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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날아오를게요

즐거운 어른님

by 리베르테

오늘 아침은 독서 모임이 있는 날이었다. 원래는 주말 저녁 8시에 열리는 모임이지만, 이곳에서 나는 아침 7시에 참여하고 있다. 다른 시간대, 같은 공간에서 같은 책을 읽고 이야기하는 것에서 연결된 세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같은 책을 읽어도 사람마다 다르게 느끼고, 각자의 삶을 투영해 받아들이고, 다양한 생각을 나누는 시간이 즐겁다."


오늘 모임에서는 이옥선 산문집 『즐거운 어른』을 마지막으로 나누었다. 나는 오늘 읽은 부분 중 특히 인상 깊었던 문장을 공유했다.


“죽음을 가볍게 여겨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을 때까지 삶을 이어가는 것이 노년의 올바른 삶이네.

그렇게 노년이 청년보다 더 대담하고 용감해지는 것이지.”


“누구도 나를 눈물로 배웅하거나 장례식을 통곡으로 채우지 말라.


이 문장은 키케로가 쓴 『노老카토 노년론』에 나오는 구절이라는데, ‘나도 이런 태도를 가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흔히 노년을 약해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는 단계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했다. 그 말이 새로웠다.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용감해질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인생의 마지막까지 당당하게 살아가는 방법이 아닐까?


그리고 또 하나의 질문이 떠올랐다. ‘내 죽음 앞에서 남겨진 사람들이 너무 슬퍼하지 않기를 바라려면, 나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


살아가는 동안 후회 없이 사랑하고, 내 인생의 역할을 다하고 떠난다면, 내 죽음을 비통하게만 여기지 않을 것 같다. 나는 그렇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것은 가슴 아프지만, 그 슬픔이 단지 괴로움이 아니라 소중하고 행복한 기억으로 남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나의 해외여행 분투기 부분에는 『숲속의 자본주의자』에 나오는 글이 나온다.


“나 자신을 진짜 찾고 싶은 사람은 나 자신에서 떠나봐야 한다는 것. 『오디세이』에서 가장 중요한 모티브는 고향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는 행위다. 흔히 집을 떠나야 가장 나다운 나를 발견한다고 해서 여행을 찬양할 때 쓰는 비유다. 하지만 꼭 낯선 장소로 이동하지 않아도 나를 나이게 하는 행동, 습관, 취향을 되돌아보고 버려본다면 그 과정은 오디세우스가 집으로 돌아오기 위해 겪었던 혹독한 여정만큼이나 의미 있는 여행이 될 수 있다.”


작가는 이 글을 동의하며 가끔 떠나는 친구들과 짧은 여행이 즐겁다고 했다. 나 역시 친구들과 한 달에 한 번 떠나는 여행이 떠올랐고, 언제까지나 좋아하는 사람들과 새로운 곳을 떠나는 여행을 지속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이 꼭 물리적인 이동일 필요는 없다는 것. 새로운 나라로 떠나거나 낯선 곳을 걷지 않아도, 나를 둘러싼 익숙한 것들에서 잠시 벗어나 스스로를 돌아보는 순간도 하나의 여행이 될 수 있다는 것. 때때로 변화가 필요할 때 먼 곳으로 떠나고 싶어 하지만, 어쩌면 진짜 중요한 건 새로운 장소가 아니라 새로운 시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나답게 하는 습관, 사고방식,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 ‘지금 나는 잘 살고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 바로 나를 성장시키는 의미 있는 여행이 아닐지 생각했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모든 것은 이미 지나갔거나 지나가고 있거나 지나갈 것들이니 ‘인생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 것’과 ‘인간끼리의 관계를 너무 심각해하지 말고, 가뿐하게 생각하고 유연한 마음으로 서로를 대하는 것이 좋겠다’라는 문장이 있다. 오늘 멤버 대부분이 공감하는 내용이었다.

어쩌면 너무 많은 것들을 붙잡고 사는 건 아닐까? 사람 사이의 관계든, 사소한 실수든, 한때는 세상이 무너질 것처럼 느껴졌던 일들도 결국 지나가고 만다. 때로는 거리 두기가 필요하고,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기보다 가볍게 넘기는 것이 더 현명한 태도일 수도 있겠다.


이 문장을 읽으며 속으로 조용히 대답했다.
"그래요, 가볍게 날아오를게요. “


살면서 좋은 어른을 만난다는 건 큰 행운이다. 그리고 책을 통해서라도 그런 어른을 만날 수 있다는 건 더욱 감사한 일이다.






모임을 마치고 보니 부재중 전화가 와 있었다. 서둘러 전화를 걸었더니, 예배 후 모임에 도움이 필요하다는 부탁이었다. 나는 망설임 없이 기꺼이 돕겠다고 했다. 이곳에서 받은 따뜻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언젠가 다시 이곳을 찾는다면, 그 이유는 멋진 관광지가 아니라, 서로 주고받은 다정함 때문일 것이다. 시간이 흘러도, 내가 가장 선명하게 떠올릴 이곳의 온기는 바로 사람들이 내게 준 따뜻한 마음일 테니까.


마침, 오늘의 미션은 ‘굳이 누군가를 도와보기’였다. 주변을 둘러보며 작은 도움을 건네거나 먼저 손을 내미는 것이 목표였다. ‘나는 이곳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순간, 뜻밖에도 도움을 요청받았다. 덕분에 오늘의 미션을 자연스럽게 실천할 수 있었고, 오히려 내가 더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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