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이 낼모레라 그런지 달빛이 참 매혹적인 오늘이었구나.
도시의 불빛이 많아지고 밝아질수록 달빛도 원래의 제 빛을
잃어가는 것 같아 아쉽긴 해도, 이렇게 보름 무렵의 달은
짧은 인사를 건네는 첫사랑처럼 수줍음의 최정점을 보여주는 빛을 지니고 있는 것 같아.
태양빛을 직접 마주한다는 것도 굉장히 위험한 일이지만,
엄마가 생각하기엔 태양빛보다 몇 천배는 더 위험한 빛을
내뿜는 것이 달이 아닐까 싶어. 달이 가진 무한한 이야기는 닿을 듯 닿을 수 없는 이상향과도 일맥상통하는 거 같고, 또 가끔은 현실을 직시하고 살아가라는 어느 성인의 일갈 같기도 해.
특히 우리 딸이 ‘체셔 고양이 같다.’ 고 표현하는 하현달을 볼 때면 더더욱 그런 생각이 깊어지곤 하지. 그래, 차오르고 비워내고 또다시 차오름을 향해 달려가는 달의 변화는
삶을 되돌아보게도 하고. 비워냄으로 얻을 수 있는 걸
왜 그렇게 안고 살아가냐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게끔 만들지.
달빛을 ‘교교하다’라고 많이들 표현하는데 이게 원래는 ‘재주가 많고도 지혜롭다.’라는 뜻이잖아. 물론 달빛이 교교하다~라는 건 맑고 깨끗한 빛을 의미하겠지만, 교교한 달빛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삶의 정수를 곱씹어 본다면
왜 이러한 표현이 꽤나 적절한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지.
오늘, 엄마가 보는 이 환상의 달빛이, 네가 피곤하고 졸린
눈으로 슬쩍 바라다본 그 달빛이었으면 좋겠다. 따스하고 차오르는 영감으로 온 누리를 감싸 안은 빛, 가장 차가운 심장으로 뜨거운 열정을 내뿜을 수 있는 빛. 바로 그 달빛.
그 언제 인가처럼 달빛 아래 나란히 앉아 두런두런 살아온 날들과 살아갈 날들을 조망하며 얘기할 날이 곧 오겠지?
달빛이 끌고 달려가는 마차에 올라, 네게도 잠시나마
다녀오고 싶구나. 창문을 아주 조금만 열어두렴.
※커버 이미지/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