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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우 Jan 26. 2024

방황의 시간

재수 도중

 재수가 결정되고 저는 독서실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돈이 없다는 이유로 독학 재수 학원에는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게 제가 방황하는 큰 실수였습니다.

 어머니께선 밥을 사먹으라고 카드를 하나 주셨습니다. 처음엔 밥을 사먹는데 쓰다가 재수 생활 도중 저는 담배에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 돈으로 담배를 사고 어머니께는 거짓말을 쳤죠. 어머니께선 저에게 꿉꿉한 냄새가 난다고 의심하셨지만 저의 평소 성격상 몸에 나쁜 건 절대 안할거라고 생각하셨기 때문에 기우인갑다 하시고 넘어가셨습니다. 그런데 차라리 여기서 끝났으면 좋았을 겁니다.

 

 그때 미술 학원 친구들과 많이 놀았습니다. 재수생이라면 무릇 하루에 10시간 정도는 공부해야 성적이 나올까 말까인데 저는 공부는 뒷전으로 하고 친구들과 대학로 근처에서 놀고 돈을 탕진했죠. 담배를 피고, 밥을 먹고, 용돈은 텅텅이고. 친구가 걱정까지 할 정도였습니다. "너 이렇게 놀아도 되나?" 전 괜찮다고 말했죠. 그러나 어머니께서 이런 상황을 좋아하시겠습니까. 서면에서 돌아오던 어느 날, 어머니께선 제게 어딜 갔다오냐고 추궁하셨습니다. 저는 서면을 갓다온다고 말했죠. 그리고 어머니께서 "너한테서 왜 이렇게 담배 냄새가 나냐."라고 물으시자 저는 "엄마 아들 담배 펴요."라고 고백했습니다. 그때 어머니의 표정을 묘사할 수가 없습니다. 답답함과 여러가지 감정들이 섞여 분노도 아닌 속이 타들어가는 듯 저를 바라보셨습니다. "담배가 입에 붙으면 얼마나 안 좋으지 아냐? 대체 왜 피는 거냐? 그리고 엄마 카드가 놀러가라고 쓰는 줄 알아?" 저는 혼이 나면서 부끄러워 얼굴을 들지 못했습니다.


 어머니께선 제게 담배를 금지시키지는 않으셨습니다. 그러나 곧, 아버지께도 들키고 맙니다. 집 밖에서 담배를 피고 들어가자 아버지께서 냄새를 맡으시고는 "민우야 담배 피니?"라며 추궁하시길래 솔직히 말했습니다. 그 당시 저는 우울증도 앓고 있어 담배 없이는 못 살아가는 심각한 중독자였습니다. 그래서 담배없이는 못 살겠다. 어머니도 알고 계시다. 이렇게 설명했죠. 그러자 아버지는 납득하신 듯 담배를 최대한 줄이라고 말하시고는 다른 소리는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리고 제 방황을 아시던 아버지는 도대체 왜 돌아다니냐고 말하셨죠. 그래서 저는 아예 집중이 안 된다고, 독학 재수 학원을 가면 좀 나을 것 같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자 아버지께선 "네가 그렇게 원하면 가자. 돈 줄게." 그렇게 저의 방황은 끝이 날 것만 같았습니다. 그러나 이때 저의 발목을 잡는 너, 공황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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