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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린혜원 May 15. 2021

교사가 되려는 너를 생각하며

편지, 딸에게


‘감사’의 마음을 무엇인가에 담는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이제 곧 교사가 돼 사회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 너를 생각하니 올해 ‘스승의 날’ 은 엄마에게도 굉장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구나.


요즘엔 학생의 인권이 교권에 우선하다 보니 ‘스승의 날’ 도 어쩌면 대부분의 현직 교사들이 얘기하는 것처럼, 선생님은 물론이고 아이나 학부모에게도 눈치를 보는 부담스러운 날이 되고 말았지? 네가 교생실습을 마치며 안고 온 아이들의 작은 선물, 그러니까 사탕이나 초콜릿 과자 하나, 자기가 아끼던 때가 꼬질꼬질 묻은 인형 같은 것도 절대 받아서는 안 될 선물인 걸까.


한자, 한자 정성 들여 꾹꾹 눌러쓴 편지마저도 원래의 뜻이 퇴색된 이즈음의 ‘스승의 날’ 은, 의미는 사라지고 뭣도 아닌 형식만 남아서 여러 사람을 괴롭히는 괴물이 돼 버린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쓰고 나니 참 쓸쓸하구나. 교권이 바닥을 치고 끝도 없이 아래로 추락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현직 교사들은 교사라는 이름과

비록 껍데기뿐이긴 해도 명예로움에 만족하면서, 조금이라도 더 ‘소명의식’을 가지기 위해 노력한다는 기사를 읽었단다.


교사가 되기 위해 부단히 정진하고 아이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는 너를 생각하며, 오늘은 왠지 엄마도 잠시 숙연해질 수밖에 없었어. 아이들과 선생님이 교실이라는 공간 안에서 서로 신뢰하고 조건 없이 사랑하는 건, 정말 불가능한 일인 것일까. 선생님과 부모님들이

‘우리 아이’라는 공동체 의식을 갖고, 함께 키우고 성장해나간다는 인식은 정말 잡을 수 없는 무지개와 같은 것일까.


괜스레 답도 없는 질문만이 허공을 가득 채우는 오늘이네.

네가 교육현장에서 부딪히고 깨지면서 지레 둥글게 살아가겠다고 물러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너무 섣부른 건지도 모르겠다만, 그래도 그렇게 거센 파도를 향해 항해하는 돛단배처럼  흔들리지 않을 든든한 닻 하나, 너의 심장 속에 숨겨 놓았으면 좋겠구나.     


커버이미지/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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