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아저씨의 다정한 선물
딩동, 초인종이 울렸다.
아이가 현관문을 열고 누군가와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는 "땡큐!" 하고 경쾌하게 인사한 뒤 부엌으로 왔다.
"엄마, 옆집 아저씨께서 쿠키를 만들었다고 주고 가셨어요! “
아이는 손에 과자 봉지를 들고 있었다. 봉지 안에는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쿠키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아몬드와 다양한 견과류, 그리고 붉은 크랜베리가 박혀 있는 쿠키는 보기만 해도 바삭하고 고소해 보였다. 비 오는 날, 뜻밖의 선물을 받으니, 마음이 절로 따뜻해졌다.
옆집 아저씨는 평소에도 마주치면 환하게 웃으시며 인사해 주시는 분이다. 이렇게 정성이 담긴 선물을 받으니 그 인사가 더 다정하게 느껴졌다. 요즘은 이웃과 무언가를 나누는 것이 점점 줄어드는데, 먼 나라 이곳에서 이 작은 쿠키 한 봉지가 오랫동안 잊고 있던 온기를 떠올리게 했다.
오늘은 일기예보대로 비가 내렸다. 창밖으로는 안개가 자욱해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낮은 기온과 녹아내리는 눈으로 습도가 높아 공기가 묵직했다. 바깥 활동은 어려울 것 같아 아이와 함께 실내 운동을 하기로 했다.
마침 아저씨께서 주신 쿠키가 생각나 커피를 내리고 함께 맛보았다.
쿠키는 상상한 것 이상으로 맛있었다. 바삭한 식감과 함께 견과류의 고소함, 크랜베리의 새콤달콤함이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커피와도 잘 어울렸지만, 홍차와 함께 마셔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 쿠키 진짜 맛있어요! 아저씨께 감사 인사드려야겠어요. “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비 오는 날, 따뜻한 쿠키 한 조각과 함께 나누는 이웃의 정이 이렇게 큰 위로가 될 줄이야. 평소에도 친절했던 옆집 아저씨였지만, 직접 구운 쿠키를 건네받으니 더욱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타인과 나눈다는 것은 가장 솔직한 자기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저씨는 어떤 마음으로 쿠키를 구웠을까? 오븐에서 퍼져 나오는 고소한 향기와 노릇하게 구워진 쿠키를 꺼내며 미소 짓는 아저씨의 모습을 상상했다. 밀가루와 설탕이 묻은 손으로 조심스레 쿠키를 식히고, 봉지에 담는 그 소소한 정성을 생각하니 내 마음에 포근한 행복감이 번져갔다.
나도 요리를 좋아한다. 그 순간이 주는 즐거움과, 음식을 통해 마음을 전하고 함께 나누는 기쁨이 좋다. 나 역시 내가 만든 음식을 나눌 때 가장 행복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빈손으로 인사드리기는 어색해서 혹시 마주치면 감사 인사를 전하려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번역기에 녹음했다.
"쿠키,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제가 먹어 본 쿠키 중 최고였어요. 감사합니다. “
오후가 되자 비가 그쳤다. 구름 사이로 파란 하늘이 드러났다. 나는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오늘 내린 비로 쌓였던 눈이 녹아 군데군데 질퍽거렸고, 가운데 잔디광장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냈다. 개구리가 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도 지나갔다. 겨울이 끝나갈 즈음 내리는 비는 봄을 채근하는 비라는 말이 떠올랐다. 봄이 쿵쿵거리며 다가오는 중이었다.
이렇게 안개 자욱한 날에도 일상에는 따뜻한 순간들이 가득하다. 옆집 아저씨의 작은 정성이 우리 하루를 특별하게 만들어 주었다. 비 오는 날, 고소한 쿠키 한 조각과 함께하는 따뜻한 마음.
오늘은 몽글몽글한 마음으로 행복한 날, 그렇게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