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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린혜원 May 08. 2021

고맙고 고맙다, 네가 엄마 딸이라서

편지, 딸에게

카카오 톡 프로필 사진이 카네이션 꽃다발로 도배된 오늘이었네. 엄마 친구들 나이쯤 되면 사회활동을 하는 장성한 아이들이 그런 꽃다발쯤 고민하지 않고 보내줄 수 있고. 하지만 엄마는 그런 꽃다발 백 개보다 정성 들여 쓴 편지와 함께 고단한 실습을 마치고도 집으로 내려와 준 네가 더 감동이었고 훨씬 큰 선물이었단다.


지금의 네가 있기까지 애써준 엄마의 수고를 잊지 않고

또한 한 사람으로서, 여성으로서의 롤 모델로 엄마를 생각한다는 네 편지글은 최근 지루한 삶을 이어가면서 가끔은 지치기도 하는 엄마에게 더할 나위 없이 귀한 자양제가 되는구나.


생각해보면 너를 낳아 이제껏 키우면서 엄마도 엄마의 역할이 처음이라 실수투성이였던 것만 같은데, 매일매일 새롭게 닥치는 경험들에 허둥지둥했던 때도 한, 두 번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너는 어느새 이렇게 성장해 엄마의 심중을 헤아리고 가끔은 또 그 옛날의 엄마가 그러했듯 꼭 껴안고 토닥토닥 위로를 해주기도 하는구나.


고맙고 고맙다.네가 엄마 딸이라서.


닫힌 문 안에서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있던 사춘기 1년여를 제외하면 그래, 너와 엄만 남들이 보기에도 아주 친한 친구사이처럼 소통하면서 함께 하는 시간들이 많았지. 그렇게 견고하게 쌓아 올린 우리들만의 믿음으로 순간순간 닥치는 관계의 위기도 잘 넘어가곤 했었잖아. 오늘 네게 보내준 글귀 중, 몇 부분을 아주 찬찬히 낭독해 본다.


너를 세상에 태어나게 한 나지만 너를 대신해 인생을 살아줄 순 없다./ 너에게 방향을 제시할 순 있지만 언제나 네 곁에서 이끌어 줄 수는 없다.’


엄마가 '엄마라는 지위'의 모토로 삼고 있는 의미심장한 문장이어서 몇 번 더 곱씹었어. 사랑하는 딸, 앞으로 살아갈 너의 날들이 어떤 빛을 띨지 아무도 모르지만 적어도 그 빛이 더 밝은 빛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엄마는 작은 등불 하나 켜들고 네가 가는 길 바로 옆에서 보폭을 맞추며 걸어가고 싶구나. 이끌려 애쓰지 않아도 스스로 나아가는 힘이 있는 너이기에 그저 그렇게 천천히 있는 듯 없는 듯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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