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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린혜원 May 14. 2021

'로즈데이', 장미보다 예쁜 꽃 한 송이

편지, 딸에게

  

5월을 사랑의 향기로 빛나게 하는 꽃, ‘장미의 날’ 이 오늘이라지? 시시콜콜, 달마다 들어 있는 무슨, 무슨 데이를 때맞춰 챙기는 것도 누구는 살아가는 재미라고 하더라만,

엄마는 이런 ‘데이’가 넘쳐나는 것이 그리 마뜩치는 않구나.

그래도 ‘로즈 데이’라는 명목 덕에 평소 같으면 무심히 지나쳤을 아파트 초입, 펜스를 감싸고 피어난 붉은 줄 장미향을 멈춰 서서 한참이나 맡아보았단다.


세상엔 많고도 많은 꽃이 있지만 여전히 장미가 사람들의 선택을 받는 이유는 단 한 가지, 이 아찔하고도 고혹적인 향 때문 아닐까 싶었다. 자태가 아무리 아름다워도 막상 다가가

향을 맡았을 때, 무향이거나 향이 있더라도 그 향이 적이 실망스러운 꽃이면 어쩐지 보고 싶지 않은  간사한 사람 마음이잖아. 그런 면으로만 본다면 장미는 정말이지 꽃의 여왕이란 칭호가 아깝지 않은, 모습에 딱 걸맞은 향기를 지니고 있으니까.


사람도 마찬가지일 거야. 처음에야 겉으로 화려하거나 매력을 뿜어내는 사람에게 이끌릴 수 있지만, 알아갈수록 자신만의 고유한 향기로 주위를 지배하는 사람으로부터 우린 더욱 헤어 나오지 못하는 법이니. 어쩌면 우리가 인생을 대하는 태도란, 갖가지 나를 나타낼 수 있는  독특한 향기를 조합해보고 그윽하게, 한편으론 깊이 다져가는 ‘조향사’ 에 버금가야 되지 않을까 싶구나.


이름 덕분에 늘~ 다른 사람들에게 ‘꽃 한 송이’라는 닉네임으로 불리길 원하고, 또 염원이 이어져 그렇게 불리고 있는 너는, 굉장히 행복한 사람일 거야. 누구나 꽃이 될 순 있지만 매번 꽃으로 불리는 사람이 그리 흔한 건 아니니.


누군가 엄마에게


당신이 생각하기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은 무엇입니까?”라는 愚問을 던져온다면,


엄마는 


“한송이 꽃이요!”라는 賢答을 내놓을 거야.


모두가 딸 바보라고 비웃어도 꿋꿋하게 말이야.

그리고도 남은 여지가 있다면 늦봄과 여름을 가로지르는 향내로 나만의 추억을 샘솟게 하는, 어느 5월의 ‘라일락’이라고 대답하겠지. 그게 라일락이 아닌 아름다운 우리 꽃 ‘수수 꽃 다리’ 인건 한참 후에야 알았지만 훗. 


언젠가는 은은한 보랏빛이 감도는 ‘수수 꽃 다리’에 얽힌 엄마의 옛이야기도 해줄 날이 오겠지? 이를 어쩌지, 맘이 벌써 봉긋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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