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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 말고 달 Sep 15. 2024

진로 나비 효과, 2025 대입 현장은 대혼돈!

학교 밖 청소년 상담기

  의대 나비 효과

  2024년 9월 6일(금). 비 오는 금요일 저녁입니다. 다음 주 월요일부터 수시모집 원서접수가 시작됩니다. 주말에 예정되었던 대입 진학 상담은 센터 사정으로 오늘 퇴근 후에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오후에 교육지원청 출장이 있었지만 다행히 일찍 끝나서 조금의 여유가 생겼습니다. 휴식과 상담 준비를 위해서 카페에 들렀습니다. 꿈드림이 위치한 건물 1층에 무인 카페가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피스 커피(Peace coffee)'라는 공정무역 커피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동티모르 커피 농가와 지역 사회를 돕는 모두가 함께 행복한 커피'입니다. 퇴근 시간이라 그런지 카페는 조용한 편입니다. 마음도 안정되고 상담 준비도 잘 됩니다.

  2025학년도 대입에서는 입시체계의 큰 변화는 없으나 세부 전형의 변화가 엄청난 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2025학년도 대입에서 큰 이슈는 의대 정원 증원, 무전공 선발 제도 확대, 교육대 기피 현상 및 정원 감소입니다. 특히 의대 정원 증원 때문에 입시 준비생들에게는 엄청난 혼돈과 혼란이 야기되고 있습니다. 의대 증원이 가져올 나비 효과는 과연 어떻게 전개될까요?

  단기적으로 보면  입시 측면에서 N수생 증가와 상위권 학과의 합격 가능선의 변동이 나타날 것 같습니다. 의대 정원 증원으로 인해 N수생들이 대거 유입될 전망입니다. 대학 재학생은 물론 직장인들도 수능 시험에 다시 뛰어든다고 합니다. 수능 최저 등급이 필요한 수시 모집 전형이나 수능 점수가 필요한 정시 모집을 준비하는 재학생과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는 큰 고민거리가 생겼습니다. 실력이 뛰어난 N수생들이 대거 유입될 경우 중상위권 수험생들의 수능 점수 하락은 불가피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올해 재학생들의 대입 수시 모집은 내신 성적도 중요하지만 수능 최저 등급 충족 여부가 합격을 결정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연도별 수능 원서접수 결과를 보면 졸업생 응시 비율이 2022학년도 대입에서는 29.2%, 2023학년도 대입에서는 31.1%, 2024학년도 대입에서는 35.3% 등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2025학년도 대입 수능에서는 졸업생 지원 비율은 다소 감소했지만 졸업생 지원자 수는 161,784명으로 2004학년도 대입 이후 21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습니다. 졸업생 수능 응시 증가에는 여러 원인이 있지만 인구 구조적인 측면에서 보면 자녀가 1~2명인 세상이니 학부모 입장에서는 기회를 더 줄 여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로는 최상위권 학과의 입학 정원 증원으로 점수로 볼 때 그 아래쪽에 위치한 치대, 약대, 한의대, 수의대 등의 합격선이 다소 내려올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어 긍정적으로 기대하는 수험생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의대 증원에 따른 지원 배치점수 변동, 수도권과 비수도권 의대 증원 인원 차이, 무전공 선발 확대 등과 같은 너무 많은 변수도 있기에 작년의 입시 결과를 그대로 참고할 수가 없습니다. 이런 이유로 올해는 의대 지원 수험생뿐만 아니라 모든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매우 혼란스러워하고 불안해합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진로와 직업이라는 측면에서 큰 변화를 나타날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의대 증원과 같은 변화는 마치 핵폭탄과 같은 엄청난 파괴력과 파급력을 가집니다. 우리나라에서 의사 변호사처럼 모두가 선호하는 사회적 지위와 소득이 높은 직업입니다. 따라서 단순히 의료 서비스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입시 전체는 물론 사회 계층 구조가 변화할 정도로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마지막 고교에서 진학지도를 했던 제자들이 생각납니다. 지금쯤 전공의 과정에 있을 텐데 잘 지내는지 걱정이 됩니다. 전문가와 당사자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정부 태도에 참담하고 무력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 사회의 약자들이 느끼는 마음처럼 무시당하는 느낌과 상실감은 큰 상처로 남을 수 있습니다. 제발 마음만은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2주 전에 SRT를 타고 수도권에 친척 병문안을 다녀왔습니다.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있음에 매우 불안해하고 큰 울분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의대에 진학한 제자들과 몹시 아픈 중증 환자를 보면서 안타깝고 복잡한 마음입니다. 의료계 종사자도, 환자도, 보호자도,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도 모두 혼란스럽습니다. 몸은 힘들더라도 마음만은 다들 다치지 않고 잘 해결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사회는 민주주의 사회입니다. 대화와 토론, 타협과 양보, 사회적 연대와 관용으로 잘 해결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상담 

  진로에는 역경을 극복하고 성공한 사람들의 명언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 좋은 명언들이 쓸모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들이 그 시간을 살아봐야 알 수 있는 지혜이기도 하고, 너무 크게 성공한 사람들 이야기라 손에 잡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 시간을 살지 않고 이 소중한 명언들의 깊은 의미를 깨달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너무 큰 사람들의 역경 극복담이나 성공담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경험담도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게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언젠가 필요한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 조금은 힘을 보탤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외로울 때 비빌 수 있고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사이지만, 부담되지도 불편하지도 않게 살짝 벗어난 옆 자리에 있고 싶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는 놓치지 않도록 귀 기울이는 '친구 사이의 정' 정도로만 있고 싶습니다. 오늘 만난 소중한 친구들 몇 명의 이야기를 남겨 봅니다.  

  내담 청소년 A는 올해 6월에 학업을 중단했습니다. 특성화고를 다녔는데 적성은 맞았지만 학교 분위기가 본인이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달라 학업을 그만두게 되었다고 합니다. 고등학교 학업중단자는 고졸 검정고시 6개월 이전에 제적되어야 하기에 이 청소년은 올해는 검정고시 응시자격이 없습니다. 내년에 응시할 계획이지만 진학을 위해 미리 상담을 받으러 왔습니다. 검정고시 준비도 하고 있고, 제과제빵 학원도 다니고 있고, 진학 준비를 위해 토익(TOEIC)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저는 잘 준비하고 있다고 칭찬하고 격려합니다. 이 청소년은 4년제 일반대와 전문대 모두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저는 <어디가>, <프로칼리지>, 각종 수시모집 상담 자료와 프로그램을 활용해서 희망 대학 및 학과를 분석해 주고, 궁금한 것에 대해 답을 주었습니다.

  내담 청소년 B는 중학교 졸업 후 여러 사정으로 고등학교로 진학하지 않았습니다. 미술, 무용에 흥미가 많고 교사, 사회복지사 등 다양한 직업을 꿈꾸고 있습니다. 검정고시 성적과 수능 성적 향상을 위한 계획도 많습니다. 청소년은 또래와 같이 내년에 대학 진학을 희망하기에 시간이 있습니다. 일단 올해도 도전해 보기로 해서 6개 희망 대학과 학과의 전형을 분석하고 합격 가능성을 확인하고 전략과 전술을 같이 짰습니다.

  그런데 이 청소년은 지망하는 계열이나 학과가 너무 다양합니다. 합격 가능성을 기준으로 대학과 학과를 검색해서 가지고 온 것 같습니다. 진로 동기와 진로 목표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진로에 대한 탐색과 설계가 부족해 보입니다. 중학교 졸업 이후 진로심리검사를 해 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자기 이해, 진로정보탐색, 진로경로설계가 더 세밀해야 합니다. 범위를 더 좁히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선택하고 결정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이맘때 청소년들 모두가 선택하고 결정하는 데 많이 어려워하고 망설입니다. 인생의 중요한 결정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금 선택한 대로 사는 것이 아니에요. 우리가 하려고 하는 것은 합리적으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연습을 하는 거예요. 그런 능력을 키우려고 하는 거예요. 이것을 진로역량이라고 해. 그래야 진학에도 성공하고 변동성이 큰 미래 사회에도 잘 적응하고 행복한 직업생활을 할 수 있어요. 너무 걱정하지 말고 현재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면 돼. 이런 경험으로 앞으로 점점 더 좋아지고 나아지는 거.'라고 말해 줍니다. <커리어넷>을 이용한 진로심리검사와 롤 모델 찾는 방법에 대해 소개하고, 진로정보를 탐색하고 진로경로를 설계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긍정 격려했습니다. 그리고 정말 자기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교직과 연결되는지 다시 한번 자세히 살펴보라고 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설령 대학에 합격하고 임용시험에 합격한다 하더라도 요즘같이 힘든 교직 생활을 오랫동안 견뎌내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상담을 하면서 최근 몇 년의 흐름을 보니 교육대와 사범대 합격 가능 점수대가 해마다 급격히 떨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모두가 의정 갈등 문제에 관심이 쏠린 지금, 교직 문제에 대한 관심은 작년 이후로 점점 줄어듭니다. 2023년 전국의 교대 및 대학 초등교육과에서는 총 667명의 중도 탈락자가 생겼습니다. 2022년 496명 대비 34.5%나 급증했습니다. 교육대 및 사범대 관련 학과의 입시 결과를 보니 합격 가능 점수도 크게 하락했습니다. 지방의 일부 전문대 유아교육과는 최하위 점수로도 입학 가능한 지 이미 오래되었습니다. 학생 수 감소, 임용 감소, 교권 추락, 교사 초임 연봉 OECD 평균 이하 등 여러 복합적인 원인이 있습니다. 점수가 모든 것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교육의 미래가 조금은 걱정스럽습니다. 좋은 실력과 좋은 인성을 겸비한 학생들을 선발해서 국가의 교육과 보육을 책임지게 한다면 그 사회의 미래는 훨씬 더 좋아지겠죠? 반대의 경우라면 어떨까요? 생명을 다루는 의료계 못지않게 사람을 돌보고 성장하게 하는 보육과 교육도 지속가능한 국가를 위해서는 매우 중요합니다. 공교육과 보육 문제도 나비 효과를 적용해서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교직 선호도와 합격 가능 점수 하락이 가져올 나비 효과는 과연 어떻게 나타날까요?

  내담 청소년 C는 남해안 도시에서 왔습니다. 2학년 때 여러 이유로 학교를 그만두게 되었다고 합니다. 친한 친구가 이미 검정고시로 올해 대학교를 갔다고 합니다. 자신도 빨리 대학을 가고 싶다고 합니다. 시각 디자인, 경영, 심리에 관심이 많습니다. 검정고시 성적을 보니 수학, 과학 과목과 선택과목인 기술·가정 과목 성적이 매우 좋습니다. 교과 성적으로 강점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밝고 적극적이고 긍정적이고 대인관계도 원만해 보여 어디 가도 잘 적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수능 준비를 하지 않았기에 수능 최저 등급이 없는 전형을 기준으로 상담하고 긍정 격려했습니다.

  입시철이라 그런 지 여러 통로로 상담 의뢰가 옵니다. 연락처와 거주지를 어떻게 알았는지 집 근처까지 오시기도 합니다. 얼마나 급하면 그러셨을까요? 하지만 상담은 가급적이면 꿈드림에서, 제가 자원 봉사하는 꿈드림 등록 청소년을 최우선해서 상담합니다. 꿈드림에 등록되어 있는 경우에는 여러 차례에 걸쳐 체계적인 상담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진로역량의 중요성을 알게 하고, 그 역량을 키우는 데 도울 수 있는 시간과 기회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게 제가 상담을 하는 궁극적인 목적이기도 합니다. 저는 가능하면 일회성의 진학 상담보다는 진로를 같이 고민하는 진학상담을 하고자 합니다. 진학 상담은 대교협 전화나 온라인, 사설 학원 상담에서도 뛰어난 전문가가 많아 저보다 훨씬 더 잘하실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딱한 사정을 갖고 있는 청소년의 경우는 어쩔 수 없이 약속 시간과 장소를 조정하여 꿈드림 밖에서도 상담을 합니다. 주로 카페나 일과 후 진로 상담실을 이용합니다. 최근에는 외국 국적 학생의 상담 문의가 있어 관련 입시 정보를 제공하기도 했고, SNS로 다른 내담자를 상담하기도 했습니다.  

  학교 밖 청소년 진학 상담을 할 때 어떤 경우에는 자신의 점수에 맞게 최대한 좋은 대학으로 알아봐 달라는 경우도 있습니다. 수시 지원 희망서 양식지를 사전에 주고 진학 희망 대학과 학과를 스스로 찾아오게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정말 절실히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내담자의 희망에 맞게 학교를 같이 찾아보기도 합니다. <대학알리미>에 가면 공시 데이터가 있는데, 대학별 신입생 출신 고등학교 유형별 현황 자료를 다운로드해서 가공 처리 정렬하면 검정고시 출신 대학별 비율과 순위를 알 수 있습니다. 연도별로 분석한 검정고시 출신 비율이 높은 대학 자료 중에서 총 입학자수와 학생수를 기준으로 희망 대학을 연결합니다. 그리고 대학별 전형 요강을 분석해서 내담 청소년의 학업 성취도, 준비 정도, 희망 진로 등을 고려하여 유리한 대학과 전형, 계열과 학과를 알려 줍니다. 시간과 노력은 좀 필요하지만 우리나라가 정보 강국이라 얼마든지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는 있습니다. 문제는 해석의 차이이겠지요.

  학교 밖 청소년 진로진학상담도 일반적인 진로진학상담과 큰 차이는 없습니다. 공통적인 과정으로는 첫째, 진로 경로 설계와 진로 디자인을 잘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특성과 미래 사회 변화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둘째, 진로를 고려한 계열이나 학과 성적이 중요합니다. 셋째, 자신의 학업능력 수준과 준비 정도에 적합한 대학 및 자신에게 유리한 전형 방법을 선택하고 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른 점은 첫째, 대체로 검정고시 성적을 환산한 비교 내신제로 수시 모집에 응시하게 됩니다. 대학에 따라 자신에게 유리한 전형이 없는 경우도 있으니 잘 확인해야 합니다. 둘째, 수시 모집에서 수도권 지역 균형인 학교장 추천 전형과 비수도권의 지역인재 전형은 지원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셋째, 정시 모집에서도 교과 성적이나 교과 세부특기사항이 반영될 경우 불리할 수도 있습니다. 


  진로와 나비 효과

  2025년 대입 현장은 외부 요인 영향 때문에 대혼란과 대혼돈 상태입니다. 수시 모집 원서 접수 기간 중에 의대 증원 문제를 새로 논의할 수 있다는 보도도 나옵니다. 뒤죽박죽이 되어 어지럽고 질서가 없습니다. 마구 뒤섞여 있어 갈피를 잡을 수 없습니다. 대혼란 시기에 사람들은 컨설팅, 멘토링, 코칭이라는 이런 용어들에 매혹됩니다. 수시 모집이 혼란할수록 사교육 컨설팅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합니다. 기존 배치표의 신뢰도가 떨어지기에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여러 군데 상담을 받고 종합해서 판단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각자도생'이 되어 버린 입시현장! 새로운 기회일까요? 아니면 공멸의 징조일까요?

  많은 사람들이 의대 증원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사실 특성화고와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도 큰 변화가 있습니다. 특성화고 및 산업수요맞춤형 고인 마이스터고는 직업교육과 취업에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특성화고의 취업률은 매우 낮고 졸업생의 절반 이상이 진학을 선택합니다. <학교알리미>에서 산업수요 맞춤형 고등학교 및 특성화고등학교 졸업생의 취업 등 진로 현황 자료를 보면 2023년 전국의 직업계고 졸업생의 취업률은 56.1%입니다. 하지만 전체 졸업생 대비 취업자 비율인 실제 취업률은 절반도 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취업률을 산정할 때 졸업생 중에서 진학자, 군입대자, 제외인정자를 제외하고 남은 인원을 모집단으로 해서 계산하기 때문입니다. <교육통계서비스>에서 가장 최근인 2020년 특성화고 취업자 현황을 보면 졸업자 79,503명 중 취업자는 20,785명으로 취업률은 49.2%로 나옵니다. 그런데, 전체 졸업생 대비 취업자의 실질 비율은 26.1%에 그치고 있습니다.

  특성화고에서는 주로 수시 모집 특성화고 특별전형이나 재직자 전형으로 일반대와 전문대를 갑니다. 수시 모집 외에 정시 모집, 추가 모집으로도 진학합니다. 특성화고의 진학률은 50%를 넘습니다. 특성화고의 전체 졸업생 대비 실제 취업자는 25%도 되지 않는 학교가 매우 많습니다. <학교알리미> 통계는 마이스터고가 포함되어 있는데, 마이스터고를 빼고 계산하면 특성화고의 실제 취업률은 더 낮아집니다. 실제 취업률이 50%가 안 된다면, 진학률이 50%를 넘는다면 굳이 특성화고를 나타내는 학교 명칭을 사용할 필요가 있을까요? 안 그래도 학교 이름 때문에 진학을 기피하거나 학업중단을 하는 학생들도 있는데 학교명을 아예 일반고처럼 바꾸면 좋지 않을까요? 과거와는 달리 비교적 최근에 신설되는 학교들은 남고, 여고라는 표현을 쓰지 않습니다. 특성화고도 일반고와 비슷한 교명을 가진 학교도 생기고 있습니다. 교명 변경은 희망하는 학교에 자율에 맡기면 됩니다. 이렇게 하면 특성화고의 학업중단율을 조금이라도 낮출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작은 대안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내는 아이디어입니다. 직업계고 졸업생의 실질 취업률 하락이 가져올 나비 효과는 과연 어떻게 나타날까요?

  교육부 자료에 의하면 2024년 고졸 검정고시에 응시한 만 13세에서 19세의 10대 청소년 수가 3만 3,286명으로 역대 최다라고 합니다. 2021년부터 증가세가 계속되고 있는데, 이는 정시 확대, 의대 증원, 비교과 미반영으로 인한 내신 성적 영향력 상대적 증가 등이 주요 원인인 것 같습니다. 학업 중단 위험 학생이 보이면 최대한 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려고 노력하지만 학교 밖 청소년들이 늘어나는 현실에는 참 마음이 복잡해집니다. 학교 밖 청소년과 고졸 검정고시 증가가 가져올 나비 효과는 과연 어떻게 나타날까요?

  학교를 중단하고 검정고시를 통해 대입을 준비할 예정이라면 학업 중단을 신중하게 결정하기를 조언합니다. 검정고시 성적을 환산한 비교 내신제는 중하위권 대학이나 학과에서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경우도 있지만, 비교 내신 환산 점수가 해마다 불리한 쪽으로 반영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한 학교장 추천 전형, 지역 인재 전형, 학생부종합전형 등에서 불리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단순히 성적 문제 때문에 학업을 중단하려고 한다면 더욱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 입시는 내신 성적 아니면 수능 성적이 당락의 핵심 요인입니다. N수생과 고졸 검정고시생이 많이 증가합니다. 무엇이 잘못되었을까요? 진로와 진학 교육이 잘못되었을까요? 아니면 이상과 현실이 달라서 일까요? 어쩌면 '잘못되었다는' 그 판단 자체가 틀린 것 같기도 합니다. 세상은 아주 냉정하고 현실적으로 잘 판단하고 있는데, 낡은 '가치'에 매여 있는 우리가 문제지도 모릅니다. 최상위권 성적의 학생들은 의대 증원으로 절호의 기회가 생겼고, 중하위권 성적의 일반고 학생들과 특성화고 학생들은 일반대와 전문대의 정원이 남아돌기에 최상위권 학과를 제외하고는 예전에 비하면 자신이 희망하는 계열과 학과에 진학하기가 훨씬 수월해졌습니다. 이게 현실입니다.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 구조조정 지연으로 배움과 도전의 새로운 기회가 열렸습니다. 수험생 입장에서는 좋아진 환경입니다.

  진학 때문에 그만둔 학생들은 대부분 학원으로 갑니다. 학업 성취도와 준비 정도에 따라서 고졸 검정고시 학원, 수능 준비 학원에 다닙니다. 꿈드림은 등록하지만 청소년에 따라 이용률은 현저히 달라집니다. 학원은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시장이 열립니다. 저는 학업중단 선택 여부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학교가 모든 학생들에게 절대적인 정답은 될 수 없으니까요. 다만 청소년들이 진로발달단계에 맞게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다양한 아이들을 품을 수 있도록, 청소년들이 다양한 꿈을 꿀 수 있도록 학교도, 사회도 그런 환경과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현실은 어떠할까요? 고등학교에서 진학지도를 하면서, 진로교사로서 진로와 진학상담을 하면서 수많은 연수와 입시설명회를 다녔습니다. 대부분 입시 설명회는 만석입니다. 공교육 주최든 사교육 주최든 입시 설명회 다녀보면 공통점이 대부분 그 대상이 상위권 중심이라는 것입니다. 상위권 대학부터 자세히 설명합니다. 중하위권은 별 관심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모두의 관심이 상위권에 쏠리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돈이 되지 않기 때문일까요? 사교육에서는 그렇다 하더라도 공교육 설명회까지 그럴 필요가 없는데 왜 그럴까요? 학교의 실적과 명예 때문인가요? 뛰어난 인재 양성 위한 수월성 교육도 필요하지만, 우리 사회 구성원의 다수가 될 학생들은 정작 뒷전으로 밀립니다. 씁쓸합니다. 9등급제에서 비율로 따져보면 대체로 지방거점국립대학까지, 3등급 누적 비율 23%만을 위한 입시설명회가 대부분입니다. 중하위권을 위한 대학 및 전문대 설명회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4~6등급 구간 비중은 54%입니다. 11% 혹은 23% 를 제외한 89~77%는 일부 학교이긴 하지만 학교 내에서도 똑같은 대접을 받는다고 하소연합니다. 학급 담임이, 학부모가 알아서 해야 합니다. 그 틈새를 파고드는 컨설팅 업체, 편입 학원도 많습니다. 작년 모 구청 학교 밖 청소년 진학 설명회에서 만났던 어느 학부모의 하소연입니다. "중하위권의 진학지도는 학교나 가정에서 알아서 하라는 것인가요? 학교가, 교육청이 당신들이 어떤 짓을 하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자원봉사를 하러 갔다가 쓴소리를 들었습니다. 입시설명회에서 중하위권을 위한 시간과 비중을 많이 늘리고, 다양한 방식으로 입시 설명회도 많이 개최하고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중위권 학부모를 위한 공부 진로 진학>을 읽었습니다. 책을 읽고 난 솔직한 소감은 '일단 잘 안 팔리는 책일 것 같다. 그러함에도 매우 유용한 책이다! 이런 책을 내는 것 참 용기 있는 일 같다.'입니다. 모두가 관심이 쏠리고 돈이 되는 곳에 집중하는데, 경쟁이 아닌 성장의 관점으로 우리들의 아이들을 존중하는 이런 책이 있다는 게 너무 고마웠습니다. 아이들의 흥미와 적성을 존중하고, 긴 안목으로 성장을 중시하는 모든 분들께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이 책은 아이마다 다른 공부 개성, 공부 감정을 존중하는 개별화 학습법, 경쟁보다는 성장의 길로 이끄는 진로 교육법, 입학사정관이 되어 생각해 보는 입시 전략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최근의 경향이 내신과 수능 성적의 영향력이 더 강해지기에 현실적으로 도움이 될까 고민스럽지만 지속가능한 진로를 위해서는 기본에 충실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긴 안목으로 자녀의 성장을 위한 교육을 하고자 한다면, '상위권 코스프레'가 아닌 진정으로 자신을 위한 진로를 개척해 보고 싶은 청소년들이 있다면 한 번쯤 꼭 읽어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작은 나비의 날갯짓이 태풍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나비 효과'는 초기 조건의 사소한 변화가 전체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나비 효과는 진로발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2025 대입 현장에서는 의대 정원 증원, 무전공 선발 제도 확대, 교육대 기피 현상 및 정원 감소, 특성화고 진학률, 학교 밖 청소년과 고졸 검정고시 증가 등 다양한 이슈가 많습니다. 외부 요인에 따른 변동이 너무 큰 세상입니다. 이런 현상들이 일으킬 나비 효과가 무척 궁금합니다. 사회적으로는 옳고 그름을 따지고, 문제의 원인과 영향을 꼼꼼히 분석해서 잘 대비해야 합니다. 하지만, 당장의 수험생의 입장에서는 일단 잘 헤쳐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세상이 어떻게 변하든 간에 우리는 생존해야 하고, 성장해야 하고, 행복해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너무 성급한 판단이나 잦은 진로 변경은 오히려 손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진로경로에서 조그마한 실수나 변화는 나중에는 엄청나게 큰 변화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변화와 변동성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고 활용하려고 하되 충분히 탐색하고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자신의 길에 집중해야 합니다. 어려울 때일수록 기본에 충실해야 합니다.


[참고자료]

중위권 학부모를 위한 공진 진로 진학, 박재원, 신여윤, 추유선, 선스토리,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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