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

by 공삼

모처럼 방학이라 딸아이는 오늘 외갓집에 가서 두 밤 자기로 했다. 덕분에 오늘 난 김해로 이사 와서 자주 만나지 못한 지인을 만나기로 계획했다. 아내에게 딸아이 외갓집에 맡겨 두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 차를 주차시켜 놓고 부산에 다시 가서 지인을 만나고 오겠다고 했다. 그리고 술을 먹을 수 있으니 자동차는 가져가지 않고 막차 타고 올 수 있도록 조정할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그랬더니 아내 왈:

그럼 내가 퇴근하고 부산으로 데려갈 테니... 신데렐라 해!

???? 무슨 신데렐라? 그게 뭐?라고 묻자,,,

웃으면서 신데렐라지 뭐...
집에만 있다가 모처럼 지인 만나서 좋은 시간 보내고,
자정 전에 집으로 돌아와야 하니까. 신데렐라지... ㅋㅋㅋㅋㅋ
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내가 남자지만 신데렐라와 비슷한 구석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구박은 받고 살지 않으니 진짜 신데렐라보다는 나은 편이라 봐야 하나?
무엇보다 개인 시간을 배려해 주는 아내의 마음에 고마웠다. 학교에서 일을 할 때는 일주일에 3번 이상은 사람들과 교류를 하며 지냈었다. 일의 연장선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나의 즐거움이자 행복의 요소 중 하나였다.
솔직히 일을 그만두고 모든 행동에 제약이 생긴 이후부터 지인과의 교류가 갑작스럽게 줄어들어 처음에는 적잖이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러다 김해로 이사 오고 점점 집안일에 안착하기 시작하면서 지인과의 교류는 나의 일이 아니라고 스스로 믿고 아무렇지 않게 지내고 있다. 그래서 이렇게 가끔씩 아주 가끔씩 지인을 만나는 것도 크게 기분 좋은 일이 되어 버렸다.
만나서 특별히 대단한 것을 꾀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 아이 키우는 이야기, 요리 이야기, 각자의 관심사 이야기. 그리고 어떻게 하면 잘 살까? 이 정도 이야기가 다다. 그리고 서로가 힘든 부분에 대해서 힘내라며 응원해주는 정도다. 별거 아니지만 이런 수다가 나 스스로에게 주는 긍정적 효과가 매우 크다.

오늘은 신데렐라 모드...

자정이 되기 전에 아내가 데리러 오겠지만 문제는 염천에 이곳 장유에서 부산대학교 앞까지 2시간 30분 동안 이동해야 한다. 물론 버스나 지하철로 이동해서 더위는 덜하겠지만 정류장에서 기다리는 동안 꽤나 더울 듯싶다. 그래도 가는 길은 지겹지 않을 것 같다. 지금 내 딸아이는 외할머니 집에서 두 밤 잔다고 이것저것 챙기며 신이 났다. 나도 오늘 지인과 술 한 잔 기울이며 이런저런 이야기할 것을 생각하니 신이 났다.


오늘은 남자 신데렐라를 명 받았으니...
멍멍이가 되기 전에 술은 적당히 마시고 자정 전에 돌아오리라. 하긴 아내가 데리러 온다 했으니 자정 전은 문제가 없을 듯싶다.

근데 오늘 나를 뭐라 불러야 하나? 싸나렐라?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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