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히 외로울 땐, 'tree hug'로 위로를 받으렴
편지, 딸에게
고향에 왔으니 가까운 곳이라도 들렀다 가고 싶다는 네 말에 아주 오랜만에 수목원 나들이를 나선 오늘이었지.
집에선 꽤 멀리 떨어진 수목원이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해서도 가 닿을 수 있는 곳에 수목원이 존재한단 건 어쩌면 감사할 일이 아닐까 싶다. 이곳의 수목원은 쓰레기 매립장을 수목원으로 조성한 것이기 때문에, 더 특별한 곳이기도 하고.
아무튼 한 시간 반 남짓 여 동안 너와 나란히 숲길을 거니는데, 십수 년 동안 이렇게 푸른 숲을 만드느라 애쓴 나무들이 새삼 고마운 생각이 들었단다. 마침 어린이날이다 보니 가족끼리 소풍을 나온 사람들도 많았는데, 큰마음으로 보면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고 있는 숲의 나무와 풀꽃들도 한 가족이라는 생각도 생겨나던 걸?
오늘 너와 함께 수목원을 거닌 모든 순간이 엄마에겐 아름다웠지만 특히 기억에 남는 한 장면이 있었단다.
좁다란 오솔길처럼 생긴 길을 올라가 보이는 나무 한 그루, 거기엔 ‘트리 허그’라는 푯말과 함께 나무를 안아 보라는, 안은 채 하늘을 한 번 쳐다보라는 싸인이 있었지. 제법 둥치가 큰 나무를 사이에 두고 너와 함께 나무를 꼭 안아본 순간,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저~ 발바닥부터 올라옴을 느꼈단다.
마치 아픈 곳을 치유해주는 보이지 않는 손길이 우리를 크게 감싸 안은 기분이랄까! 그렇게 나무를 가슴과 손으로 안고 하늘을 올려다본 순간을 엄마는 평생 잊지 못할 거 같구나. 물론 엄마는 산책길에도 가끔 나무를 안고 나무들의 심장은 어디쯤 있을까 하고 가만히 귀를 대 보기도 한단다. 하지만 너랑 마주 보며 껴안은 이 나무가 전해준 오늘의 온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거 같구나.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사람에게 상처 받는 일이 생각보다 많을 거야. 그럴 때 사람들은 하기 좋은 말로 ‘사람한테 받은 상처는 사람으로 치료해야 한다.’ 고 하지만 엄마는 이 말에 동의하지 못한단다. 적어도 일정기간 동안은 사람보다는 오히려 동물들이나, 오늘처럼 나무나 풀꽃들을 통해
시간을 이겨내고 극복하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일 거야.
사람들은 자꾸만 위로한답시고, 말로 상대방의 상처를 덮으려고 그러지. 근데 말이야, 그건 절대로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더라 살아보니. 저들은 그렇지 않잖아, 특히 나무는 더 그렇고. 앞으로도 살면서 힘든 순간이 네게 다가올 때면 오늘 껴안은 나무의 무한한 위로를 기억해 내고 바로 숲으로 달려가렴. 그리고 모든 언어는 배제한 채, 자연의 있는 그대로의 시간에 조용히, 오래도록 녹아들어 보려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