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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침잠mania 1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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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현주 Jul 13. 2022

미스코리아 선생님

그러거나 말거나, ‘정직하게 노력하는 사람’

교직에 10년 이상을 몸담아오면서 나는 여러 별명을 득했다. 그 변천을 훑어보면, 삶의 국면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발령 직후 학생들과 선생님들은 날 더러 미코샘이라 불렀다. 복도를 지나가는 다른 반 혹은 다른 학년 아이들이 우리 반 학급안내판을 보고서, 여기가 모델샘 반이라고 떠들며 지나가는 걸 교실 안에서 듣기도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언제나 학생들에게 나를
 ‘정직하게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해왔다. 


특별한 노력이 특별한 사람을 만든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기에, 내게 먼저 관심을 주는 아이들이 여하튼 고마울 따름이었다. 



* 우리반 학생이 직접 그린 그림 *


* 우리반 친구들이 스스로 만들어나가는 온라인배움터 *




내가 6학년 담임을 하던 해, 방과 후에 교무실에서 선배 선생님이 우스갯소리로 이런 얘기를 하셨다.

“선생님, 우리 반 예성이 사물함을 열어보니, 문짝에 아이유랑 선생님 사진이 나란히 붙어 있더라고요, 호호호. ”

그분은 1학년 담임이었기에, 의외였고 더욱 놀랐다. 아마 언니나 오빠가 우리 반일 수도 있겠다고 짐작했다. 



* 함께 가르치고 배우며 성장하는 우리 *


     

나의 매일 아침은 모닝커피 이전에 모닝레터로 시작되었다. 출근해서 교실에 도착하면 내 책상에는 삐뚤빼뚤한 손글씨로 적은 아이들 편지가 한가득 놓여 있었다. 특별한 날이 아닌데도, 아이들은 정성이 가득 서린 글과 그림을 선물로 주었다. 수업을 모두 마친 후 청소 시간이 되면 아이들은 자기 자리 정리를 얼른 끝내고 득달같이 내게로 달려왔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내 책상 밑을 쓸어준다고 미니 빗자루를 들고 서로 난리였다. 











한술 더 떠, 몇몇 아이는 내 신발까지 기어코 찾아와서 그걸 물티슈로 닦으려고 하길래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귀하디 귀한 고사리손으로 이러면 안 된다며 혼을 내었다. 자리로 돌아가는 아이들 뒷모습을 보며 가슴이 먹먹했다. 이렇게 맑고 선한 아이들 마음에 나는 몸 둘 바를 몰랐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그들을 짝사랑하는 것이었다. 


도저히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그들은 나를 행복으로 벅차게 했다.




* 함께하는 공부가 가장 즐거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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