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 26일(수). 햇살이 따갑고 꽤 더웠던 6월 어느 날이었습니다. 다른 고등학교 진로부장님으로부터 학교 밖 청소년 대입 특강 요청을 받았습니다. 모 구청에서 학교 밖 청소년 대입 전략 특강을 계획했는데 여러 군데를 통해서 찾다가 결국 저에게 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저는 특강은 별로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그 이유는 때로는 특강도 필요하지만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는 주기적인 상담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상담에 더 집중하는 편입니다. 상담에 진심인 거죠.
어려운 부탁을 한 부장님 입장도 있고 해서 구청 담당자와 전화 통화를 해보니 수요는 많으나 학교 밖 청소년 상담 경험이 있는 강사를 구하다 보니 계획된 시간은 다가오는데 강사를 구하지 못해 고민이 많다고 합니다. 사정을 알게 되니 또 어쩔 수 없이 한 번만 도와드리기로 했습니다. 기존에 대학진학상담반을 운영해 왔던 것을 토대로 정리해서 해 보겠다고 말씀드렸고, 재능기부 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담당자는 약간 놀라시면서 예산이 있다고 걱정 말라고 하셨지만 지금까지의 사연을 말씀드렸습니다. 많이 고마워하시고 미안해하셨습니다. 이 세상에는 큰 마음을 내고, 큰 기부를 하시는 분들이 정말로 많습니다. 그런 분들에 비하면 저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런 분들 때문에 그나마 이 세상이 조금이라도 덜 나빠지는 것이고, 조금이라도 살만한 세상이 되는 것 같습니다. 우리 가까이에 이런 분들이 꽤 많습니다.
여기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는 구청에서 직접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곳에는 학교 밖 청소년이 100여 명 넘게 등록되어 있다고 합니다. 이 지역은 다른 지역에 비해 거주자들의 소득 수준이 높은 편이라 생활 수준도 높고 자녀들의 학업에 대한 관심도 높습니다. 타 지역에 비해 내신 성적 때문에 고민하고 자퇴를 선택한 학생이 많습니다. 자세한 센터의 현황을 듣고 나니 사실 좀 부담이 되었습니다. 저는 가정 형편이나 여러 개인 사정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는 청소년들을 돕기 위해 학교 밖 청소년 진로진학상담을 시작했는데 굳이 여기까지 와서 해야 할까? 고민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담당자가 이곳도 다른 센터처럼 워낙 다양한 유형의 청소년들도 있고 진로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소년들이 많다고 해서 마음을 다잡고 열심히 준비해 보기로 했습니다.
이번에는 백워드(backward) 설계로 해 보기로 했습니다. 담당자와 협의 후 특강의 목적과 특강 후 청중들이 받게 될 가상의 평가를 고려하여 설계했습니다. 담당자분께 참가 대상의 상담 희망 내용이나 궁금해하는 것들을 조사해 달라고 했습니다. 센터에서는 처음 특강을 듣는 청소년들도 많고, 중위권 대학을 고려하고 있는 청소년들이 있고, 학부모도 참석한다고 해서 여기에 초점을 두고 준비했습니다. 기본적인 내용을 토대로 꼭 알아야 할 것들, 제가 경험했던 사례와 중요한 점을 안내하기로 했습니다.
ONE THING, 그리고 step by step!
특강에는 대교협 입시 자료를 토대로 내용을 추가하고 수정한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사용했습니다. '2024학년도 대입전형의 이해와 대비'라는 주제로 1부를 진행했습니다. 꼭 알아야 할 대입 핵심 내용을 정확하고 간략히 짚어 주었습니다. 2부에서는 '2024 학교 밖 청소년 대입 전략'이라는 주제로 전략 수립 및 진로 진학 설계 방법, 전형정보 및 입시 결과 탐색 방법, 지원 가능 대학 탐색 및 진학 상담 정보 등에 대해 안내했습니다. 학업 중단 현황, 검정고시 출신 수능 응시 현황, 검정고시 진로 마인드맵과 로드맵, 2023 대입 수도권 및 지방거점 국립대 검정고시 출신 입시 결과 현황에 대해서 간단하게 소개했고, 동기 전략, 성공하는 진로 디자인과 진로 로드맵, 증상별 끈기 향상 비법 소개 등 진로 역량의 중요성과 개발 방법에 대해서도 안내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전체 및 개별 질의응답으로 진행했습니다.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 앞서 경험담과 노하우를 많아 준비는 많이 했지만 시간 관계상 다 하지 못해서 조금은 아쉬웠습니다. 개별 질의응답 시간에 몇 가지 도움을 더 줄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사실 내담자마다 다 다른 진로 문제가 있으니 질의응답이나 상담이 가장 효율적이고 개별화된 방법인 것 같습니다.
진로 역량을 개발하는 것은 힘든 입시 준비는 물론 기나긴 진로경로에서도 도움이 됩니다. 이를 위해 특강을 시작하면서 책 한 권을 소개했습니다. 2013년 출간 당시 미국 아마존과 우리나라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1위였고, 10년이 지나도 여전히 많이 팔리는 자기 계발서입니다.
"모든 일을 다 하려다가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된다. 그저 단 하나만, 올바른 단 하나만 하려고 애쓰면 이제껏 원했던 모든 것을 갖게 될 것이다."(각주: 원씽, p275)
이 책의 핵심 내용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단 하나'를 선택해서, 지금 당장 시작할 '단 하나'를 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위대한 법칙일수록 단순한 법입니다. 이 책도 그렇습니다. 세상 일은 복잡하지만 좋은 해법은 단순할 때가 많습니다. 무엇인가를 선택해야 하고, 행동해야 할 순간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무슨 일이든 선택을 하고 행동을 해야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목적의식을 가지고 우선순위를 정해서 선택과 집중을 하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 주장입니다.
이 책에서는 목적의식의 중요성을 빙산에 비유해서 설명합니다. 저는 111년 전에 침몰한 타이타닉호의 사진을 보여줬습니다. 2023년 6월에는 안타깝게도 대서양 심해에서 이를 탐험했던 관광 잠수정 사고도 있었죠. 타이타닉호가 왜 침몰했을까요? 여러 이유가 있지만 물리적으로는 결국 거대한 빙산과 충돌했기 때문입니다. ‘빙산의 일각’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바닷물 위에 드러나 보이는 부분은 아주 작은 일부입니다. 그렇다면 수면 아래에는 얼마가 더 있을까요? 8/9가 더 있습니다. 그러니 침몰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우리 주변에는 공부도 잘하고, 직장 생활도 잘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우리에게 보이는 그들의 점수와 성공은 수면 위에 드러난 극히 일부분(1/9)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 밑에는 그것보다 더 큰 목적의식이 있고, 우선순위를 정해서 선택과 집중을 하는 과정과 노력이 숨어 있습니다. 한마디로 '내공'이 있는 것이죠. 그저 외부로 드러난 점수와 성취 결과만 보지 마세요. 숨겨진 부분을 잘 봐야 합니다. 우린 잘못된 해석을 곧잘 합니다. 저도 그렇고요. 그 사람은 머리가 좋아서, 환경이 좋아서라고… 각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의 내면에 있는 큰 목적의식과 선택과 집중해서 노력하는 과정이 있다고 합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봐야 할 것은 바로 그것입니다. 여러분들은 어떤 목적의식과 우선순위가 있나요?
해법은 단순하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이를 지속적으로 실행하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원씽>에서는 '단 하나'를 위한 실천 방법으로 도미노 효과를 제안합니다. 도미노 게임 잘 아시죠? 이건 수열과 관계있습니다. 수열은 일정 규칙을 가진 수의 나열입니다. 등차수열과 등비수열이 있죠. 등차수열은 일정하게 더해지면서 나열되는 것인데 예를 들면 달력 숫자 같은 것입니다. 등비수열은 일정하게 곱해지면서 나열되는 것인데 은행 복리이자 같은 것입니다. 저는 여름이니 시원한 수박 도미노 동영상을 유튜브에서 보여줍니다. 똑같은 수박을 차례로 쓰러뜨리는 등차수열, 그리고 마지막에는 점점 더 큰 것을 쓰러트리는 등비수열의 장면이 나옵니다. <원씽>에서는 물리학 실험을 소개하는 데, 한 개의 도미노는 자신보다 1.5배 큰 것도 넘어트릴 수 있는 힘을 가졌다고 합니다. 고작 5Cm의 작은 첫 번째 도미노는 57번째가 되면 지구에서 달 거리만큼이나 큰 도미노로 변하게 됩니다. 우리의 성공도 마찬가지입니다. 도미노처럼 작은 성공이 연결되면 점점 더 큰 성공이 됩니다. 최종 목표인 '원씽'을 위해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할 여러분의 '단 하나'는 무엇입니까?
성인들에게도 원씽과 스텝바이스텝은 결코 쉽지는 않습니다. 하물며 사춘기라는 변동성이 큰 시간을 지나가고 있는 청소년들에게는 더욱 그렇습니다. 청소년들은 신체적 성장, 호르몬 분비와 성적 관심 증가, 인지적 발달, 사회적 기대 변화, 친구와 가족 관계 변화, 자아 정체성과 도덕성 발달 등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고, 충동성 증가, 감각 추구, 독립 추구 등의 영향으로 신중하고 합리적인 판단이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또한 이겨 내야 할 인생과 진로의 과정입니다. 진로 역량은 지식을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험과 연습으로 성장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시간이 필요함을 이해하고 시도해 봐야 합니다.
2018년에 꿈드림에 왔던 두 남자 청소년이 생각납니다. 4월부터 11월까지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대학진학상담반에 개근했던 착하고 성실했던 청소년들이었습니다. 일반고와 특성화고를 다니다가 꿈드림에 왔습니다. 진로 목표가 없었으니 당연히 진로 경로도 설계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특성 이해, 상급 학교와 학과 정보 탐색, 직업 정보 탐색, 미래 사회 변화 탐색을 했습니다. 진로 희망과 목표를 결정하고 진로 경로를 설계했습니다. 학교 밖 생활과 학습을 설계했고, 진로 준비 및 실행 관리 방법을 배우고 꾸준히 실천했습니다. 목적의식을 가지고 우선순위를 정해서 차근차근 준비했던 멋진 친구들이었습니다. 엄청난 성적 향상 같은 드라마틱한 결말은 아니었지만 1년 동안 많은 성장을 해서 원하는 전공으로 진학했습니다. 자기 주도적 진로개발역량을 잘 길렀으니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청소년들입니다. 오늘 만났던 모든 청소년들도 그렇게 성장해서 나아가기를 기대합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났던 개성 있고 자신감이 넘쳤던 남자 청소년, 중학교 학업중단 자녀 대신 왔던 어머니, 퀴즈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었던 여자 청소년, 오늘 만났던 모두가 좋은 결과를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ONE THING, 그리고 step by step!
봄날의 회합, X세대의 진로 이야기
동기들 카톡방에 학과 70주년 기념행사 모바일 초청장이 올라왔습니다. 모교에서 교수로 재직 중인 친구가 보내온 것입니다. 그때 동기들은 지금은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갈까요? 궁금하기도 하고 그립기도 합니다. 가장 최근에 많이 모였던 기억은 2022년 4월 마지막 주 어느 날이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끝 무렵 방역체제가 완화되고 일상이 회복되기 시작했을 때였습니다. 남자 동기들 몇몇이 모였습니다. 대기업 임원으로 승진한 친구를 축하하는 자리를 겸했지만 모두들 일상에 지친 스스로를 위로하고 공감하는 편한 자리가 그리웠을 것입니다. 동기들 모임은 늘 그렇습니다. 조금은 욕해도 되고, 조금은 속내를 드러내도 되고, 조금은 망가져도 되는 그런 편한 자리죠.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를 오고 갔고, 직장 생활, 사회생활, 정치, 경제, 자녀 교육, 결혼 생활, 건강, 친구 근황, 과거 추억이 소환되었습니다.
물류 대기업 경영리더, 도시락 구독 서비스 스타트업 CEO, 광역시 경제부시장, 국립대 교수, 중학교 진로교사, 고등학교 사회교사, 의사, 화가, 전업주부, 노동조합 활동가, 국립대 교육행정공무원, 대학 강사, 은행 지점장, 보험회사 간부, 교정직 공무원, 고용노동부 공무원, 지방행정직 공무원, 일간지 기자, 학원 경영인, 소재부품 대기업 간부, 문화 기업인 겸 정치인, 생산 관련직, 일반 회사원……
이렇게 다양한 직업들의 공통점은 과연 무엇일까요? 바로 '응답하라 1990'입니다. 무사히 졸업한 37명, 사회학과 제 동기들입니다. 기억을 잘하는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최근까지의 직업을 생각나는 대로 나열해 보았습니다. 그래도 빠졌다고 서운해하는 동기들이 있다면 미안합니다. 제 기억력의 한계가 있습니다.
우리 동기들이 살았던 시대적, 사회적 배경을 소개하자면 첫째, 인구학적으로 단군이래 연도별 출생 인구수가 가장 많았던 2차 베이비붐 세대입니다. 국가통계포털을 보면 1971년 출생아수가 1,024,773명으로 가장 많습니다. 제 동기들이 무려 100만 명이 넘습니다! 둘째, 산술적으로 보면 당연히 가장 치열한 입시경쟁과 직장 생활을 해 왔습니다. 셋째, 경제적으로 1997년 IMF 경제 위기 전후로 직업생활을 시작해서 취업과 직장 생활에서 고된 일상들이었습니다. 하지만 국가경제가 성장하는 시기에 30~40대를 보냈기에 지금 세대에 비하면 그래도 상대적으로 혜택을 많이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노동 조건과 소득 편차는 컸지만 웬만큼 노력하면 취업이 되던 성장의 시대 끝자락이었으니까요. 넷째, 정치적으로는 민주화의 열풍이 지나가는 끝자락에 서 있었습니다. 다섯째, 문화적으로 상업자본주의와 포스트모던을 맛보았습니다. 당시에는 반항적이고, 개성이 넘치고, 튀는 세대라는 뜻으로 X세대라고 불리곤 했습니다. 지금의 청년 세대의 관점으로는 기겁할 일이죠. 여섯째, 학문적으로 다양한 분야로 진출할 수 있는 특성이 있는 사회학을 전공했습니다. 일곱째, 진로적 관점으로 보면 지금에 비하면 진로교육이 전무하다시피 했던 학교교육과정 시대를 거쳤습니다.
참으로 다양한 직업들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대략 국가직무능력표준(NCS)에 따른 직업 대분류 24개 중 12개 이상의 영역에서 종사하는 것 같습니다. 첫 직업과 첫 직장을 계속 유지하고 있는 동기도 있고, 최초의 진로 범주 내에서 직업과 직장이 바뀐 동기도 있고, 창업을 한 동기도 있고, 진로 경로가 완전히 달라져 전공을 바꾼 동기도 있습니다. 물론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실패도 있었고 성공도 있었을 것입니다. 기술, 환경, 사회·경제의 빠른 변화만큼 직업 세계의 변화도 매우 빠른 시대를 살아왔습니다. 새로운 직업이 등장했고, 일자리가 사라지거나 축소되는 분야도 많았고, 직무능력이 빠르게 변화하는 등 많은 변화를 겪었습니다.
진로교육적 관점에서 살펴보죠. 스스로 진로 경로를 잘 찾아간 걸일까요? 아니면 애초부터 진로교육과 진로경로설계가 잘못된 것일까요? 인생의 의미는 죽음 직전에야 비로소 전체적으로 조망되고 알 수 있듯이, 진로의 성공 여부도 단순히 소득이나 직장 내 위치, 사회적 지위 등 현재의 외형적 모습으로만 판단할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직업에서의 몰입과 행복감, 더 나은 사회를 위한 기여와 만족감 등 본인만이 알 수 있는 내적 가치도 많습니다. 게다가 진로와 직업에 영향을 주는 세대적 특징도 상이하고 많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들의 직업적 성공 여부보다는 진로의 과정에 많은 관심이 갔습니다.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지속 가능한 진로를 살게 하는 것일까요? 관찰하고 듣고 이해한 것을 바탕으로 결론을 내면 해답은 진로 역량에 있는 것 같습니다. 바로 자기 주도적 진로개발역량인 것이죠. 학교 교육과정속에서 제대로 배운 적은 없지만 직업 현장에서 이 능력을 키우고 활용했기에, 이 역량이 뛰어났기에 지속적으로 진로를 개척하고 당당히 살아갈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살아남기 바빴던 시절이라고 이야기하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먹고살기 위해 그냥 열심히 살았다고 합니다. 각자 다 그럴 만한 선택의 이유가 있었을 것입니다. 공감하고 지지합니다. 그들의 진로와 직업은 현실, 고용 안정, 소득, 직업 세계의 변화를 고려한 최선의 선택이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성공 요인은 그 과정에서 진로 역량을 키우고 충분히 활용했다는 것입니다. 그 결과 자기 분야에서 자리를 잡게 되었던 것입니다. 우리들의 진로개발역량은 현재 진행형이자 미래 진행형입니다. 끝이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도 계속해서 활용되고 업데이트되고 있습니다. 궁금합니다. 우리가 미지의 세계, 그 어디까지 가게 될 것인지…
지속 가능한 진로의 비밀 4, 진로개발역량!
사람들마다 만나게 되는 시간, 횟수, 정도는 다르지만 우리는 인생에서 진로 장벽을 만날 수밖에 없습니다. 진로 장벽은 진로 목표로 향하는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모든 장애물을 의미합니다. 진로 장벽은 보통 개인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으로 구분합니다. 개인적 요인은 낮은 학업성취도, 신체적 약점, 자기 이해 및 긍정 정서 부족, 목표 미결정 및 활동 부족, 진로개발역량 부족, 자기 관리 부족 등이 있고, 환경적 요인은 경제적 여건, 부모와의 갈등, 친구 관계, 고정관념과 편견, 과도한 경쟁 시스템과 문화 등이 있습니다.
진로 장벽과 진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진로 장벽과 진로 문제의 모습이나 성질에 대해 정확한 이해가 있어야 합니다. 문제 요인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난 뒤에는 다양한 대안과 해결 방법을 찾아서 검토하고, 우선순위를 정해서 선택과 집중하고, 실행 뒤에는 과정과 결과에 대해 평가하고 피드백하는 순서로 해결하면 됩니다. 진로 장벽을 만날 때는 어떤 태도와 관점을 가지는가에 따라 결과는 많이 달라집니다. 합리적으로 판단하되 항상 긍정적인 마인드를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차도 없고 굴곡도 없이 시원하게 뻗은 평탄한 고속도로를 신나게 달리면 좋겠지만, 경쟁자도 많고 구부러진 길에 걸림돌 투성이 길을 지나가야 할 때도 있습니다. 이때마다 계속 문제를 회피하고 장벽을 돌아가기를 반복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에게는 달성해야 할 목표가 있고, 행복해야 할 의무가 있고, 인생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진로개발역량을 활용해서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합리적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진로 생존법과 진로 적정 기술을 활용해서 해결하고 전진해야 합니다. 처음부터 이 모든 과정을 혼자 할 수는 없습니다.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진로 장벽과 문제를 극복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스스로 할 수 있는 힘이 키워집니다.
진로상담이론 중에 존 크럼볼츠(John Krumboltz)의 '계획된 우연이론'을 좋아합니다. 계획된 우연이론 또는 우연학습이론은 전통적 진로상담 이론인 '사회학습이론'에서 발달된 현대적 진로상담 이론입니다. 기존의 진로상담 이론은 대체로 개인의 특성과 진로 사이클을 바탕으로 합리적으로 진로를 예측하고 설계하는 데 도움을 주려는 목적입니다. 따라서 변동성, 인위적 위험, 예측 불가능성이 증대하는 현대와 미래 사회에는 맞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능력 개발과 진로 상담이 필요합니다. 존 크럼볼츠는 대부분의 성공은 계획된 우연에 의해 일어난다고 말합니다. 그는 개인이 진로의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우연한 사건을 단순한 우연이나 운으로 여기지 않고, 개인의 성장과 발전에 활용할 수 있는가의 여부에 따라 성공이 결정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노력하는 모든 사람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성공한 사람은 모두 노력한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무슨 뜻일까요? 노력은 성공의 필수 조건이지만 충분 요건은 아니란 말입니다. 성취와 성공을 위해서는 노력은 기본이고 여기에다 우연한 기회, 특별한 경험, 사회의 변화를 긍정적 태도로 수용하고 자신의 진로에 유리하게 만들어가는 능력이 더 중요해진 세상이란 뜻입니다. 이를 위해서 학습 경험, 과제접근기술, 노력, 긍정적 태도가 중요합니다. 크럼볼츠는 '우연'을 기회로 인식하고 자신의 진로에 유리하게 활용하기 위한 과제 접근 기술로 호기심(curiosity), 인내심(persistence), 유연성(flexibility), 낙관성(optimism), 위험 감수(risk taking)를 제시합니다. 과제접근기술을 계발하고 활용하여 '우연'을 자신의 진로에 유리하게 활용하는 능력, 새로운 기회와 계획으로 만들어 내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우연학습이론의 인식, 행동, 핵심 기술은 21세기에서 개인의 생존과 성장 가능성을 최대한 높일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진로 능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요즘 진로는 업데이트가 답입니다! 자신의 특성도 학습과 경험에 따라 변화하고 성장합니다. 사회는 기술, 환경, 사회·경제, 국제 관계 등에 영향을 받아 변동성이 심합니다. 자신에 대한 고정관념과 느려 터진 계획보다는 신속한 업데이트가 목표 달성에 더 도움이 되는 세상입니다. 지속 가능한 진로를 위해서는 진로에서 업데이트를 잘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진로개발역량을 지속적으로 키우고 활용해야 합니다. 진로개발역량은 진로 경로에서 자기 이해, 직업 세계 이해와 진로 탐색, 진로 경로 설계와 실행, 평가와 피드백을 자기 주도적으로 반복할 수 있는 역량입니다. 진로에서 하드 웨어와 소프트 웨어 업데이트를 잘하는 능력입니다. 미래사회는 평생직장이 아니라 평생 직업 사회입니다. 진로개발역량을 키우고 활용하는 것은 자신의 진로와 인생에서 성공하고 행복해지는 최고의 방법입니다.
우리나라 학교진로교육의 궁극적인 목표도 진로 개발 역량을 함양하는 것입니다. 교육부는 <2022 개정교육과정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총론>에서 추구하는 인간상과 핵심 역량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교육과정이 추구하는 첫 번째 인간상은 "전인적 성장을 바탕으로 자아정체성을 확립하고 자신의 진로와 삶을 스스로 개척하는 자기 주도적인 사람"입니다. 교육과정이 추구하는 인간상을 구현하기 위해 중점적으로 기르고자 하는 핵심역량의 첫 번째는 " 자아정체성과 자신감을 가지고 자신의 삶과 진로를 스스로 설계하며 이에 필요한 기초 능력과 자질을 갖추어 자기 주도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자기 관리 역량"입니다.
교육부가 제시한 2022 개정교육과정 고등학교 <진로와 직업> 교과목의 목표는 "관심 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나의 이해, 급변하는 직업 세계의 이해, 심층적인 진로 탐색을 바탕으로 잠정적인 진로 목표를 설정하고 학교 안팎의 구체적인 진로 정보를 활용하여 진로 설계를 자기 주도적으로 해낼 수 있는 진로 개발 역량을 함양한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학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주도적 학습 역량입니다. 자기 주도적 학습 역량은 학습자 스스로가 학습 참여를 결정하고, 학습 목표 설정, 학습 프로그램 선정, 실행, 학습 결과 평가, 피드백 등 학습의 전체 과정을 본인의 의사에 따라 선택하고 결정하여 행하는 학습 능력을 의미합니다. 최승필은 <공부머리 독서법>에서 독서교육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면서 자기주도학습의 중요성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그는 한국개발연구원(KDI) 김희삼 연구원의 사교육과 성적의 상관관계에 관한 연구 보고서인 <왜 사교육보다 자기주도학습이 중요한가?>를 인용하여 사교육의 초등 저학년 때 가장 크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줄어들다가 중등 3학년 시기가 되면 사실상 사라진다고 말합니다. 이처럼 자기 주도적 학습의 중요성을 증명하는 증거와 연구자료들은 너무나도 많고, 실제 교육 현장에서도 무수히 그 사례를 경험하게 됩니다. 자기 주도적 학습역량은 입시는 물론 진로에서도 성공의 핵심 요인입니다. 왜냐하면 아무리 진로 설계가 잘 되었다고 하더라도 교육과 훈련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원하는 직업을 가질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학습 영역에서 자기 주도적 학습 역량이 중요한 것과 마찬가지로 진로 영역에서도 자기 주도적 진로개발역량은 성취와 성공의 핵심 요인입니다. 자기 주도적 진로개발역량이 높은 사람은 자신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직업 세계와 미래 역량을 잘 파악하고, 합리적으로 진로의사결정을 하고, 진로 경로를 잘 설계하고, 학습과 진학에서 효과적인 실천 방안을 수립하고, 새로운 기회를 활용할 줄 알고, 실행 능력도 뛰어나고, 평가와 피드백을 잘합니다. 이는 학교 밖 청소년들도 예외가 아닙니다. 저는 상담을 하면서 여러 가지 많이 물어보기도 합니다. 특히 다이어리와 진로 포트폴리오를 유심히 봅니다. 진로 준비 과정의 모든 것이 담겨 있는 다이어리와 포트폴리오가 내실 있게 작성되고 관리되는 청소년들은 실패와 좌절로부터 회복도 빠르고, 성취와 성장도 많습니다. 이런 청소년들은 진로 효능감이 높고 피드백도 잘합니다. 한마디로 자기 주도적 진로개발역량이 높은 청소년입니다.
진로의 과정에서 얻는 결실은 단순히 원하는 입시 결과만을 의미하는 게 아닙니다. 진로의 과정에서는 자기 주도적인 진로개발역량도 함께 발달됩니다. 진로개발역량은 우리의 삶이 끝나는 그 순간까지 계속해서 키우고 활용해야 할 인생의 가장 중요한 무기입니다. 지금 당장 현재의 직업과 진학에도 도움이 되지만, 미래 사회에서도 가장 필요한 역량입니다. 진로개발역량은 진로 영역에서 미래를 위한 내비게이션이 되기도 하고, 자율주행도 가능하게 합니다. 자기 주도적 진로개발역량이 높은 사람은 진로 장벽 앞에서도 쉽게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성장하며, 성취와 성공이 빠르며, 즐겁고 만족하는 삶을 살아갑니다. 한마디로 진로개발역량은 평생의 진로를 강력하게 끌고 갈 무한대의 에너지원입니다.
우리 모습을 돌이켜봐야 합니다. 이처럼 중요한 역량을 개발할 시간과 기회를 충분히 주고 있는지 반문해 봐야 합니다. 이런 귀중한 시간과 기회를 청소년들에게서 뺏지 않아야 합니다. 진로개발역량은 대신 만들어 줄 수 없습니다. 시간과 기다림이 있어야 합니다. 좋은 카운슬링, 좋은 컨설팅, 좋은 코칭, 좋은 멘토링은 족집게처럼 합격 자료를 주거나 합격 점수를 맞추는 게 아니라 청소년들의 진로개발역량을 스스로 키우고 활용하게 하는 것입니다. 진로개발역량은 연습과 경험으로 향상됩니다. 단 한 번에 원하는 높이 뛰기 바를 넘을 수는 없습니다. 도움닫기와 도약, 연습과 경험의 과정이 있어야 합니다. 한 가지만 생각하세요. 조금씩 바를 높여 가세요. 스텝바이스텝을 경험해 보세요. 여러분도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뭍으로 나와보니 아가미로는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 살려면 이곳의 호흡법을 배워야 한다. 지금의 투자 세상은 아가미로 쉼 쉬는 바다가 아니다. 바다에서 뭍으로 나온 투자자들은 아가미가 아닌 폐로 숨 쉬는 법을 알아야 한다.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고 진화해야 생존할 수 있다. 바다와 뭍에서 숨을 쉬는 방식이 다르듯이, 기업 자체 외에 주변 환경을 이해하고 적응해야만 성공적인 투자자가 될 수 있다. 투자 전략이 필요한 이유다."(각주: 한국형 탑 타운 투자전략, p22.)
[참고 자료]
원씽, 게리 켈러· 제이 파파산, 비즈니스북스, 2023.
진로상담의 이론과 실제, 김봉환, 학지사, 2019.
한국형 탑 타운 투자전략, 윤지호 외 4인, 에프엔미디어, 2023.
2022 개정교육과정 초중등교육과정총론, 교육부, 2022.
2022 개정교육과정 고등학교교육과정, 교육부,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