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린혜원 Mar 15. 2021

매화 피고, 생강나무 꽃 향 일렁이는 데

편지, 딸에게

우리 동네에 요즘 사진을 취미로 배우는 친구가 있는데, 봄꽃이 피기 시작하니까 ‘출사’를 다닌다고 도통 얼굴 보기가 힘들었었어. 오늘 오랜만에 길에서 만나 여태껏 찍은 사진들을 자랑삼아 보여 주더구나. 그 친구의 갤러리에 들어 있는 사진 속 많은 꽃들은, 여태 보아오던 봄꽃들과는 사뭇 달라 보이지 뭐야!


늘~ 하는 말이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고 사진을 잘 몰랐을 때와, 사진 찍는 기법들을 익히고 사물을 들여다보는 다른 눈이 생긴 뒤 찍은 사진은, 그 이전과 사뭇 달라져 있었겠지? 오늘 그런 친구가 보여준 수많은 사진들 중, 특히 눈길을 사로잡았던 건 붉디붉은 ‘홍매’와 노란 ‘생강나무 꽃’이었단다.


어쩌면 봄을 나타내는 가장 대표적인 색을 지닌 꽃들이기도 하고. 홍매는 그 자태로, 생강나무 꽃은 향으로 사람을 사로잡거든. 시집 온 첫날밤을 치르려는 새색시 같은 홍매를 보고 있자면 항상 마음이 두근두근 거리곤 해.


또, 개나리, 복수 초, 산수유가 그 특유의 노란빛을 온 천지에 뿌리며 서로 내가 봄의 전령사요~ 하고 소리치는 것 같아도 엄마는, 소박하지만 자신의 색이 분명한 생강나무 꽃의 낮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더구나. 한참을 보고 있다 보면, 알싸한 생강나무 향이 자칫 어지러워지려는 중년의 봄 마음을 다잡아주는 것 같아 고맙기도 하고 그래.


아마도 ‘꽃’을 본다는 건, 꽃이 전하는 ‘말’을 듣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야. 그저 보는 것만으로 꽃을 느끼고 안다고 생각하면 꽃들이 섭섭함을 토로할지도 몰라.^^ 어제 본 꽃의 얘기와 오늘 다시 만난 꽃들의 이야기엔 분명 ‘다름’ 이 존재하니까. 고양이 눈썹 같은 짧은 봄날이지만 꽃과 나눌 내일의 숱한 이야기를 그리며, 네가 맞는 스물네 번째 봄도 풍성한 스토리로 더 깊고 그윽해지기를 소망해 본다.

이전 27화 시 소믈리에가 되고 싶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