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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린혜원 Dec 04. 2020

굿 리스너로 살아가기.

편지, 딸에게

그저 하기 좋은 말인지, 아니면  삶의 지주석 같은 말인지 여태 영~감이 오질 않지만, 최근 또래 친구들이 모이면 자주 하는  “ 나이가 들수록 지갑은 열고, 입은 닫아야 한다.” 는 말이 있어. 네 연령대에서 거론할 문장은 아니지만  혹시 들어봤는지 모르겠구나.


사람에 따라 이 문장을 해석하는 기준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엄마에게 이 말은, 세상에 은혜를 입은 만큼 나이 들어서는

베풀며 살라는 뜻으로 해석이 되곤 했단다. 적어도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말이야.



자신이 원하는 바가 관철되지 않으면 받는 사람의 상황과는 전혀 관계없이 몇 번씩이나 전화해서 본인이 할 말만 하고 끊어버리는 어른이 주변에 있어서 이 문장의 진의를 곰곰이 생각해보게 됐어.


그런가 하면 업무적으로 만난 사람을 도무지 기억 못 하고, 심지어는 그 사람과 나눈 얘기조차 어느 순간엔 잘 기억나지 않는다는 사람을 지켜보며 살자니, 그래! ‘타산지석’이라고.. 혹시 나조차 그런 어른이 돼 가고 있는 건 아닌지 경각심을 갖고 되돌아보게 되더구나!


비단 이런 문제가 나이가 들어간다고 해서 더 심해지는 현상인지는 모르겠다만(그래서 입을 닫아야 한다는 자조적인 말이 나온 것일까?) 아무튼 대화의 기본이 ‘경청’에 있다는 걸 무시하며 사는 사람들이 세상엔 생각보다 많다는 걸, 놀랍도록 깨우치고 있는 중이란다.



일단 타인이 하는 말을 곱씹어 들어야만, 내가 하고 싶은 말들 중, 해서 좋을 말과 그렇지 못한 말을 걸러낼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거거든... 이런 안전장치 없이 생각했던 것들을 쏟아내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어쩌면 ‘꼰대’라는 비린내 나는 호칭을 갖다 붙이는 건지도 모르겠다.


가끔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침묵을 지켜주는 것이 대화의 흐름을 이어가게끔 만든다는 걸, 시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구나. 두 개의 귀를 한껏 열고, 거기에 더해 마음에 숨겨둔 상대방을 향한 맞춤형 귀까지 열어젖혀 대화를 풀어 나간다면, 그 이야기의 내용이 어떻든 간에 상대방은 분명 내게 호감을 보여주지 않을까 싶다.


대화의 주체가 ‘나’라는 생각을 버릴 때 비로소 온전한 대화의 물꼬가 트이는 법이니까. 그리고

타인을 통해 나의 내면을 깊숙이 들여다볼 수 있는 행운은 오로지 ‘굿 리스너’ 들에게만 허용된 것이니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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