나라 모두 외국인 노동력을 활용하고 있지만 접근 방식은 다르다. 한국은 고용허가제를 통해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며, 이들은 내국인과 동일한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고 최저임금도 동일하게 적용받는다. 체류 기간은 최대 4년 10개월로 제한되며, 이후 재입국을 통해 연장이 가능하다. 이는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이다.


반면 UAE는 카팔라(Kafala) 제도를 통해 외국인 근로자의 비자와 고용을 관리한다. 고용주가 근로자의 비자를 발급하며, 근로자는 고용주의 승인 없이 이직이나 퇴직이 어렵다. 또한, UAE에는 연방 차원의 최저임금 제도가 없고, 외국인 근로자의 임금은 시장 요인과 고용 계약에 따라 결정된다.


두바이 공항에서 본 외국인 근로자들은 임금에 구애받지 않고 해외에서 일자리를 찾은 사람들이다. UAE는 이런 외국인 노동력을 통해 경제성장과 사회문제 해결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도 저출생과 고령화로 노동력 부족 문제가 심화되고 있으며,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최근 서울시에서는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을 시행 중인데, 외국인 근로자에게 최저임금 적용에 대해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는 논란이 있다. 외국인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은 근로기준법과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에 의해 내국인과 차별화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첫째, 외국인 근로자에게 숙련 기간을 설정해 1년 이내의 기간 동안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고 낮은 인건비를 지급하는 방안이다. 둘째, 직종별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 일부 분야의 최저임금을 낮추는 방안이다. 셋째, 돌봄서비스의 경우 사용인과의 사적 계약을 통해 최저임금 예외를 인정하는 방안이다.


이제는 저출생으로 인한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 근로자의 문호를 더 개방하되 더 저렴한 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할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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