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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나몬라떼 Oct 30. 2022

소소한 재미를 주는 나의 일기.zip

지금 돌아보는 나의 어린일기 #11

번외편으로 읽으면서 웃음을 감출 수 없었던 귀엽거나 웃기거나 황당한 나의 일기들을 소개한다.

순서대로 나열해보면 내 글씨체와 생각의 변천사도 알 수 있어 보는 재미가 있다.



#1.

2003. 5. 21. 8살 때의 일기

배가 부른데도 밥 생각만 하면 또 먹고 싶어진다니 역시 어렸을 때부터 먹성은 진짜 좋았다. 지금도 아무거나 다 잘 먹는데는 이유가 있구나!



#2.

2004. 3. 11. 9살 때의 일기

버섯의 영양 때문에 내 몸 속에 있는 백혈구들이 힘도 세지고 기운을 차렸다. 내 몸의 모든 것들이 다 버섯 때문에 튼튼해 졌다. 버섯이 아니었으면 내 몸은 완전히 망하였을텐데(?)

버섯 전골이 언제부터 백혈구를 튼튼하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표현력이 남다르다.



#3.

2005. 8. 21. 10살 때의 일기

뜬금 X맨 제작자님께.. 당연하지 게임을 보다가 연예인들끼리 서로를 흉보는 모습이 어린이들이 보기에는 너무 안좋아 보였다고 한다. 상당히 윤리적인 아이였구나.



#4.

2006. 4. 21. 11살 때의 일기

아니 오글거리긴 한데 생각보다 잘 썼는데? 근데 11살이 사랑을 알아?



#5.

2006. 4. 25. 11살 때의 일기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갓 시작했을 때의 일기다. 일기장에서 옛날 인터넷 유행어들을 보게 될줄이야. 그 때보다 요즘이 더 이상한 말을 많이 쓰는데 11살의 내가 지금을 인터넷 세상을 보면 깜짝 놀라겠군! 미안해 나도 절대 그런 말 쓰지 않겠다는 약속은 지키지 못했어.



#6.

2006. 9. 8. 11살 때의 일기

도대체 어떤 11살이 일기 첫 문장을 '우리는 서로 경쟁하는 글로벌 시대에 살고있다.'로 시작할까? 일기를 읽어보니 애어른 소리를 들었던게 너무나도 이해된다.



#7.

2007. 12. 8. 12살 때의 일기

어릴 때 나는 정말 잠이 많은 아이였다. 생체시계가 확실해서 밤에 특정 시간만 되면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고, 아침에 일어나기도 힘겨워했다. 그런 나에게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것은 의심의 여지 없이 눈꺼풀이었다. 하지만 성인이 되고는 통 잠이 없는데... 아침에 더 자고 싶어도 눈이 떠져서 문제인데 어릴 때의 내가 부럽기도 하다.



#8.

2007. 12. 19. 12살 때의 일기

건축 디자이너, 아나운서, 연기자, 사회 사업가를 동시에 꿈꿨던 패기있는 12살이었구나. 이 일기의 킬링 포인트는 단연... "나는 그래서 인기있는 연기자가 되고 싶은데... 얼굴이!!!"



 

마지막으로 4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 남겨주신 코멘트를 첨부한다. 일기장을 차곡차곡 모으면 나중에 좋은 추억이 될 거라는 선생님의 말씀이 실제가 되었다. 

어릴 때의 내가 어떻게 살았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았는지를 엿볼 수 있는 기록들이 남아있다는 건 정말 큰 축복이다. 내가 꾸준히 일기를 쓸 수 있도록 도와주고 노트들을 모아둔 엄마에게 가장 큰 감사를 표하고 싶다. 사소한 것이라도 기록을 한다는 건 내가 살아온 길을 다시 꺼내볼 수 있는 유일한 장치다. 누가되었든 이 글을 읽는 사람들도 만약 어렸을 때 쓴 일기장이 남아있다면 다시 들춰보기를 바라고, 없다면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기록 남기기를 추천한다. 언젠가 훗날에 읽었을 때 정말 좋은 추억이자 교훈을 주는 훌륭한 귀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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