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가 이모 생일이었단다. 항상 동생이라 그런지, 어리게만 생각하다가 생일마다 나이를 따져보면 이모도 어느덧 중년의 강을 건너는 여인이 돼 있더구나. 사실 엄마는 외할머니가 돌아가신 후부터 생일을 챙기는 게 굉장히 무의미해져서 그냥 좀 지나가기를 바라곤 했었는데, 이모도 쉰의 나이를 넘기고서부터는 엄마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모양이더라고.
아무튼 생일도 지난 오늘, 다~ 저녁에 이모가 잡채를 통에다 넉넉하게 담아서 가져다주고 갔어. 잡채는 이모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거든... 그럼 이 잡채를 생일이니까 이모가 스스로 했을까? 아니야. 너도 잘 알다시피 이모가 여간 바쁜 사람이 아니잖아. 이 잡채는 이모부가 이모를 위해 항상 생일이나 특별한 날 ‘힘내라’ 해주는 응원 음식이 됐지 뭐야! 그냥 흉내만 내는 정도가 아니라, 음식 솜씨를 나름 인정받고 있는 엄마가 보기에도 아주 훌륭할 정도로 제대로 된 잡채이기도 하고.
중년의 남자가 부인을 위해 이렇게 부인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무더위에 땀을 흘려가며 만들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당장 아빠만 해도 돈 주며, ‘나가서 먹고 싶은 거 사 먹으라’는 게 아주 일상적인 일인데 말이야. 성격이나 타고난 성정 탓이기도 하겠지만, 매번 이모 생일에 엄마가 얻어먹곤 하는 잡채를 볼 때면 거기에 담겨 있는 어떤, 미처 다 표현하지 못할 끈끈한 사랑 같은 걸 느끼곤 한단다.
이모가 이 말을 듣는다면 손사래를 치며 부정할지도 모르겠다만 한 그릇에 담긴 음식, 그것도 감탄을 불러올 맛있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 음식을 먹을 사람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 있어야만 가능하다고 엄마는 믿고 있어. 그래서 늦은 밤 귀가한 아빠에게 불만 가득 ‘구시렁, 구시렁’과 함께 이모부가 만든 잡채를 기어코 먹게 만들었지. 그걸 또 맛있다고 감탄하며 먹는 아빠도 참, 단순하고도 극강의 심플함을 지닌 사람임에 분명하네.
‘사랑’ 이란 이 세상 그 어떤 척도로도 가늠하기 힘든 것이지만 오늘 이모의 생일 기념 잡채 한 접시에 담긴 사랑의 질량은, 왠지 마음의 가늠자로 재보는 게,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