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영재고 진학한 후 가장 많이 들은 질문
최근에 만난 사람들이 아이의 입시결과를 두고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은 이거다.
"어렸을 때부터 남달랐어요? 원래 머리가 좋았지요? 노력만으로 가능하지 않지요?"
노력을 많이 한 것은 알겠지만 어렸을 때부터 남보다 출중하고 주목받았던가 생각해 보면 그것은 아니었다.
우리 애가 타고난 영재였는지 노력형 수재였는지가 지금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이 궁금한 이유는 본인들의 아이 진로설정을 가늠하는데 참고하기 위함인가 보다 싶어 기억을 반추해도 모르겠다.
그 당시 유행하던 초2 때 cms 레벨테스트를 봤을 때는 그냥 평범한 수준이 나왔었고 같은 해 msc 좌뇌우뇌 검사에도 120 이상으로 나왔는데 그리 머리 좋다고 잘난 척할 수준은 아니었다. 초3 때 황소 입학시험도 떨어졌고 영재원은 생각도 하지 않았다.
남편은 아이가 머리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의 가장 큰 근거로 말을 하기 시작한 이후부터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에 대한 답을 결코 하지 않는다는 것은 애가 생각이 많아서라는 것을 들었다. 그게 뭐?라고 나는 그럴 때마다 시큰둥했다. 초등 입학 전까지 장래 희망은 이삿짐 사다리차 운전사라고 하는 것도 애가 큰 꿈을 가지면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는 것을 알아서 그러는 거라고 아들 바보 같은 해석을 내놓곤 했는데 나는 역시나 말이야 방귀야 했던 수준. 근데 지나고 생각하면 그게 좀 다른 것인가? 하는데 남들이 들으면 비웃을 이야기다. 어쨌든 둔한 엄마는 그런 재능의 빛남이 있었는지 여부를 알 수 없었고 그냥 "인서울만 하면 되지 뭐"라고 아이한테 이야기를 했는데 아이는 그때 엄마가 나를 포기했나?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부담 느낄까 봐 그리 이야기해도 서운해하고 참으로 어려운 육아의 언어!
초등저학년 때 하나은행 꿈적금인가에는 아이의 대학을 정해서 적어두고 나중에 그 학교에 가게 되면 금리를 3프로를 더 주는 것이 있었다. 당시 나는 "아니 그걸 지금 내가 어떻게 알아, 그냥 서울대 써주세요 서울대."라고 했는데 그때도 추호도 아이가 서울대를 갈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렇게 아이를 두고 어떤 청사진이나 꿈을 가지지 않았던 것이 아이가 편안하게 성장하게 하는데 도움이 되었을까. 적어도 느리게 자신만의 속도로 가던 아이의 마음을 다치게 하지는 않았던 거 같다.
동네 아는 언니는 "맨날 우리 애는 공부를 너무 안 해. 그 집에는 왜 이리 열심히 해?"
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 언니의 아이는 그 당시 초등 저학년 성대경시에서 상을 탔다. 같은 학교 학생 중 두 명만이 상을 탔기에 그걸 탔다는 것은 똑똑한 아이라는 증명과 같았다. 이런 입지에도 불구하고 매번 자신의 아이가 공부를 안 한다는 것을 어필해서 다른 엄마들이 곱게 보지 않았는데 아이가 머리가 좋다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라는 게 다들 싫었던 거 같다.
'너희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우리 아이 머리 좋은 거 못 따라와. 제대로 공부했다 하면 더 그럴걸?'
이란 속마음을 읽었다고나 할까.
어느 날 쐐기를 박는 말이 있었는데
"msc에서 테스트 봤는데 더럽게 머리가 좋더라. 측정불가래 측정불가."
그 말을 하는 그 언니의 얼굴을 참으로 환했던 기억이 있다.
우리는 왜 그렇게 재능에 대해 집착을 하는가. 타고난 머리로 성과를 올리는 것을 성실과 노력으로 목표에 다다르는 것보다 은근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는 그 후로도 계속되었다.
친한 엄마 역시 빵빵한 로드맵으로 초등 때부터 국영수파의 일원으로 꽤 달리는 축이었고 대치동 입학테스트에서도 좋은 결과를 내곤 했다. (그 당시에는 그것이 아이 수준 판단의 기준이었다.) 우리 아이는 그에 비하면 입테에서 짱짱한 결과를 보여준 적은 없지만 성실의 아이콘이었다. 단 한 번도 공부를 잘한다고 인정한 적도 없고 우리 아이가 성실은 하다는 점에 초점을 두고 이야기하던 그 엄마는 나중에 아이가 영재고를 가고 난 후에는
"율이는 타고난 영재잖아." 라고 단언했다.
허준이 교수는 노력과 재능에 대해 명쾌하게 이야기했다.
소위 유명한 천재는 노력을 가장 많이 하는 사람이고 그 노력이 자연스러운 사람이라고 첨언했다.
천재뿐 아니라 범인의 영역에서의 공부 역시 마찬가지인 거 같다.
영재가 아닌 수재가 영재고를 가서 문제야 라고 말하는 것은 노력과 재능을 따로 떼어놓는 생각에서 비롯된다. 자연스럽게 부단히 노력하는 태도 자체가 중요한데 아이큐 몇인가로 재능을 이야기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무 썰듯 재능과 노력에 대해 접근하여 아이를 어렸을 때부터 예단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재능을 아예 무시하는 건 아니나 과도한 비율로 대부부 재능에 집중한다
"엄마 친구가 네가 원래 머리가 좋았는지 물어보더라. 아무래도 애기가 어려서 궁금한가 봐. 좀 낌새가 보이면 달릴까 말까 판단하고 싶은 거 같기도 하고"
아침을 같이 먹으며 아들에게 이야기하니
"그런 것보다는 집에서는 올바른 아이로 크는 방법에 신경 쓰면 될 거 같아."
이런 말 나가서 하면 너 잘났다고 맞아 죽는다 아들아.
하지만 그 말이 정답이라는 생각.
모든 것은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그 흘러간 지점은 다 다르지만 각자의 의미가 있다.