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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침잠mania 1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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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현주 Jul 13. 2022

교사와 학생의 연결고리

교사의 존재 의미는 학생이다

신규교사 시절의 여름방학은 잔인한 나날이었다. 


방학 2주차가 넘어가면 아이들이 너무 보고 싶어서 진저리가 났다. 개학 날만 바라고 또 바랬다. 아이들이 없으니 내 존재 의미가 상실된 듯했다. 그들이 내게 선사한 기쁨과 사랑에 비하면, 내 사랑은 아무리 커도 초라할 뿐이었다. 내 얘기를 신처럼 받들며, 충성스럽게 이행하는 아이들을 보며 내 언행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실감했다. 아이들의 대단한 사랑이 나를 대단하게 만들었다.      



* 6학년 사회수업시간 *
* 배움에 집중하는 우리 친구들, 최고다! *



아울러 나는‘전교에서 가장 무서운 선생님’으로 등극하기도 했다. 초등학생은 1분 전에 좋은 일로 칭찬을 들었다가도, 곧바로 혼날 행동을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을 수 없이 변화난측하고 순진무구한 것이 어린이들의 특성이다. 보드랍고 다정하게 백날을 얘기해도 개선이 없는 친구의 경우, 엄하고 단호하게 반성을 촉구해야 겨우 시정되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었다. 그래서 초등학교 담임교사는 엄부자모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 


우리 반 아이들이 착하고 바르게 성장하기를 간절히 원하는 만큼,
위악을 가장한 호랑이 호령도 주저하지 않았다.




* 수행평가지 뒷면에도 깨알같이 마음을 표현해 준 친구들 *



나의 눈짓 하나에도 일사불란하게 활동하는 반 친구들 모습을 보고, 주변 선생님들은 그림 같다고도 말씀하셨다. 그 얘기를 들으면, 마음이 더 아팠다. 아이들이 잘 해내기 위해 얼마나 큰 노력을 기하는지 너무나 잘 알기에 가슴이 미어졌다. 그리고 학기 말, 아이들을 진급시키는 종업 날이 되면 언제나 펑펑 눈물이 났다. 내 진심을 이해해준 아이들이 한없이 고마운 만큼, 따끔하게 혼낸 시간이 너무나 미안했다. 


인기에 영합하지 않고, 매서웠던 나를
아이들은 너른 호수처럼 품고 온전히 이해해줬다.     



* 우리반 친구들이 직접 표현한 학급공동체 그림 *



* 사회&미술 교과 융합수업시간 *



첫 임지에서 3년 반을 근무한 다음, 서울로 이사했다. 나의 두 번째 임지는 혁신학교로 개교한 50학급 이상의 큰 학교였다. 2학년을 맡게 되었고, 여느 때처럼 모든 열정을 불살라 손수 교실을 화사하게 꾸몄다. 




그 모습을 인상적으로 본 당시 교무부장은 가을 학교 축제 포스터를 부탁했고, 아이들과 협업해서 의미 있는 그림 작품을 완성했다. 그리고선, 다음 해 부장 인선에 나를 추천했다. 





그때 난 아직 신규인 2급 정교사였지만, 기꺼이 제안을 수락했다. 20대에 부장 보직을 맡는 건 상당히 두렵고 부담된 일이었다. 그러나 내 안의 나는 드디어 기회를 잡았다는 쾌재를 외치고 있었다. 발령 이후 몇 년간 아이들에게 모든 에너지를 쏟은 결과, 수업과 생활지도 면에서는 이미 완성의 고지에 도달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제 학급운영에서는 어떤 상황도 두려울 것 없이 안정적이었기에, 살짝 권태로움이 스며들던 시기였다. 그래서 업무적인 부분에서 성장 욕구가 컸었고, 폭주하는 기관차처럼 업무추진에 열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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