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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린혜원 Jun 11. 2021

타인에게 감정을 구걸하진 말아야 해

편지, 딸에게

‘가면 우울증’ 이란 말 들어봤지?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

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이 무서운 증상은, 어쩌면 자신의 깊은 곳을 드러내기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닐지도 몰라. 본인이 선택한 가면이 크고 두꺼울수록 치료가 힘들다고 하더구나.


갑자기 왜 이런 얘길 꺼내는지 의아하지? 요즘 엄마 지인 중에 혹시 이 ‘가면 우울증’ 이 아닐까 염려되는 사람이 있어서 문득 이 증상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 보게 됐어.

사실 지난 5월이 ‘가족의 달’ 였기 때문에 뜻하지 않게, 또는 황망하게 가족을 먼저 떠나보낸 사람들이 느끼는 시간의 무게가 다른 달과는 다르게 좀 무겁게 느껴졌을 거 같긴 해.


그래선지 최근, 가족 중 한 사람을 먼저 떠나보낸 이 사람은

늘 웃음 띤 얼굴을 하고 때로는 부담스럽게 여겨질 정도로,

많은 이야깃거리들을 사람들 앞에 풀어내 놓곤 하지.

이분을 오래 알지 못했사람들이라면 아마도 굉장히 긍정적이고 밝은 사람이라고만 생각할 정도로 말이야.


그런데 걷다가도, 청소를 하다가도, 하다못해 꽃을 보면서도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는 얘기를 웃는 얼굴을 통해 전해 들으니 안타깝기 그지없구나. 가까운 사람의 죽음이 스트레스 강도 최고 수준을 차지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유난히 5월에 가족을 아우르는 날들이 많아서이기도 해서겠다만 엄마는 그분이 이젠 제발 가면을 내 벗어던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감정’ 이란 게 뭘까? 오롯이 나로부터 비롯되는 내 것이잖아. 그런데 이 감정을 숨기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는 거야. 과연 누구를 위한 ‘숨김’ 일까?‘슬프고 아픈’ 나를 꽁꽁 숨기고 ‘웃는, 행복한’ 가면으로 타인에게 그 감정을 구걸하는 것 밖에 더 될까?


구걸이라는 표현이 거칠지만 이렇게 밖에 달리 할 말이 없네.

자신의 감정을 드러냄에 있어 곁에 꼭 누군가가 필요한 것도

아니니. 항상 냉정하고 이성적이라는 말을 듣는 엄마여서

이런 얘길 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감정은 교류하는 것이 아니라, 흘려보내는 것이라 생각하면 마음이 조금은 편해지지 않을까 싶기는 한데, 사람마다 삶의 방식과 타인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 보니 이런 얘기를 그 사람에게 선뜻 꺼내는 것도 조심스럽긴 하구나.


하루 동안 일어난 감정들을 추슬러서 취할 건 취하고 버릴 건

버릴 수 있는 쓰레기통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지? 혈관을 타고 도는 혈전들이 몸을 병들게 하는 것처럼 묵은 감정의 찌꺼기들은 더없이 정신을 피폐하게 만들어버리니까 말야.

의 오늘이 어제보다는 조금은 더 명징해졌기를 바라며, 이만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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