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 그랬던 것일까? 개미들이 끝도 없이 줄지어 이동하는 모습을 보았구나. 평상시 같으면 잰걸음으로 움직이느라 눈에 들어오지 않았을 그 모습이 오늘은 웬일인지 발걸음을 멈추게 했고, 가만히 서서 한참 동안 그들의 위대한 이동을 지켜보았지.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등 뒤로 꽂히는 태양의 위세가
다시 느껴질 때쯤.... 시계를 보니 훌쩍 한 시간이 지나갔더라고. 이 한 여름에, 그것도 태양이 가장 작렬하는 한낮에, 엄마를 멈추어 서게 하고 몰입하게 했던 힘은 어디서 온 걸까?
개미들을 지켜보면서 비에 대해 생각하고, 비를 생각하니 언젠가 신문 칼럼으로 접했던 ‘비처럼 음악처럼’의 가수 김현식이 떠올랐지. 그리고는 김현식이 세상을 버린 사인이 술로 인한 ‘간경화’ 였다는 사실에 이르게 되자, 너무 일찍 천국행을 택한 내 아버지의 깊고 푸른 눈이 생각나 꺼이꺼이 울 수밖에 없더구나. 신기하기도 하지, 개미떼의 흔한 이동이 불러온 ‘몰입의 나비효과’는 이렇게 전혀 뜻하지 않은 어떤 곳으로 엄마를 데려다 놓고는 또 다른 몰입을 해 보라 은근히 채근을 하기도 했단다.
엄마는 다행히도 이런 '무아지경'의 몰입을 사랑한단다. 그 몰입의 대상이 반드시 살아있는 어떤 것이 아니어도 되니까. 때로는 극강의 기온이거나, 문득 바라다본 황홀한 저녁노을 이어도 좋을 거야. 시간의 점철로 이루어진 기억의 한 끝에 잠시 머물러,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어디론가 나를 데려가는 그 환상적인 느낌을, 다만 사랑하는 것뿐이니까. 그곳이 어디이든 잠시 여기 이곳과 지금의 나를 잊는 것만으로도 삶의 척추를 다시 곧추 세우는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은 덤이라면 덤일 거고.
밤바람이 제법 시원해졌구나. 올해는 유난히 풀벌레 소리도 일찍 들리기 시작하네. 뒤틀어져 버린 기후의 변화에도 계절은 또 어떻게 이리도 잘~자기의 때를 알고, 가고 오는가 싶다. 우리 딸이 이즈음 몰입하고 있는 것은 뭘지, 물리적 거리의 소원함에 그저 궁금한 것만 늘어가는 날들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