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엔 수국과 작약에 마음을 빼앗겨도 좋아

편지, 딸에게

by 초린혜원

생전에 꽃을 참 많이도 사랑하던 외할머니는 크고 화려한 꽃들보다는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야만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들꽃들을 그렇게 좋아하셨더랬어. 어린 마음에 볼품없는 그 꽃들을 자식처럼 아끼면서 키우던 할머니가, 엄마는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단다. 꽃이라면 누가 봐도 혹할 수밖에 없는 장미나, 한철을 살다 지더라도 찬란한 기품을 뽐내는 목련 정도는 돼야 된다고 생각했거든.


솔직히 얘기하면 그 시절 엄마가 알고 있던 꽃의 이름이 딱, 그 정도이기도 했고. 어쨌든 나이가 들수록 외할머니가 왜 그렇게 들꽃들을 사랑하고 아꼈는지 다분히 이해가 되긴 한다만, 엄마가 할머니의 성정을 그대로 빼다 박은 건 아니었던지 엄마는 여전히 화려하고도 풍성한 꽃들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구나.


얼마 전, 신문에서 수국 사진을 보는 데, 마음 한쪽에 몽글몽글 구름 같은 감정이 살아 오르던 걸? 어디 그뿐이겠니! 꽃송이가 너무도 탐스러워 ‘함박꽃’ 이라고도 불리는 ‘작약’도 이즈음 눈길을 사로잡더라고, 수국도 작약도 6월이면 그 아름다움으로 사람들을 유혹하는 데, 꽃이라면 그저 좋은 엄마니, 그들 앞에 무장해제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지?


평생을 소박하다 못해, 청빈하게 살다 간 들꽃 같은

외할머니에겐 적이 죄송한 일이긴 하다만, 타고나기를 눈에 띄는 화려함을 선호하는 엄마니 할 수 없지 뭐. 아마 잘은 몰라도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나 차마 알 수 없었던

외할아버지의 기호가 엄마와 똑 닮았을 거 같긴 하다.


빛바랜 사진 속 외할아버지의 시대를 앞서간 패션센스에 엄마도 매번 볼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곤 하니까. 화려하든 그렇지 않든 꽃은, 사랑할수록 사람들에게 더욱더 진한 향기를 전하는 법이겠지? 그러니 이 6월엔 우리들 심장에 수국이나 작약을 담뿍 꽂을 화병 하나, 소담하게 마련해 둬도 좋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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