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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명식 May 20. 2023

누가 먼저 죽어야 할까?

관계, 마음 나누기

네 살 차이 나는 아내.

그냥 살면 나보다 4년을 더 살게 될 아내.


그런 아내에게

"내가 당신보다 딱 하루는 더 살거야."


그런 나의 말에

아내는 웃으며 이렇게 대답한다.

"욕심이 많구만. 내가 몇 년을 더 살거야~~ "


이런저런 이야기를 더 나누다

문득 아내가 다시 묻는다.


"왜 나보다 딱 하루를 더 살아야 하는데?"


나는 그녀를 지긋이 바라보며

한동안 답을 하지 못했다.


이미 그녀를 떠나보내는 그 순간,

그 자리에 있는 듯 나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는 건강하다.

삶도 생각도 군더더기 없이 맑다.


'하늘 같은 선녀님'

내 핸드폰에 아내는 이렇게 등록되어 있다.


처음 만나 지금까지 함께 한 25년 동안

단 한번도 아내의 잘못으로 다툰 적이 없다.


철없는 나를 인내로 지켜주고,

사업이 바닥을 친 몇 년 동안

매일 부채를 접고, 양말에 별을 달면서도

아내는 단 한번 돈투정 하지 않았다.


손에 만원, 오만원 쥐어질 때 마다

은행을 찾아 대출금을 갚아나간 사람.

하루가 멀다하고 그렇게 은행대출을 정리했다.


뭘 해야 하는 지 모르는 나를 곁에 두고

큰 돈 들이지 않고 아이들을 잘 키워냈다.


반듯하고, 현명하고, 건강하게 자란 아이들.

남부럽지 않은 좋은 대학에 들어가서

자신의 삶을 하나하나 잘 만들어 가고 있다.



나의 가정은 아내 덕분에 온전하다.

그런 아내를 혼자 둘 수 없다.


래서 단 하루라도

내가 더 오래 살아야만 한다.


남은 자의 고통과 외로움은

나의 몫이어야 한다.



(나도, 아내도 우린 지금 아주 건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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