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잠시 덮으니 눈의 고요가 찾아왔다

편지, 딸에게

by 초린혜원

하루라도 운동을 하지 않으면 몸이 힘들고 아픈 사람, 운동중독이라고 하지? 사랑하는 연인들은 ‘사랑’이라는 감정 자체에 중독돼 때로 서로를 할퀴거나 낭패를 보기도 하고. 이렇게 중독이란 과해질 때.. 원래의 선한 의미들을 잃어버리니까.


엄마의 중독은 너도 잘 알다시피 ‘읽는 것’ 이잖아. 하루라도 무엇인가를 읽지 않으면 정말 마음이 불안할 정도로 손에서 책을 비롯한 읽을거리들을 놓지 않는 생활을 50년 가까이 해오다 보니, 얻어지는 건 얕지만 꽤 넓어진 지식이요 잃은 건 눈의 건강이란다. 너무 어릴 때부터 희미한 불빛을 의지하며 책을 읽기 시작한 엄마는 몇 천 명이나 되는 전교생 중 유일한 ‘안경잡이’ 였단다. 덕분에 놀림도 많이 당했고.


아무튼 좋지 않은 시력은 ‘독서’가 가져다준 가장 값진 훈장이라 생각하고 여전히 책 읽기를 멈추지 않는 생활을 해 오고 있었는데. 아뿔싸! 반갑지 않은 노안에 안구건조 증까지 겹쳐서 1시간을 내리읽는 것도 버거운 날들이 이어지고 있구나. 부랴부랴 독서대도 새롭게 장만하고 안구건조 증 약까지 처방받아서 지속해보려고 노력했지만 눈이 아파 오는 건 어쩔 수 없네!

이중, 삼중으로 쌓인 책산.


시리고 뻑뻑해진 눈이 엄마에게 ‘이제 제발~ 좀 나를 쉬게 해 달라’ 하소연을 하는 것처럼 느껴졌어. 쓰는 일을 관두고 ‘컴퓨터 모니터’를 덜 보면 그나마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그건 늙어가는 눈을 고려하지 않은 오만한 생각이었네. 별로 푸르지도 않지만 하늘을 자주 보고, 안구운동을 하면서 읽는 시간을 최대한 줄여 보라던 의사 선생님의 말을, 귓등으로 들은 죗값을 요 며칠 제대로 치르고 있는 중이란다.


일주일쯤? 약간의 피눈물(?)을 흘리며 읽는 시간을 아예 없애 버렸더니, 놀라워라! 눈에 평화와 고요가 찾아오면서 마음까지 편안해지더구나. 물론 ‘스마트 폰 검색’ 도 거의 하질 않았지. 이젠 좀 이렇게 살아야겠다 싶다.

‘독서’가 유일한 안식처이긴 해도 그것이 건강한 삶을 해친다면 자제하는 게 맞겠지? 가끔 스마트 폰을 보다 잠드는 널 생각하면서 이 얘길 꼭 해주고 싶긴 했다. ‘눈 건강’ 이, 몸뿐만 아니라 마음의 건강까지도 관여한다는 걸.

커버이미지/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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