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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미소, 친근한 인사

일상의 작은 친절

by 리베르테 Mar 14. 2025

오늘 문득, 평소엔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이 새삼스레 다가왔다. 이곳 해밀턴에서의 생활도 어느덧 두 달이 다 되어 간다. 이곳 사람들의 친절한 인사와 도로에서의 질서 의식이 오늘따라 유독 인상적으로 느껴졌다.     


산책하러 나가려고 현관문을 열었을 때, 우편물을 들고 걸어오는 이웃집 아저씨와 마주쳤다. 눈이 마주치자마자 아저씨는 환하게 웃으며 "Good morning!"하고 인사를 건넸다. 나도 자연스럽게 미소 지으며 "Good morning!" 하며 답했다. 처음 보는 사람이었지만, 밝은 웃음과 함께 건네는 인사가 고맙고 신기하게 느껴졌다. 이곳에서는 낯선 사람끼리도 눈이 마주치면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누는 것이 익숙한 일이다.     


한국에서는 길을 가다 마주친 사람과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누는 일이 흔치 않다. 특히 낯선 사람과의 인사는 더욱 그렇다. 나 역시 동네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고개를 끄덕이는 정도의 인사만 하곤 했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길을 걷다 모르는 사람이 밝게 인사할 때마다 당황스럽기만 했다. 낯선 사람과 인사를 주고받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나는 어색한 미소로 반응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러한 작은 인사가 마음을 따뜻하게 하고 하루를 기분 좋게 만들어 준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낯선 사람에게도 거리낌 없이 인사를 건네는 이 친절함은 단순히 개인의 성격이 아니라, 이곳 문화의 일부처럼 느껴졌다.     


어느 날, 마트에서 장을 보고 나오다 한 아주머니와 눈이 마주쳤다. 아주머니는 자연스럽게 "Have a nice day!"라고 인사했고, 나도 웃으며 "You too!"라고 답했다. 짧게 주고받은 인사였지만, 그 한마디가 하루를 기분 좋게 만들었다. 이런 경험이 쌓이면서 이제는 나도 먼저 인사를 건낼 수 있게 되었다. 문득 내가 한국에 돌아가서도 이 따뜻한 인사 습관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도로에서 ‘STOP’ 표지판에 대한 문화도 인상적이었다. 이곳에서는 ‘STOP’ 표지판 앞에서 반드시 정지해야 한다는 규칙이 철저히 지켜졌다. 완전히 멈춘 후 다시 출발해야 했다. 몇 초 동안 멈춰 있어야 한다는 규정은 없지만, 충분히 정지했다는 것이 인식될 정도로 멈춰야 한다고 했다. 가끔 운전자가 멈췄다고 생각하는 정도와 경찰이 판단하는 기준이 달라 벌금을 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처음에는 주변에 지나가는 차도, 사람도 없는데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도 들었지만,점차 도로에서의 배려와 질서 의식이 높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건널목에서 보행자를 배려하는 운전자들의 태도 역시 인상적이었다. 거리가 다소 있어도 내가 먼저 건널 수 있도록 차가 멈춰 기다려 주었다. 그런 모습에서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가 깊이 자리 잡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러한 배려는 단순히 법규를 준수하는 것을 넘어, 사람을 우선하는 태도에서 비롯된 것 같았다.     


이곳에서 생활은 나의 시각을 조금씩 바꿔놓았다. 처음에는 낯선 사람과 인사를 나누는 것이 어색했지만, 이제는 자연스럽다. 서로 주고받는 밝은 미소는 하루를 기분 좋게 만들고, 친절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를 좁혀주는 것 같다.     


한 달 뒤 한국으로 돌아가면, 지금처럼 이러한 습관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 아마도 낯선 사람에게 웃으며 인사하면 의아한 시선을 받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내 주변 사람들에게는 이곳에서 배운 친절을 실천해 볼 생각이다. 마주치는 이웃에게, 동네 가게 주인에게, 그리고 내가 아는 사람들에게 내가 경험한 작은 친절을 전하고 싶다.    

 

친절함과 배려가 자연스러운 이곳에서 나 역시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이곳에서 경험한 일상은 앞으로 나의 삶에서 중요한 의미로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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