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주부 생활을 하면서 변화된 것들이 있다면 다른 무엇보다 잔소리가 많아졌다는 점이다. 잔소리가 많은 사람들에 대해서 우리는 대개 부정적 시각을 가진다.
"무슨 잔소리가 저리 많은지" "재잘재잘재잘"
특히 주부들의 잔소리는 오랜 시간 동안 꽤나 폄하되어왔다. 여성이기 때문에 잔소리가 많다. 남자는 잔소리를 하지 않는다 라는 식으로... 성별 차이로 잔소리에 대한 원인을 말하는 사람들이 꽤나 많았다. 게다가 그것이 정답이라 생각하여 남자는 늘 과묵해야 했고, 여자는 말이 많아도 그러려니 했던 시대가 있었다.
그러나 필자가 전업주부 생활을 하다 보니 왜 잔소리가 많은지에 대한 이유를 알았다. 그리고 끊임없이 나오는 잔소리의 특성도 이해를 하였다.
우선 잔소리는 문제가 없다면 전혀 발생되지 않는다. 문제가 되는 대상이 있기 때문에 잔소리가 발현된다. 나의 개인적 경험을 비춰볼 때, 아이의 행동이나 잘못된 점을 지적하기 위해서는 한 두 번의 충고로 끝나지 않는다. 여러 번 반복되는 지적이 이루어지는데 이런 모습이 잔소리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어른을 대상으로도 발현된다. 집안일을 하는 주부에게는 집이 쉼터이자 일터이다. 그런 주부와 달리, 밖에서 사회생활을 하고 저녁에 들어오는 가족은 집은 쉼터이다. 쉼터라 생각하는 만큼 가끔은 무질서하게 사는 경우가 많다. 주부 입장에서는 가정이 하나의 조직이자 시스템인데 이를 무너뜨리는 행위를 보면 당연히 잔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물론 밖에서 고생했으니 집에서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 마음씨 큰 주부라면 상관없을 것이다. 어쨌든 한 두 번 잔소리로 해결이 되면 좋겠지만, 잔소리를 듣는 사람들이 대부분 귀에 담지 않고 흘려보내는 경우가 많아서 그렇다. 즉, 개인주의적인 마음과 행동 때문에 잔소리가 이어진다.
나는 밖에서 돈 벌어오잖아, 집안일은 주부가 알아서 해야지.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래도 가정을 구성하는 가족이라면 집안일이 모두의 일이라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주부에게 잠깐의 도움이 큰 행복이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전업주부를 하면 진지하고 멋진 아빠가 될 줄 알았다. 그러나 전업주부 생활을 시작하는 날부터 나는 아이에게 같은 말 또 하고 또 하고 또 했다. 잔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일단 시켜도 하지 않아서 잔소리하고, 이해를 못해 아이가 따라오지 못해 잔소리하고, 마지막으로 내가 힘들어서 잔소리를 했다. 물론 천성에 따라 잔소리를 하지 않는 사람도 있겠지만, 적어도 나는 잔소리를 하는 사람이었다. 게다가 엄마에서 아빠로 주 양육자가 바뀌는 바람에 아이는 더욱더 말을 듣지 않았다. 어느새 나는 잔소리쟁이 아빠로 변해 있었다. 처음엔 그 말을 부인했는데 하루는 내가 아이에게 잔소리를 하면서 전면 거울을 보는 순간, 내가 상상했던 아빠 모습과 다른 나를 발견했다. 얼굴 미간은 찌푸려져 있었고, 입은 잔소리하기 좋게 나와 있었고, 얼굴은 너무나 진지해 있었다. 나는 단지 아이가 말을 잘 듣지 않아서 말을 한 건데 나의 얼굴은 잔소리꾼의 모습이었다.
사촌 형 형수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남자아이를 키우면 목소리가 험악해진다고. 자기는 원래 가녀린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는데, 남자아이 둘을 키우다 보니 산적 목소리를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나는 형수를 결혼 후에 봐서 대학 다닐 때의 모습을 상상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럴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을 했는데, 지금에 와서 드는 생각이지만, 정말 그랬을 것 같다.
나는 키도 크고 덩치가 있는 편이다. 그래서 평상시에는 무게감 있게 행동을 했었는데 지금은 전혀 아니다. 덩치는 큰데 조금 가벼워 보이는 잔소리쟁이가 되어 있다. 그리고 이런 잔소리가 생활이 되다 보니 지인을 만날 때도 전과 달리 말이 많아졌다. 그래서 사람들이 재밌다고 들 한다. 뭐 재밌다니 다행이지만, 달리 생각하면, 나는 이미 가벼운 사람이 되어 있는 셈이다. 가벼워지라는 몸무게는 가벼워지지 않고...
하지만 잔소리를 늦출 수는 없다. 잔소리를 멈추는 순간, 아이는 나의 통제 밖으로 나갈 때가 많고 잦은 실수를 하게 된다. 특히 안전사고 측면에서 잔소리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잔소리가 습관이 되어 자동적으로 발현된다는 특성이다. 특히 컨디션이 좋지 않다거나 신경이 거슬리는 순간일 경우, 잔소리가 자동적으로 나오기 시작한다. 그러한 이유는 상대가 바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습관이 되어 잔소리를 하게 되고, 동시에 잔소리가 주부의 스트레스를 감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개인적 차이는 있겠지만 나도 잔소리를 하면 조금 마음이 편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잔소리를 들은 상대는 심적으로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사실 가정에서 주부의 의사결정은 국한적이다. 그래서 주부의 말에 힘을 실을 수가 없다. 보통은 아이들이 사춘기가 되거나 어른이 되어가면서 엄마나 아빠를 무시하는 경향이 여기서 나타난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지배욕을 기저에 두기 때문에 상대가 힘이 없다면 자연스럽게 그 힘을 넘어서려 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야만 자신이 편해지고 편익을 얻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집안에서 힘이 없는 주부의 경우, 더 잦은 잔소리를 통해 상대의 실수와 잘못을 지적하며 각인시킬 수밖에 없다. 만일 말 한마디에 힘이 있다면 굳이 잔소리는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주부란 생활에서 매우 필수적인 존재이지만, 필수적인 것에 비해 힘이 약한 존재일 수 있다. 그래서 주부는 잔소리가 무기이다. 어쩌면 주부의 잔소리를 가족들이 함께 줄였다면 그 집은 정말 배려심 많은 가정일 것이다. 물론 무관심과는 구별되어야 한다.
그리고 잔소리가 마냥 나쁜 것은 아니다. 잔소리를 한다는 것은 누군가는 늘 긴장하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가정을 지키는 데 있어서 그만큼 중요한 신호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여자 주부라서 잔소리가 많은 게 아니라 집안일하는 주부라서 잔소리가 많은 것이다.
밖에서 일하는 나의 아내는 전과 달리 잔소리를 하지 않는다. 더 이상 나의 아내는 주부가 아니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