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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 말고 달 May 16. 2024

진로 적정 기술

초간단 4단계 진로 설루션

  진로를 가르치고, 상담하고, 코칭하면서 많은 학생과 학부모를 만났습니다. 내담자마다 그들이 호소하는 진로 문제와 진로 장벽이 매우 다양하기에 상담은 개별화된 원칙대로 진행합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수학의 사칙연산과 같은 기본 공식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진로 상담 교사 없이 혼자서도 스스로 할 수 있는 간단한 매뉴얼이 없을까 하는 바람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유는 첫째, 내담자들이 시간 부족, 낮은 자존감 등 여러 이유로 진로 상담을 받기가 여의치 않거나 망설여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 진로 정보 홍수 시대에서 너무나 많고 복잡한 정보 때문에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혼란스럽기 때문입니다. 결정장애가 생길 정도입니다. 셋째, 환경, 사회·경제, 기술의 빠른 변화는진로와 직업 세계의 변동성을 더 크게 합니다. 상시적인 대응이 필요합니다. 넷째, 사적 영역에서의 진로 상담과 진학 컨설팅에는 많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진로 아노미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이윤을 절대시 하는 자본주의, 승자 독식과 부족한 사회 안전망은 치열한 경쟁을 더 가속화합니다. 공포 마케팅에 기반한 수많은 입시 설루션과 진학컨설팅의 유행과 범람은 우리를 더 많은 불안과 걱정, 두려움, 압박감으로 밀어 넣습니다. 지속 가능한 진로가 보이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공통 가치나 올바른 기준이 없이 마구 뒤섞여 갈피를 잡지 못하고 어지러운 상태에 놓입니다. 외로움은 심해지고 많은 사람들이 좌절감에 빠지게 됩니다.

  조금 마음 편하게 고민해도 되지 않을까? 간단하고 쉽고 지속 가능한 방법은 무엇일까? 생각을 하게 됩니다. 뜬 구름 잡는 이야기와 방대한 정보를 제공해서 오히려 마음이 불편해지지 않도록 아주 간단하면서도 손에 잡히는 진로 설루션이 없을까 고민해 봅니다. 주식 투자를 할 때는 타이밍을 맞추기보다는 가치에 집중해야 하며, 그런 원칙을 지키고 장기 투자할 때 성공할 수 있다고 합니다. 진로는 단기간의 투자가 아니라 인생 전체에 걸친 장기 투자입니다. 그러니, 가치 투자라는 원칙에 초점을 두고 흔들리지 말아야 합니다. 비록 모든 개별성은 담지 못할지라도 설루션은 단순해야 합니다. 메가 트렌드를 고려해야 하지만 유행을 따라가다 보면 혼란에만 더 빠질 수 있습니다. 진로 설루션도 미니멀리즘을 닮아야 합니다. 미니멀리즘은 소유하는 물건뿐만 아니라 삶의 방식도 단순하지만 의미 있는 삶을 의미합니다. 그런 진로 설루션이 어디 없을까 고민합니다. 어려울 때일수록 기본에 충실해야 합니다.


  뉴턴의 운동 법칙과 중력 법칙처럼 위대한 법칙일수록 단순하고 명쾌합니다. 눈에 보이는 진로, 손에 잡히는 진로, 그런 쉬운 진로가 필요합니다. 추상적이고, 복잡하고, 어렵고, 비싸고 혼자서는 못하는 진로 컨설팅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간결하고, 쉽고, 가성비가 높고 혼자서도 잘할 수 있는 그런 진로 설루션 말입니다. 마치 아프리카 등 제3세계 국가에서 지역적 조건에 맞는 자립과 지속 가능성을 갖춘 적정 기술 같은 것 말입니다.

  지금부터 '진로 적정 기술'인 초간단 진로 4단계 설루션에 대해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저는 오랜 대입 및 고입 진학 지도 경험과 여러 상담 사례를 통해 이 방법을 생각하게 되었고 이를 조언하고 있습니다. 우선 과업 달성을 위한 일반적인 4단계 과정을 활용했습니다. 그 네 가지 단계는 바로 목표, 계획, 실행, 평가입니다. 이 네 가지 단계는 꼭 해야 할 임무나 일을 달성하기 위한 가장 핵심적이면서도 효율적인 것이지만 너무 추상적입니다. 그래서 각각의 단계에서 직관적이면서도 구체적인 핵심 도구를 엄선했습니다. 목표 단계는 '롤 모델', 계획 단계는 '다이어리', 실행 단계는 '행동장치',  평가 단계는 '선물'이 그것입니다. 이 핵심 도구는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진로 핵심 도구이자 설루션입니다. 이 도구들은 간단하고 쉬우면서도 매우 강력한 효과를 발휘합니다.

  각 단계에서 쏟아야 할 에너지의 비중은 25%씩입니다. 이것이 기본형인데요 단계별로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해서 비율을 조정할 수도 있습니다. 진로 인식과 진로 탐색 단계인 유아, 초등 및 중등 단계에서는 목표 단계인 롤 모델 탐색에 더 많은 비중을 둡니다. 그리고 진로 설계 및 실행이 중요한 고등 및 대학생과 성인 단계로 갈수록 계획, 실행, 평가에 더 많은 비중을 둡니다. 그러나 각 구간별 최소 비율은 12.5% 이상은 유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잘 하든 못 하든 상관없이 이 단계를 꾸준히 실행하고 반복하면서 좋은 진로 습관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진로는 지식 습득보다는 실행력이 더 중요한 종합 예술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의 진로개발역량은 점점 더 향상됩니다.

  제임스 클리어는 <아주 작은 습관의 힘>에서 인간의 행동은 신호-열망-반응-보상의 4단계의 메커니즘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행동의 변화를 위해서는 좋은 습관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신호, 열망, 반응, 보상의 네 단계 피드백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는 행동 변화를 위한 더 나은 습관을 만드는 데 매우 유용한 네 가지 구체적 방법을 제시하는 데,  "첫째, 분명하게 만들어라. 둘째, 매력적으로 만들어라, 셋째, 하기 쉽게 만들어라. 넷째, 만족스럽게 만들어라."입니다. 저는 이것을 응용하여 눈에 보이면서도 손에 잡히는 강력한 진로 도구를 생각했습니다.

  행동의 첫 단계에는 신호가 있습니다. 우리는 너무나도 많은 신호를 받습니다. 수많은 신호는 우리의 목표-계획-실행-평가를 간섭하고 방해합니다. 신호를 받을 수 있는 채널을 단순화하거나 때로는 스피커를 꺼야 합니다. 긍정적이면서도 자신의 꿈에 흔들리지 않고 다가갈 수 있는 좋은 신호를 찾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라디오 채널마다 고유의 주파수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에게 적합한 좋은 신호를 찾아야 합니다. 자신에게 적합한 주파수를 찾는 방법은 <커리어넷>에서 다양한 진로심리검사를 해 보는 것입니다. 합리적인 진로의사결정을 위해서는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 무엇이 중요합니다. 진로심리검사는 흥미, 적성, 가치관, 진로성숙도 등 자신을 이해하기 위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진로심리검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건강검진처럼 주기적으로 해야 합니다.

  목표 설정 단계에서는 '롤 모델'이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 됩니다. 롤 모델은 자기가 해야 할 일이나 임무 따위에서 본받을 만하거나 모범이 되는 대상입니다. 진로 상담 때에 보면 진로 미결정이거나 미확정인 학생들이 많습니다. '진로'라는 낱말의 뜻을 잘 이해하지 못합니다. 저는 가고 싶은 대학의 단과 대학명이나 학과명이 바로 진로라고 쉽게 설명해 줍니다. 과거에 일반고에서는 아주 거칠게 문과, 이과로 이분법으로 잘랐죠. 이를 기준으로 교육과 훈련을 받으면서 범위를 좁히면 직업 선택이 선명해집니다. 그런데, 진로심리검사를 하고, 진로 탐색 및 체험활동도 하고, 진로 상담과 컨설팅까지 받았는데도 목표 설정이 쉽지 않습니다. 그럴 때는 롤 모델 찾기가 정답입니다. '롤 모델'은 아주 쉽게 이 문제를 해결해 줍니다. 목표가 선명히 보이지 않을 때에 목표를 쉽게 찾게 합니다. 목적을 자주 잊어버리거나 목표를 쉽게 잃어버릴 때에도 이 문제를 해결해 줍니다. 롤 모델은 목표 설정에 도움이 되고, 나침반처럼 방향을 안내하고, 성공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고, 실행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을 줍니다. 교과서, 독서, 인터넷, 일상 생활에서 롤 모델을 찾아보세요. 위인전, Who 학습만화, 진로 독서, 유튜브, 커리어넷, SNS, 뉴스 등 다양한 매체와 우리 주변에서 아주 쉽게 보이고 가까이에서 만날 수도 있습니다. 

  계획 단계에서는 '다이어리'의 활용이 매우 중요합니다. 자신이 설정한 목표대로 잘 갈 수 있도록 구체적인 일정이나 방법, 실행 정도, 평가 등을 '플래너'와 '다이어리'에 작성하고 행동을 관리해야 합니다. 학생들이 많이 사용하는 학습 플래너도 다이어리의 한 종류입니다. 공부와 업무를 잘하고 싶고, 쉬는 것도 잘하고 싶으세요. 그럼 당장 다이어리를 사용하세요. 다이어리는 자기 관리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고 진로 목표에 빠르게 도달하게 하는 가장 훌륭한 장치입니다. 모든 플랜은 다이어리에서 시작되고 다이어리로 끝이 납니다. 복잡하고 해야 할 일이 많아진 우리의 세상은 다이어리를 잘 활용하는 사람이 성공하도록 작동됩니다. 그래서 현대의 '사피엔스'는 살아남기 위해 '호모 다이어리'로 진화되었습니다. 진화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다이어리를 활용해야 합니다. 저는 온라인에서 원노트(One note)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행동 장치는 미래에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스스로 현재의 행동에 제약을 가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부자들의 생각법>, <아주 작은 습관의 힘>, <마법의 연금 굴리기>라는 책을 읽다가 이 용어를 발견했습니다. <오디세이>를 보면 오디세우스가 바다 요정 세이렌의 유혹을 물리치기 위해 스스로 돛대에 몸을 묶도록 하는 대목이 있는데 이것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행동 장치가 무엇인지 궁금해서 구글, 학술연구정보서비스(RISS), Chat GPT 등에 물어보니 'commitment decive'라는 단어입니다. '헌신 장치', '약정 장치', '행동 장치', '이행 장치' 등 다양하게 번역됩니다. 심리학에서는 '자기 조절' , '자기 통제', '자기 규제'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자기 조절은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신의 행동을 제약하고 통제하려는 심리적 메커니즘입니다. 저는 심리적인 규제를 구체화해서 행동을 강제하는, 눈에 보이는 무엇이라서 '행동 장치'라는 이 표현이 딱 마음에 들었습니다. 초간단 진로 설루션의 핵심도구들인 롤모델, 다이어리, 선물도 사실은 모두 행동 장치입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 사회는 거대한 행동 장치의 구성물입니다.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관습, 종교, 도덕, 법률 등은 구체적인 행동 장치를 만들어 냅니다. 시계 알람, 스마트폰 잠금장치 혹은 금욕 상자, 담벼락, 문,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인도와 차도, 횡단보도, 신호등···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사실은 행동 장치였던 것입니다. 일반 독서실, 관리형 독서실, 학교 자습실, 도서관, 스터디 카페, 서재, 공부방 등 공부에 쉽게 몰입하고 방해받지 않는 장소나 환경도 확장된 의미의 행동 장치입니다. 포노 사피엔스 시대엔 구글 패밀리 링크나 애플 스크린 타임 등의 자녀 보호 기능, 시청 중단 타이머나 취침 타이머 등 웰빙 기능 등도 쉽게 볼 수 있는 행동 장치입니다. 행동 장치를 잘 사용하는 것은 훨씬 쉽고 빠르게 우리의 행동을 제어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행동 장치를 잘 사용할수록 우리는 우리의 꿈에 훨씬 더 쉽고, 빠르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평가는 목표 달성 여부, 실행 과정 적절성에 대해 확인합니다. 개선점과 강점 및 약점을 파악하여 다음 단계에 도움이 되기 위해 피드백을 합니다. 평가는 성찰로 이루어집니다. 성찰은 더 나은 목표, 계획, 실행을 하게 합니다. 하지만 지나친 자기비판은 우울과 스트레스를 불러일으키고 오히려 행동을 멈추게 하는 독이 되기도 합니다. 때로는 적절한 보상과 긍정적인 피드백이 필요합니다. 칭찬, 선물 등의 보상은 개인의 동기를 높이고 긍정적인 행동을 유도하여 행동 강화에 도움이 됩니다. 이처럼 보상은 강력한 강화물입니다. 평가에 따른 칭찬과 보상은 눈에 보이도록 해야 합니다. 고래를 춤추게도 하는 칭찬이 눈에 보이는 선물과 함께 제공된다면 훨씬 더 강력하고 지속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Out of sight, out of mind'라는 영어 속담이 있습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뜻입니다. 이것은 진리입니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눈에 가까워지면 마음에서도 가까워진다는 의미겠지요. 아무리 훌륭한 목표를 갖고 있다 하더라도, 아무리 좋은 계획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아무리 좋은 실천 방법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아무리 자아성찰을 잘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마음속 서랍에 들어 있다면 그것은 결코 실현될 수 없습니다. 우리의 꿈이 실현되는 것은 가상의 세계가 아니라 현실공간이기 때문입니다. 그 현실 공간에서는 실천하는 행동만이 그 꿈을 이루게 하는 유일한 수단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네 단계의 과정을 유용하게 실행할 도구들이 우리 눈에 선명하고 구체적으로 보여야 됩니다. 바로 손에 잡혀야 합니다.

 제가 알고 있는 어느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자신의 꿈이나 1년의 목표를 항상 책상 위에 써 붙이도록 합니다. 교실 뒤 게시판에도, 다이어리에도, 보이는 모든 곳에 붙여서 항상 그것이 보이도록 합니다. 그 선생님은 자신도 집에서 그렇게 한다고 합니다. 새해가 되면 거실이나 방 그리고 보이는 모든 곳마다 올해의 목표를 써 붙인다고 합니다. 가장 잘 보이는 곳에 가장 큰 게시물 형태로 잘 보이도록 놓아두고 항상 그것을 보고 자극을 받고 동기를 얻을 수 있도록 한다고 합니다. 저는 스마트폰을 열면 화면에 좌우명이 바로 보일 수 있도록 해 놓았습니다. 제가 교사가 되기 위해서 임용시험을 칠 때 경험담입니다. 그때는 책상 위에 또는 벽에 무언가 목표를 써 붙이는 게 조금 부끄러웠습니다. 그래서 저는 대신 옷장 문 안에 그 목표를 써 붙여두었습니다. 아침에 집을 나설 때나 귀가할 때 옷장 문을 열면 문 안 쪽에 저의 목표를 볼 수 있도록 말입니다. 목표는 드러내야 합니다. 그래야 진짜 현실에서 목표가 됩니다. 그리고 그것이 다른 사람에게도 보이면 더욱 효과가 좋습니다. 사랑뿐만이 아니라 진로에서도 이 말은 진리입니다. 꼭 기억하고 실천해 보시기 바랍니다. 'Out of sight, out of mind'


[참고 자료]

부자들의 생각법, 하노 벡, 갤리온, 2013.

ATOMIC HABITS 아주 작은 습관의 힘, 제임스 클리어, (주)비즈니스북스, 2019.

마법의 연금 굴리기, 김성일, (주)에이지 21,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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