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윤종신, 당신이 옳았다.

짧은 글, 그보다 조금 긴 생각/월간 윤종신

by 초린혜원

2010년, 대중가요 아티스트인 윤종신은 그야말로 음악을 사랑하는 대중들은 물론이고, 음악을 만드는 사람들조차도 깜짝 놀랄만한 프로젝트를 선언했다. 이른바 '월간 윤종신', 매월 발행되는 잡지처럼 매달 음악을 1곡 이상 발매한다는 계획이었고 그 계획은 즉각 실천에 옮겨졌다.


당시 음악 프로그램의 작가로 일하고 있던 나조차 이런 계획은 오래 지속될 수 없는 무모하고도 어리석은 것이라 생각해서, 약간은(미안하지만) 코웃음을 치면서 동료들과 내기 아닌 내기를 하기도 했었다. 이거 얼마 안 간다. 틀림없이.


아무리 대중성을 입은 음악이라는 전제가 깔려있고, 더해 그의 작곡 실력이나 프로듀싱 능력 또한 평판의 상위에 있었다 해도, 붕어빵 틀에서 붕어빵을 찍어내는 것도 아닌 데, 음악을 납득 범위 밖에서 양산하는 일이 어디 그리 쉬울 것인가. 이런 의문은 매해 그가 월간 윤종신에 발표된 곡들을 모아 앨범 두, 세장을 내는 동안에도 쉬 거둬지지 않은 부분이었던 거 같다.


우리나라 가수, 누구도 가지 않았던 길을 가기로 마음먹으면서 그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보통의 사람들이 하는 '한, 두 번 하다가 안되면 말고, '라는 생각을 해보기나 했던 걸까? 보통인이 아니었던지라 10년을 스스로에게 한 약속을 훌륭히 지켜냈고, 여전히 진행형이다. 거기다 더해 그는 또 , 새로운 도전 '이방인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행복한 음악 노마드로 살고 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발행된 곡들 중 가장 좋아하는 오르막길


모르긴 몰라도 그간의 세월 동안 매달 발행해야 하는 숙제를 스스로 주었기 때문에 음악을 만지는 작업이 일종의 전투이기도 하면서 즐거운 고통을 수반하기도 했을 터이다.


빠르게 바뀌어가는 음악시장을 누구보다 빨리 깨닫고 실행으로 옮긴, 생존본능의 촉수가 유난히 발달해 있는 윤종신. 그의 잠재력과 역동성을 느낀 건 엉뚱하게도 음악에서가 아닌 나의 '글쓰기 프로젝트' 때문이었다.


밥벌이로서의 글쓰기를 그만두고 한동안 번아웃에 시달리던 나는, 다시 글을 쓰는 데 꽤 큰 어려움을 겪고 있던 차였다. 속절없이 흐르는 세월의 속도는 언젠가는 글을 다시 쓰자는 내 다짐보다 두, 세배는 더 빨랐다.


어영부영 보낸 세월이 3년. 다시 글을 쓰기 위해 가벼워질 대로 가벼워진 단어들을 안고 떠오르지도 않는 문장들을 길어 올리느라 끙끙대며 모니터 앞에 앉아 있을 때, 월간 윤종신을 넘어 '이방인 프로젝트'를 구상하며 음악 노마드를 선언한 윤종신의 소식을 다시 듣게 되었던 것이다.


너무 경이로웠다. 오랜 시간 어떤 문장이든 쓰면서 쓰는 근육이 나름 붙어 있었다고 자부했었지만, 매일 무엇인가를 쓰고, 매일 다듬어서 플랫폼에 올린다는 건 생각보다 너무 많은 품을 요했고, 머리로만 쓰는 글은 매번 버려지기 일쑤였다.


그런데 그는 '월간 윤종신' 이전에도 이미 평단에 의해 나름의 평가를 확보한 위치에서 끊임없이 생산을 위한 활동을 멈추지 않았고, 이제 다시 또 새로운 도전을 진행 중이라니.. 마치 자기 발을 처음 본 아이처럼 그의 행보에 대한 경외감마저 드는 것이었다.



모든 것을 차치하고서라도 창작을 위한 노력, 오직 그것만으로도 박수를 받아 마땅한 것이었다. 자신을 위해서, 동료 가수들을 위해서 마음껏 놀 수 있는 판을 '월간 윤종신'을 통해 만들었으니, 그는 이제 옛날 사당패의 우두머리였던 꼭두쇠 버금갈 수 있겠다. 사람들이 의심의 눈길을 보내며 반신반의할 동안 자신의 재능을 허투루 낭비하지 않았고, 어떻게 해야 더 나은 음악을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거두지 않았기도 했으므로.


고흐나 피카소도 생전에 엄청나게 많은 작품을 그려냈다고 하지 않는가. 다작은 명작으로 이어지는 밑거름인 것이다. 우리는 왠지 명작-마스터피스-라고 하면 예술가가 몇 년의 공을 들여 고민하고 고심한 끝에 탄생시켜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지만, 예술가의 머릿속에 이미 명작은 존재해 있음이니 그 양을 따져 진정한 예술가네, 아니네 하는 것은 어쩌면 대단히 무의미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1년 동안은 매주마다 어떤 글이든 쓰겠다고 마음을 먹었지만 다작과 과작, 그 중간의 어디쯤에서 염치없이 망설이는 나를 보게 된다면 윤종신 그는, 무조건 많이 써보는 시간을 가지라 독려할 것이다. 그리고 어디든 내놓아서 평가도 받아보고 무너져도 보고, 그러면서 자신처럼 성장하라 다독여 줄 것 같기도 하다.


정작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면서 매일 무엇인가를 수확하기 위해, 자신이 지니고 있는 다양한 씨앗을 뿌리는 사람들을 왜 하찮게 생각해왔을까? 오만은 무지로부터 오는 것보다, 이런 무례함으로부터 시작되는 거다. 내게는 그들을 비난하거나 힐난할 자격이 전혀 없음이다. 깨달음이 이렇게 불시에 찾아와 당혹스럽지만......너무 늦어서 미안하다, 윤종신 당신이 옳았다. 진정 옳았다.




keyword
이전 01화안녕, 섹시하고 아름다운 나의 50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