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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린혜원 May 21. 2021

부부의 날 유감(훗날 배우자를 찾을 땐 말야.)

편지, 딸에게

 "오늘 부부의 날이라며? 축하해요."


메신저로 빌보드 어워드를 빛낸 한국의 보이밴드 ‘BTS' 얘기를 하다 너는 뜬금없이 부부의 날을 축하한다고 했지. 글쎄.. 부부의 날을 이렇게 축하받을 수 있을 만큼 엄빠가 좋은 부부로 살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아마 모르긴 몰라도 세상을 이별하는 날까지 풀리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네가


왜 그래?


하고 의문을 표해도 이게 더없이 진솔한 이즈음의 엄마 마음이니 어쩔 수 없지 뭐!돌아보니 우리 부부도 올해로 ‘은혼식’을 기념해야 할 25년의 결혼생활을 이어오고 있더구나. '코드' 가 안 맞는다고 하면서도 워낙 극성을 가지고 있어 그런지 웬만한 것들은 부딪히지 않고, 그럭저럭 적응해가며 산 세월이었단다.


어쩌면 네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지난한 시간들을 이겨내며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 부부의 삶보다는 부모로서의 삶에 더 무게추가 내려가 있었던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고, 아빠보다 엄마는 더욱더 말이야. 해서 너의 축하를 받고 나서 ‘부부’ 란 어떤 결을 가진 인연일까  잠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단다. 물론 엄마 혼자서.


그래서 내린 결론은 이거였어 ‘부부는 단단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계약관계‘라는 거지.

그래서 그 신뢰에 금이 가거나, 더해 깨져 버린다면 그 계약은 무너져 내리는 거고. 중요한 것은 순수한 계약관계로 시작했기 때문에 이 계약이 깨질 때는 그만큼 큰 상처와 아픔을 감내할 용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겠지?


그러니 적어도 부부의 연을 맺었다면 처음 시작할 때의 그 믿음. 그리고 서로가 서로에게 지키고자 했던 약속들을 이행해나가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거야. 이제 이렇게 엄마도 사랑이라는 미명 아래 숨어들어, 차마 놓칠 수밖에 없었던 것들에 대해서 생각할 만큼 결혼생활을 오래 해 왔구나.


결혼을 이성적으로 객관화시키는 게 참 힘든 일이긴 하다만,

함께 살 ‘룸메이트’를 구하는 맘으로 결혼을 준비한다면

크게 누를 범하지 않을 거라는 어느 큰 스님의 말이

너무나 절실하게 와 닿는 오늘이다. 그나저나 무심한 아빠는, 오늘이 ‘부부의 날’ 인지 알까?

'모른다'에 내 남은 블루칩을 다 건다. 하하하.     


커버이미지/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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