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돌아보는 나의 어린일기 #11
번외편으로 읽으면서 웃음을 감출 수 없었던 귀엽거나 웃기거나 황당한 나의 일기들을 소개한다.
순서대로 나열해보면 내 글씨체와 생각의 변천사도 알 수 있어 보는 재미가 있다.
배가 부른데도 밥 생각만 하면 또 먹고 싶어진다니 역시 어렸을 때부터 먹성은 진짜 좋았다. 지금도 아무거나 다 잘 먹는데는 이유가 있구나!
버섯의 영양 때문에 내 몸 속에 있는 백혈구들이 힘도 세지고 기운을 차렸다. 내 몸의 모든 것들이 다 버섯 때문에 튼튼해 졌다. 버섯이 아니었으면 내 몸은 완전히 망하였을텐데(?)
버섯 전골이 언제부터 백혈구를 튼튼하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표현력이 남다르다.
뜬금 X맨 제작자님께.. 당연하지 게임을 보다가 연예인들끼리 서로를 흉보는 모습이 어린이들이 보기에는 너무 안좋아 보였다고 한다. 상당히 윤리적인 아이였구나.
아니 오글거리긴 한데 생각보다 잘 썼는데? 근데 11살이 사랑을 알아?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갓 시작했을 때의 일기다. 일기장에서 옛날 인터넷 유행어들을 보게 될줄이야. 그 때보다 요즘이 더 이상한 말을 많이 쓰는데 11살의 내가 지금을 인터넷 세상을 보면 깜짝 놀라겠군! 미안해 나도 절대 그런 말 쓰지 않겠다는 약속은 지키지 못했어.
도대체 어떤 11살이 일기 첫 문장을 '우리는 서로 경쟁하는 글로벌 시대에 살고있다.'로 시작할까? 일기를 읽어보니 애어른 소리를 들었던게 너무나도 이해된다.
어릴 때 나는 정말 잠이 많은 아이였다. 생체시계가 확실해서 밤에 특정 시간만 되면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고, 아침에 일어나기도 힘겨워했다. 그런 나에게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것은 의심의 여지 없이 눈꺼풀이었다. 하지만 성인이 되고는 통 잠이 없는데... 아침에 더 자고 싶어도 눈이 떠져서 문제인데 어릴 때의 내가 부럽기도 하다.
건축 디자이너, 아나운서, 연기자, 사회 사업가를 동시에 꿈꿨던 패기있는 12살이었구나. 이 일기의 킬링 포인트는 단연... "나는 그래서 인기있는 연기자가 되고 싶은데... 얼굴이!!!"
마지막으로 4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 남겨주신 코멘트를 첨부한다. 일기장을 차곡차곡 모으면 나중에 좋은 추억이 될 거라는 선생님의 말씀이 실제가 되었다.
어릴 때의 내가 어떻게 살았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았는지를 엿볼 수 있는 기록들이 남아있다는 건 정말 큰 축복이다. 내가 꾸준히 일기를 쓸 수 있도록 도와주고 노트들을 모아둔 엄마에게 가장 큰 감사를 표하고 싶다. 사소한 것이라도 기록을 한다는 건 내가 살아온 길을 다시 꺼내볼 수 있는 유일한 장치다. 누가되었든 이 글을 읽는 사람들도 만약 어렸을 때 쓴 일기장이 남아있다면 다시 들춰보기를 바라고, 없다면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기록 남기기를 추천한다. 언젠가 훗날에 읽었을 때 정말 좋은 추억이자 교훈을 주는 훌륭한 귀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