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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람 Oct 13. 2019

#15 열정은 식지 않는다

긍정심리학에 빠져들다

전편: #14 꽉 찬 하루

https://brunch.co.kr/@simon1025/22



아이들에게만 최선과 열정을 강요한 것은 아니었다. 더 활활 타오르는 것은 나 자신이었다. 열정과 최선을 강요하기에 부끄러움은 없었다.      


'마틴 샐리그만의 긍정심리학', '마틴 샐리그만의 낙관적인 아이', '마틴 샐리그만의 플로리시', '학교긍정심리학1,2', '그릿', '회복탄력성', '하버드 감정수업', '몰입', ‘마인드셋’     


3월부터 5월까지 약 2달동안 내가 읽은 책들이었다. 이외에 다른 책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다. 아이들에게 긍정심리학과 관련된 활동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이론에 대해 좀 더 깊게 알아야 했다. 강의를 듣거나 연수를 들을 기회가 없으니 책을 통해 알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겨울 방학 때는 대충 긍정심리학이 어떤 것이구나 하는 수준으로만 알았다. 인성보고서의 틀을 잡는데 필요한 정도였다. 책을 통해 알아가는 긍정심리학은 내가 생각한 것 이상이었다. 


혁명이었다.

나는 마틴 샐리그만에 빠졌고, 긍정심리학에 완전히 몰입했다. 책을 읽으면서 기존의 학교수업에 약간의 회의감을 느끼게 되었다. 아이들에게 진짜로 필요한 것은 따로 있었다. 우리 삶의 목적이자 과정은 행복이다. 긍정심리학은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주었다. 그것은 긍정정서, 몰입하는 삶, 관계를 맺는 삶, 의미를 추구하는 삶, 성취하는 삶, 대표 성격 강점을 발휘하는 삶인데, 학교에서 교육하고 있지 않은 것들이 많았다. 왜 나는 이러한 것들을 교육받지 못하였나 깊은 통탄을 느꼈다. 나는 미리 배우지 못했지만 아이들에게는 가득히 부어줄 수 있겠다 싶었다. 이런 것이 부모의 마음일까 잠시 생각했다.      


안타까운 것은 긍정심리학과 관련된 자료나 기존의 사례가 부족했다. 직접 수업을 구상하고 활동지를 제작할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검사지가 많이 필요했다. 용서지수 검사, 감사지수 검사, 절제지수 검사 등 무슨 놈의 지수가 그렇게도 많았다. 내가 알고 있는 지수는 박지수랑 김지수밖에 없었는데.     


검사지를 구입할 돈은 없었다. 직접 논문을 찾아 부록에 있는 검사지를 일일이 타이핑 하는 방법뿐이었다. 손이 많이 가는 긍정심리학이었다. 이외에 긍정심리학 수업에 필요한 교구들 역시 직접 제작하였다. 20만원의 학급운영비를 긍정심리학에만 쏟기에는 초등학생을 위한 준비물이 너무나 많았다. 이렇게 손이 많이 가는 일들이다 보니 근무시간에 완성하는 것은 무리였다. 초과근무나 주말을 이용하는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한동안 ‘불금’이라는 단어와 멀어졌었다. 금요일에 술을 마시면 토요일에 숙취로 인하여 한 동안 누워있어야만 했기 때문에 술을 줄였다.     


근무시간 역시 숨 돌릴 틈 없이 바빴다. 앞서 이야기한 점호 비슷한 하교를 하고 나면 내가 진짜 바빠지는 시간이 찾아왔다. 아직 교직경험이 부족하기에 준비 없이 수업을 진행하는 것에 대해 불안감이 컸다. 매 40분 수업을 완벽한 시나리오로 채우는 작업이 필요했다. 영상자료나 활동지도 최대한 넉넉하게 준비했다. 환절기에는 한낮의 더위에 옷을 벗더라도 추위를 대비해 두껍게 입고 가는 것이 마음이 편하듯 수업이 빨리 끝날지 늦게 끝날지 예상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일단 많이 준비해야 했다.    

  

수업자료를 찾고 활동지를 인쇄하는 데에는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렇지만 준비한 시간만큼 결과물이 눈에 보이니 나았다. 시간을 많이 잡아먹으면서도 큰 결과물이 남지 않는 것은 수업설계였다.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언제까지 인디스쿨에서 자료를 다운받아 수업을 진행할 수는 없었다. 사실 기존의 자료를 그대로 사용하면 최소한 수업에서 실패는 하지 않았다. 그러나 신규교사 때는 수업에 많이 실패해보아야 한다고 했다. 실패하는 수업을 통해 배움이 있으니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어딘가에서 읽었다. 그러니 직접 수업을 설계해보면서 부딪쳐보아야 했다. 물론 실패는 언제나 아픈 것이기에 최대한 실패하지 않기 위해 공을 들였다. 특히나 수업설계에 있어 가장 방점을 둔 것은 ‘토의토론’이었다. 이유는 2가지였다.      


첫 째는 아이들을 위함이었다. 교사의 장황한 설명으로는 겨우 5%의 학습효율성을 갖는다고 했다. 미국 MIT대학 사회심리학자 레윈이 세운 응용행동과학연구소인 미국행동과학연구소(NTL: the National Training Laboratories)에서 발표한 학습피라미드에서 그렇다고 배웠다. 토의는 무려 50%의 학습 효율성을 가지니 당연히 수업은 토의토론으로 진행되는 것이 마땅했다.      



두 번째는 나 자신을 위함이었다. 일단 몇 가지 토의토론 방법을 수업에 적용하는데 익숙해진다면 나만의 수업 틀이 생기는 것이었다. 별다른 준비 없이도 어울리는 틀에 맞춰 수업을 설계하면 되기에 수업 준비에 들어가는 시간이 줄어들 수 있다 생각했다. 나아가 토의토론 수업의 전문가로의 길도 살짝 꿈꾸었다.     


이러한 이유로 웬만한 수업은 토의토론으로 설계하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쉽지는 않았다. 일단 토의토론 수업이 뭔지를 모르니 개념부터 알아야 했다. 역시나 스스로 공부하는 수밖에 없었다. 인강(인터넷강의)은 임용고시를 준비할 때가 내 생애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 인생은 함부로 예측하면 안 된다. 인강을 통해 토의토론 수업에 대해 배웠다. 이어서 배운 토의토론방법을 수업에 적용해야 했으나 각기 다른 교과의 수업내용을 틀에 맞춘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매일 좌절과 실망을 느꼈다. 그러나 이것이 노련한 교사가 되는 길이라 믿고 묵묵히 이어갔다. 프로가 되는 길에는 당연히 어려움이 따르는 것이라 스스로를 위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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