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도감’ 이란 일본 영화를 봤단다. 오랜만에 보는 일본 영화인 데다 심야로 봤지. 스스로 조금 놀라기도 했어.
사실, 엄마도 어쩔 수 없는 한국 사람에다 유, 청소년 시절을 ‘허리우드 영화’에 빠져 산 ‘허리우드 키드’ 기 때문에, 일본 영화를 이렇게 찾아서 그것도 달랑 한 번 상영하는 심야영화를 보는 건 손에 꼽을 정도였으니까 말이야.
일단 한마디로 감상을 말하자면 상큼한 충격파를 느꼈어. 우리나라 영화가 다양성을 잃고 헤매고 있는 이즈음
마치 수채화 물감을 스크린에 뿌려놓은 듯한 잔잔함 그 자체인 이 일본 영화를 보고 있자니, 엄마가 영화 관계자가 아닌데도 어떤 자괴감 같은 것이 들더구나.
‘클래식’ 같은 영화를 찾아보기 힘들어진 요즘 한국 영화판에서 이런 유의 영화는 아무리 잘 만들어도 관객이 외면해 버리기 때문이거든.아! 감상평이 너무 길었네?.^^ 진짜 하고팠던 얘기는 이게 아니고, 따로 있단다.
이 ‘식물도감’ 이란 영화의 남자 주인공이 요리를 참 잘하더구나. 산천에 지천으로 널린 식물들의 소중함을 알고, 그들을 제대로 요리로 승화시켜내는 대단한 사람이었어. 요리라 그래 봤자 본연의 맛을 살린 소박하고 담백한 음식들이었지만 그 음식으로 인해, 사랑을 얻고 자신의 인생을 새롭게 설계하게 됐지.
요리란 것이 뭔가 대단히 거창한 것인 줄 알고 사는 사람들이 많지만 요리라는 건 재료가 가진 장점을 최대한 헤치지 않고 살리는 데 있거든.그런 의미에서 이 주인공이 만들어 냈던 요리들은 하나같이 엄마의 눈길을 사로잡았단다. 언젠가부터 우리가 서양요리조리법에 심취하고 포크나 나이프 쓰는 법에 목을 맸던 건지, 영화를 보는 내내 때 아닌 심통이 나기도 했었어.
아무튼 이렇게 요리를 할 줄 아는 남자들은 적어도 삶을 대하는 자세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는 섬세하단다.
엄마가 아는 한은 그래. 요즘엔 요리를 그렇게 어렵게 생각하지 않는 젊은이들이 많더라. 당연한 시류라고 생각해. 주방에 들어가면 뭔가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생각하는 아빠 세대의 사람들과는 달라져야지.
혹, 우리 딸이 남자 친구를 만나게 된다면 말이야~~ 요리 몇 가지 정도는 능숙하게 할 줄 아는 사람을 만났으면 해.그리고 지속적으로 요리에 대한 호기심도 가질 줄 알고. 물론 너도 너만의 요리법을 가지고 있어야지!
이런 두 사람이 만난다면 소박하고도 정성이 가득 담긴 밥상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서로 차리게 될 것이고,
이런 행위가 얼마나 삶의 결을 풍성하게 만드는지 함께 깨닫게 될 테니까. 아, 이 영화에 나왔던 머윗대 밥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