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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우 Feb 05. 2024

침대 안에서

이제 그림은 놓았다

 한예종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그때 이후로 저는 그림을 손 놓았습니다. 목표가 사라졌기 때문이죠. 그 이후로 침대 안에서, 그리고 카페 안에서만 시간을 뒹굴뒹굴 굴렸습니다. 이렇게, 저렇게 굴러가고 내 하루는 의미가 없어지고... 그런 시간만 계속되었죠. 그러다 제가 다녔던 공부 학원의 원장선생님을 뵙게 되었습니다. 그냥 할 게 없어서 놀러 갔었죠. 그러나 저는 제가 이제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터놓았습니다. 그러자 선생님은 고민을 하시더니 일단 방통대를 노리자고 말하셨죠. 방통대?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나라에서 관리하는 사이버 대학. 입학률은 낮지만 졸업은 무시무시한 곳. 이라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일단은 그곳에 들어가서 편입을 준비하자 말씀하셨죠. 편입도 재수만큼 악명이 높지만 선생님은 "네가 일단 재수도 못하는 상황이니깐 방통대를 들어가서 편입하자."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게 방통대를 준비하게 되었죠. 그 후 저는 자주 학원을 찾아가서 원장선생님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갓 환갑을 맞이하시는 선생님께 배울 점이 많았기 때문이죠. 물론 대부분의 말이 긍정적이지는 않았습니다. 부드러운 질타와 냉혹한 현실. 그 두가지가 주된 테마였습니다. 질타는 대부분 제 성격에 관한 말씀들이었습니다. 제 성격은 호불호가 좀 강합니다. 싫은 건 싫다 말하는데, 현실에선 그게 안 통하다는 말씀을 하셨죠. 무슨 궂은 일이라도 해내는 사람이랑 싫다하는 사람이랑 누가 더 낫겠냐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전 당연히 후자라 말했고 제 성격을 고정하기 위해서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리고 제일 슬픈 말을 들었을 때는, 제가 진로에 대해서 걱정할 때였습니다. 어떤 걸 하고 살까 하다가 선생님께서 대학원을 추천하셨죠. "쌤, 대학원생 다 노예처럼 산다는 데요." "세상 사람들 다 노예처럼 살아간다." 저는 그때까지 해주신 좋고 쓴 말씀들 중 그 말이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그 말을 듣고 무척이나 서글펐습니다. 부모님이 생각났습니다. 그렇게 살아가시면서 나를 위해 키워주시다니. 그런 것도 모르는 제가 너무나 한심했습니다.


 그렇게 무엇을 하며 살까 고민하다 옛날에 적은 시를 발견했습니다. 그걸 보고 글을 한 번 써볼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브런치 작가가 될려고 발악을 했습니다. 그리고 글을 다 썼을 때, 환호성을 지르며 이제야 뭐가 풀리는 구나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생각하고 지금 생각은 다릅니다. 지금은 아직도 인생이 꼬였다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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