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린혜원 May 28. 2021

살다가 '입스'가 찾아올 때면

편지, 딸에게

골프가 유일한 취미인 아빠가 몇 달 전부터 퍼팅이 잘 안된다며 아무래도 엘보 통증으로 인한 입스 같다고 투덜대더구나. 골프가 안 되는 이유는 백만가지도 넘는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지만, 아무튼 이번 기회에 ‘입스’로 인해 골프에 대한 흥미를 좀 잃었으면 하는 게 엄마의 솔직한 심정이긴 했단다.


‘입스’라는 건 샷이 잘 안 될 것 같은 마음을 가지거나, 주변을 지나치게 의식하면 생기는 문제인데 골퍼들이 흔히 겪는 현상이라고 . 세기의 골퍼라 지칭되는 타이거 우즈도 얼마 전까지 무단히 찾아온 이 ‘입스’ 때문에 은퇴까지  고려했다는 걸 보면 ‘입스’ 란 게 무섭긴 무서운 것인가 싶었다. 엄마도 궁금해서 좀 더 알아보니까 무의식과 의식을 관장하는 뇌 영역들의  불균형 때문에 결국은 ‘입스’라는 것이 오는 거라대.


굳이 골프를 즐겨하지 않는 사람도 살면서 이 ‘입스’의 순간을 맞닥뜨릴 때가 몇 번은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근육의 긴장이나 떨림 같은 신체적인 것뿐 아니라, 정신적으로 불안하고 뭐든지 안 될 것만 같은 생각이 지배적일 때.. 그때가 바로‘입스’가 찾아온 것일 거야.


이 ‘입스’가 찾아올 때 무리하게 운동을 하거나 정신적으로 극한의 훈련을 해서 없애려고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지 않을까? 근육을 편안하게, 마음도 편안하게 그냥 될 대로 돼라, 이런 생각을 하는 게 더 도움이 된다는 얘기도 있으니까.


생각한 대로 몸이 따라주지 않고 불안감만 엄습해 오는 어느 날엔 그저 비추이는 햇살 속에 몸을 맡기고 신체의 모든 세포들에게 ‘릴랙스’를 명령하는 것, 그것이 엄마의 ‘입스’ 탈출 묘책이야. 성격 급한 아빠는 ‘입스’가 찾아올 때면 더 격한 운동과 연습으로 그것을 빨리 극복하려 애쓰는 것 같더라만. 뭐 어쩌겠니!^^ 본인이 그렇다면 그런 것을.


커버 이미지 pixabay

이전 21화 칼국수와 수제비, 그 한 그릇에 담긴 미학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