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겐 요즘, 여름마다 찾아오는 고질 병 ‘입맛 없음’ 이 도졌단다. 혹자는 입맛 없는 느낌이 대체
어떤 거냐며 ‘진반, 농반’으로 엄마를 놀리기도 하지만, 이게 참 안 겪어본 사람은 모를 은근히 성가시고 불편한 병증이란다. 일단 그 어떤 산해진미는 고사하고, 먹고 싶은 게 없어지니 이런 여름에 온 몸이 무기력해져서는 바깥출입도 삼가게 될 뿐 아니라, 하루 종일 젖은 빨래처럼 무거운 몸을 침대에 누인 채로 생활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 한마디로 활력을 잃어버리는 거야.
자랄 때부터 이러다 보니 남들은 평생 걸릴까 말까 한 ‘여름 감기’를 달고 살았던 엄마였지. 그래도 꾸준한 운동 덕분으로 이즈음엔 겨우겨우 감기는 면하고 산다만, 7월이 시작되면 이 엄마의 ‘입맛 없음’ 은 어디 숨어 있다 나타나는지 아주 활개를 치고 다니는 것이 여간 얄미운 게 아니란다.
아무튼 살아온 날들에 대한 지혜로 이런 병증을 없애는 ‘극약처방’ 하나쯤 갖고 있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고.
사실, 어린 시절 엄마는 입맛이 지금보다 더~ 까다로워서 못 먹는 것도 굉장히 많았어. 해서 이렇게 여름마다 입맛을 더 잃을 때면, 외할머니는 ‘땀뿍장-아마도 표준으로 표현할라 치면 청국장?’ 이란 걸 자작하게 끓이셔서 상추쌈을 싸 먹게 만드셨단다.
멸치도 귀했던 때라 겨우 몇 마리 들어 있을까 말까 했고 호박이나 감자가 대부분이었던 초 간단 강된장이었지만 상추 한 장에 밥 한 숟갈 올리고 외할머니가 ‘땀뿍장’이라 부르시던 그 장을 떠서 쌈을 싸 먹으면, 희한하게도 입맛이 돌아오고는 했단다.
더운 여름 연탄불에 오래 졸여가며 끓이던 그 장의 희미한 내음이 지금도 생각나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어.‘추억은 어릴 적 먹던 음식으로 그 질감과 향기로 대변된다!’ 고 믿는 엄마이기에 말이야. 오늘 당장 문을 열고 나가서 우렁이나 바지락 살을 사 와서 강된장을 자박자박 끓여야겠구나.
쌈 종류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고, 봉지를 끊어 곧바로 끓이기만 하면 되는 반제품도 많지만 엄마는 옛날 우리 엄마가 끓여주시던 투박하지만 정성 가득한 그 ‘땀뿍장’을 고집한다. 그러면 저~멀리 해외쯤에라도 가 버린 엄마의 입맛이 서둘러 귀향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구나. 펄펄 끓는 신열에도 수박 한 조각이면 자리에서 일어나곤 하던 우리 이쁜 딸의 애기 때 모습이 잠시 곁에 머물다 가는 오늘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