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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린혜원 Feb 27. 2021

봄 눈 녹듯 사라진

편지 딸에게

     

오늘 아침 화단에 물을 주다 창밖을 봤더니 찹쌀가루 같은 눈발이 날리지 뭐니. 비도 귀하고, 눈은 더 귀한 이 분지 도시에서 올 겨울은 제법 눈 구경을 하는구나. 우수도 훌쩍 지난날에 내린 눈이니 ‘봄눈’이라 함이 마땅하겠지만.. 왠지 엄마 눈엔 겨울이 발걸음을 떼기 싫어 살짝 심술을 부리는 건 아닌가 싶었다. ‘나 아직 안 떠났어!’ 하고 말이야. 아무튼 봄눈은 내리자마자 사라지는 게 자연의 법칙이니 이내 따스한 햇살 속으로 제 존재를 감춰버리더구나.


흔한 문장 중 하나인 ‘봄눈 녹듯 사라진다.’는 말이 얼마나 체득이 되던지! 봄눈과 함께 미세먼지도 찾아왔지만 아주 잠깐 선물처럼 내린 봄눈과 함께 사라진 것들도 분명 있을 거야. 너무나 길고 혹독했던 겨울의 잔상, 불확실하기만 한 새해의 시작.. 이런 것들 말이야. 봄눈이 녹은 자리엔 곧 새싹이 돋겠지.


아쉬움보다는 벅찬 희망의 말들이 씨앗으로 움틀 날을 기다리고 있었으면 좋겠다. 내린 봄눈 덕분에 마음이 한껏 달뜨는 오늘이네. 여전히 서재 컴퓨터 앞에 앉을 때면 작은 전기스토브 하나 켜야 하지만 심장을 간질이는 봄기운을 막아내기엔 불가항력인 것 같아.


이렇게 시절은 가고 오는 것. 그러니 무엇이 애달프다 할까 싶구나. 너의 공간도 오늘은 봄눈 녹듯 사라진 것들 덕분에 깨끗하고 맑은 기운으로 가득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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