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 가득 꽂혀있거나, 무심히 쌓여있는 책들을 보면 엄마는 가끔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고, 엄청난 부자가 된 것처럼 기분이 좋아지곤 한단다. 남들이 뭐라고 할지는 몰라도 ‘책 읽기’를 정말 좋아하는 엄마로선‘책’ 만큼은 욕심을 갖고 사는 편이니까.
장르도 다양하고 다행히 ‘책 편식’ 은 없는 편이라 어제보다는 오늘이, 그리고 오늘보다는 아마 내일이 조금 더 마음이 단단해질 거라 믿고 살고 있고. 이런 이유로 좀처럼 가지고 있던 내 책들을 누구에게 주지는 않았지. 새로 사서 선물을 할지언정 말이야.
그런데, 이 아끼고 아끼는 책들 중 몇 권을 추려 곧 개관을 한다는 시골 도서관에 보냈단다. 놀라운 일이지? ^^ 사실, 엄마 대학 신문사 선배 중에 서울생활을 하시다 충청도 괴산으로 ‘귀농’을 하신 분이 계시거든. 얼마 전 ‘밴드’ 에도서관 개관 소식과 함께 책을 보내 주십사 올려놓으셨더라고.
마을 주민이 겨우 40여 명 남짓 된다는 그곳에 도서관이라니 정말 멋있지 않니? 엄마의 ‘로망’ 이기도 했던 시골 도서관을 열기 위해, 주민들이 힘을 모아 책장도 짜고 아담하게 꾸며가는 사진을 보고 있자니 내가 마치 그곳에 살고 있는 것처럼 마음이 푸근~해지지 뭐야!
‘이런 책은 어떨까?’ ‘아이들도 몇 명 있다니, 신나게 읽을 책도 필요하겠지?‘ ’ 자연과 관련한 책들이 제일 좋다고 하셨는데, 괜찮을까?‘ 고민, 고민하면서 골랐단다. 그중엔 책 욕심에 사놓고도 읽지 못한 책들도 있고, 엄마가 밤을 새워가며 손에서 놓지 못하고 읽은 책도 있었지. 누군가가 읽을 책을, 내가 가진 책들 중에서 고른다는 게 이렇게 큰 기쁨인지 이제야 알았구나.
물론 네가 “ 엄마 요즘 어떤 책 읽고 있어요?” 하고 물어 올 때와는 그 결이 좀 다르긴 해도 말이야. 책을 받은 선배님이 ‘수미감자’를 쪄 놓는다고 잠시 다녀가라 전언하시는구나. 어쩌면 책 향기가 은은히 섞여있는 작은 시골마을의 바람 내음을 맡고 싶어 훌쩍 다녀올 수도 있을 거 같아.
천년을 떠돌던 바람도 그곳에선 쉬어간다니, 누가 아니!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마을 초입을 지키고 푸른 웃음들이 살아있는 그곳에 가면, 끝도 없이 깊은 심연의 겉모양이라도 만나고 올 수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