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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여행, 다른 입맛

두 가지 입맛으로 만나는 세상

by 리베르테

우리의 식사 방식이 달라졌다. 아침 겸 점심은 각자 편한 대로 먹기로 하면서, 자연스럽게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 분명해졌다. 그전까지는 아이가 차려주는 음식을 함께 먹었기 때문에 내 입맛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각자 식사를 챙기면서 내 식습관이 확연히 드러났다.


커피 한 잔과 바나나 한 개, 혹은 사과 한 개. 조금 더 먹고 싶다면 달걀 프라이 한 개 정도면 충분했다. 활동량이 많지 않아도 되는 간단한 식사였다. 아이는 그런 나를 보며 운동량이 부족하다고, 식사량이 적다고 잔소리했지만, 내게는 몸도 마음도 가벼워지는 식단이었다.


나는 탄수화물을 좋아하고, 야채와 과일을 선호하지만, 고기나 강한 향신료가 들어간 음식은 잘 먹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곳에서 더욱 확실히 알게 되었다. 결국 내가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은 밥과 신선한 채소류였다.


반면, 아이는 미식가에 가까웠다. 새로운 맛을 탐험하듯 즐겼고, 요리에 대한 기대감도 컸다. 함께 장을 보러 가면 나는 채소와 과일 코너에서 머무는 반면, 아이는 고기, 연어, 베이컨, 소시지나 소스류 같은 식재료를 고르곤 했다.


"엄마, 연어 스테이크 드실래요? 오늘 저녁에 구워볼게요. “


"난 그냥 샐러드만 먹을게. “


"또요? 엄마는 항상 같은 걸 드시네요. 편식이 심한 걸 이곳에서 알았어요. “


나는 신선한 채소가 주는 상큼함을 이야기하고, 아이는 소고기의 육즙이 퍼지는 풍미를 설명했다.

같은 장소에서 전혀 다른 감각을 공유하는 순간이었다.


여행지에서의 음식은 단순한 끼니를 넘어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 다양한 음식을 경험하고 이곳의 요리를 배워보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도전하지 못했다. 그러기에는 나의 식습관이 걸림돌이 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기에 입맛의 차이는 때때로 스트레스가 되기도 했다. 아이에게는 패스트푸드 체인점에서의 식사도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였지만, 나는 건강한 식사를 우선으로 생각했다."


"오늘은 네가 좋아하는 버거를 먹고, 내일은 내가 좋아하는 샐러드를 먹자. “


이렇게 서로 배려하며 우리는 서로의 식습관을 이해해 갔다. 각자 스타일을 존중하는 것이야말로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푸틴(Poutine)을 처음 맛보았을 때, 감자튀김 위에 치즈와 그레이비소스를 얹은 모습을 보고 나는 '칼로리 폭탄'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하지만 아이가 "엄마 정말 맛있어요! 드셔보세요!"라며 권했고, 나는 한 입을 먹어봤다. 뜨끈한 감자튀김 위에서 녹아내린 치즈와 짭조름한 그레이비소스는 예상했던 기름진 맛과는 달리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었다.


이처럼 음식은 단순히 여행의 일부가 아니라, 여행 자체가 되기도 한다. 나는 아이의 요리를 맛보며 내 식습관의 틀을 깨보려 하고, 아이는 내가 만든 토끼 밥상 같은 간단한 식사도 맛있게 즐긴다. 서로 다른 입맛을 통해 한 여행에서 두 가지 맛을 경험하는 셈이다


여행은 우리의 시각을 넓혀준다. 음식도 마찬가지다. 입맛이 다르다는 것은 서로 다른 두 개의 세상을 맛볼 기회일지도 모른다. 생각해 보니, 가족과 함께한 여행에서도 종종 식사 메뉴를 두고 실랑이를 벌였던 기억이 떠오른다. 하지만 돌아보면, 여행에서 가장 선명한 기억들은 장소뿐만 아니라 그곳에서 맛본 음식과 함께 나눈 대화들 속에 남아 있다.


이번 여행을 훗날 떠올릴 때, 아마도 서로 달랐던 입맛도 함께 기억에 남을 것이다. 다른 것을 받아들이는 과정이야말로 여행의 또 다른 의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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