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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우 Jan 31. 2024

방황의 끝은 어디에

여린가지 사이로 혼자인 날 느낄때

 고졸로 살겠다고 했지만, 정작 비전은 불확실했습니다. 부모님의 걱정도 뒤로 하고 시작했지만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그래서 일단 그림 연습만 주구장창했습니다. 스물의 중반까지 그림 교재를 사고 그걸 따라 또 그리고 열심히 크로키(짧은 시간 내에 모델을 따라 그리는 것)를 했습니다. 일단은 그리고 보자. 걱정은 나중에 하고.


 그러다가 문득 욕심이 생겼습니다. 한예종을 가고 싶다. 한예종 시험은 크게 두가지로 나뉘는데 1차 만화와 2차 면접과 만화입니다. 저는 그걸 도전해보고 싶다고 부모님께 말씀드렸죠. 그러자 부모님은 일단 상담을 받아오라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옛날에 다녔던 미술학원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그리고 상담을 받고 나오자 저에게는 1년 반이라는 그림을 그려야 하는 시간이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세상 물정 모른 채 부모님께 이 말씀을 하자 부모님은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민우야, 그때까지 우리가 지원해줄 수는 없다. 네가 한예종이라는 국립대학교에 합격하면 모를까, 그 이름도 이름이잖니. 1년 반정도 한다고 누가 합격 시켜주는 것도 아니고. 그러니깐 1년 반동안 지원을 확실히 보장할 수는 없단다." 저는 그 말을 듣고 우리 집의 사정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아, 설 곳은 돈이 만드는 구나. 그때야 저는 충격을 먹고 한에종이라는 말을 꺼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한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저는 제 친구들을 배신했습니다. 상담 도중에 그들의 행적을 다 까발려버린 것이죠. 그러자 친구들은 당연히 화가 났고 저에게 책임을 지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전 도저히 상황을 몰랐습니다. 호통에 어떤 책임을 져야 할지 도저히 모르겠었습니다. 그래서 전 친구들에게 내가 떠나가겠다고, 책임을 질꺼면 내가 그냥 너희들 곁을 떠나가겠다고 했습니다. 아, 그렇게 그냥 바람처럼 흩날려 보냈으면 좋았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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