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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린혜원 May 07. 2021

시 소믈리에가 되고 싶어

편지, 딸에게

‘꽃차 소믈리에’가 있다는 얘기 들어봤어? 이름난 ‘와인 소믈리에’를 친구로 두고 있는 엄마한테도 이건 정말

굉장히 생소한 직업이었어. 신문 기사를 읽다가 발견했는데, 그러고 보니 ‘압화 작품’을 하는 대학 선배가 ‘꽃차’를 만든다는 얘길 어렴풋이 들은 듯도 해. 어디 적혀 있는 대로 ‘꽃, 잎, 줄기를 이용해 차를 만들어보고 각 식물의 특성에 맞는 증제와 제다 법으로 꽃차를 완성해 가는 사람’ 정도로  이해하면 될 거 같아.


사실 우리나라에만 해도 먹을 수 있는 꽃들이 지천이라고 하는 데, 꽃이 지닌 각각의 효능을 알려주면서 제대로 차를 즐기게 해주는 사람, 왠지 되게 매력 있을 거 같더라. 그렇다고 엄마가 ‘꽃차 소믈리에’에 도전하겠다는 뜻은 아냐. 꽃은 누구 못지않게 좋아하지만 말이야. 엄마는 이 ‘꽃차 소믈리에’라는 새로운 직업을 듣는 순간, 아! 나는 ‘시 소믈리에. 혹은 글 소믈리에’가 되어도 좋겠다 싶었어.


물론 클릭이나 터치 몇 번으로 문장이나 시를 원하는 대로 만나고  취할 수 있는 시대이지만, 이런 시대에도 여전히 ‘문화의 사각지대’에 사는 사람은 있는 거잖아. 그런 사람들을 위해 좋은 글들을 읽어주고 해설해주고, 더해 그들이 맛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지.


작가 후배들이랑 몇 번 얘기했던 ‘재능기부’ 와도 자연스럽게 연결되니 ‘소믈리에’ 란 대단한 수식을 떼 놓더라도 벌써 삶의 향기가 온몸으로 스며드는 것 같아. 그리 거창하지도 않고 내세울 거 없는 재능이긴해도 이렇게만 쓸 수 있다면 인생의 결이 한층 풍부해지지 않겠니. 우리 딸도 주어진 ‘탤런트’에 감사하며, 이웃과 나누는 방법을 고민하며 살아가기를~엄마의 당부(실은 잔소리?)는 오늘도 이렇게 쌓이는구나.


커버 이미지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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