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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우 Jan 29. 2024

무너지고 또 무너지다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이더라

 5월 중반쯤 재수 학원에 입성하고 다시 분위기를 잡았습니다. 재수 학원은 하얀 벽에 둘러싸인 채 오직 공부만 하게 와이파이도 조작해 놓아서 공부에만 몰입할 수 있는 분위기였죠. 그렇기에 공부에만 오직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진즉에 여기 다닐까 생각도 할 정도로 환경이 좋았죠. 그러나 그런 답답한 분위기에 제 마음은 아직 적응을 못했나봅니다. 저는 미술 학원에서처럼 다시 공황 발작이 찾아왔습니다.


 처음에는 수학만 하면, 스트레스로 인해 발작이 찾아왔습니다. 하지만 그게 국어, 영어로 번져 도저히 책도 못 필 정도로 공황 발작이 찾아왔고, 저는 교실 밖에서 숨을 헐떡이며 구토를 하고 바닥에 몸져 누워 아무런 행동도 못하였죠. 결국 다른 학생들에게 피해가 갈 것 같다는 관리하시는 분의 생각에 저는 환불을 받고 사실상 퇴출당했습니다. 도저히 공부를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였기 때문에 사실 퇴출이란 단어를 써도 맞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 분들은 적절한 결정을 하신 것입니다.


 그 뒤로 어떻게 경황이 흘러갔는지는 제대로 기억이 안 납니다. 계속 병원에, 병원에 또 병원에 갔죠. 약을 먹고 집 안에 머무르고. 그런 날이 흘러갔습니다. 책도 제대로 못 읽었습니다. 그냥 종이만 봐도 공황 증세가 나타났습니다. 숨이 가팔라지고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습니다. 아무것도 못했습니다. 말 그대로 잉여 인간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이제 재수도 못하고 미래까지 불투명해진 상황. 지금 돌아보면 정말 최악의 선택이었고 최악의 결과였습니다. 그러다가 이제 뭐하고 살지라는 고민이 들었습니다. 그 고민에 전 '그냥 고졸로 살자.'라고 결정지었죠. 그림을 그릴 때는 공황이 안 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아버지께 고졸로, 그림으로 먹고 살겠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아버지는 "네가 안 아프면 그걸로 됐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다시 생각할수록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저를 건드리지 못하는 상황. 그런 상황이 제일 비참한 것 같다고 느낍니다. 그렇게 저는 고졸로 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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